대표사진
미류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글쓴이
전지현 저
팩토리나인
평균
별점7.5 (11)
미류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는 한 우울증 환자의 정신과 후기를 엮은 책이다. 저자는 정신과에 방문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맘 카페에서 정신과 후기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확실히 온갖 병원 후기가 범람하는 온라인에서도 정신과 후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예전보다는 좀 나아졌나 싶지만, 광고의 힘까지 더해진 피부과나 성형외과 후기의 발끝에도 못 따라간다. 정신과 후기를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신과에 대한 세상의 좋지 못한 시선,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질환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크게 한 몫 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정신과 후기를 쓸 정도로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기를 쓸 수 없으리라. 하여튼, 저자는 이 책에서 저자 스스로의 정신과 진료 역사를 이야기한다. 처음으로 방문했던 병원, 가장 좋았던 의사와 그 이유, 약물을 지나치게 많이 복용했던 시기, 정신과 약물에 의존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시기, 그리고 '베테랑 환자'가 된 현재까지. 여기에서의 베테랑 환자란 대략 스스로의 상태와 외부 사건에 따라 복용하는 약을 조절하며, 병증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환자를 뜻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저자는 첫아이를 난산하며 산후우울증에 걸렸다고 설명하는데, 무려 저자가 처음으로 갔던 병원의 의사는 저자를 두고 "언제까지 남 탓하고 계실 거냐"란 말을 한다. 심지어 저자가 안고 간 아이를 가리키며 "지금 얘는 그나마 약 먹으면서 치료를 받고 있는 엄마에게 자라는 게 더 행복할 것"이라고도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저자가 병원을 옮긴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의사 중에서는 환자를 비난하고 몰아세우거나, 시종 환자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나 정신과라면 환자들이 저런 의사에게 받는 악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정신과를 방문하려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려고 이런 말을 적는 건 아니다. 의사가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증상이나 약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해 주지 않고 귀찮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병원을 옮기는 게 좋다. 정신과 환자는 의사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여튼 저자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다행히 좋은 의사를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위에 언급한 베테랑 환자의 길로 조금씩 나아간다. 저자의 문장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내 일상에도 패턴이 생겼고 남들처럼 내일을 계획할 수 있는 여유도 가지게 됐다. 날이 추워지면 약을 늘렸고 봄이 오면 약을 줄였다. 제사나 경조사 같은 중요한 행사가 잡히면 그 전후로 약을 조절하기도 했다."



항우울제, 수면제, 각성제, 항불안제, 뭐 기타 등등 우울증 환자가 먹(을 수도 있)는 약은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저자 역시 온갖 약을 먹으며 내과 의사를 당황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약을 줄이고, 또 아예 끊어 보기도 했다. 반 년 정도 단약을 하는 동안 좋았던 점도, 나빴던 점도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다시 병원을 찾게 되고, 약을 다시 먹게 된 스스로의 상황을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라 느낀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개인적으로 매우, 매우 공감했던 내용이 있다. 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말하곤 하는데, 저자가 생각하기에는 '뇌의 고혈압'이나 '뇌의 당뇨병'을 넘어 '뇌의 심근경색'정도는 되어야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평범한 감기는 약을 며칠 먹으면 낫고 약을 안 먹어도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 우울증은 약을 안 먹고 버틴다고, 의지를 가지고 노력한다고 낫는 병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호르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우울증은 스스로의 상태와 증상을 인지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약을 먹으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야만 하는 병이다. 아마 누구나 앓는 감기처럼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고, 우울증이라는 병을 특별히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가 없다는 뜻에서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이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표현이 우울증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건 사실이다.



저자의 이런저런 경험에 이어 책 마지막 부분에는 정신과 방문을 권유하는 내용이 있다. 저자가 지불한 검사비와 진료비(병원마다, 검사마다 대략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약값, 대학병원에서의 진료를 원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이런 책을 훨씬 오래 전에 읽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가면 살아낼 수 있다. 언젠가는 살아남아 후기를 남길 수 있다."라는 문장을 보니 나 역시 정신과 진료 경험을 블로그에 남겨 두어야겠다는 결심이 든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그 후기로부터 작은 도움이나마 얻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는 내용이 그리 많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다른 사람들은 언제 정신과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지, 정신과 진료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약을 먹으면 어떤지 등등 궁금한 점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미류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5.11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11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2.2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2.23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2.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2.3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19
    좋아요
    댓글
    158
    작성일
    2025.5.1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0
    좋아요
    댓글
    214
    작성일
    2025.5.2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1
    좋아요
    댓글
    93
    작성일
    2025.5.2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