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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권미래작가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7.16
"싸고 좋은 것은 없다"
인테리어 책자를 보던 그녀가 불쑥 건넨 말이다.
곁에 있던 몇 명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듯,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이 순간 문득 떠오르는 물건이 있었다.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 방 한켠에 고스란히 쳐박혀 있던 그 물건.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그 말이 격하게 공감된 건 왜 였을까?
그 날은 나의 운동멘토 셀레나 선생님에게
밴드운동을 제대로 배우고 있던 참이였다.
허벅지가 터져 나갈것만 같은 고통에도
건강한 내 모습을 상상하며 겨우 이겨냈다.
역시 운동은 혼자 할 때보다
둘이 함께 할 때 에너지는 배가 된다.
없던 힘도 절로 솟아났다.
혼자 일때보다 시간도 잘 갔다.
서로 바빠 자주 못 만나는 우리였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혼자 밴드 연습을
해보라고 내게 제안하는 그녀 였다.
나는 흔쾌히 알았다고 말하며
두툼하고, 탄탄한 밴드에 대한
정보를 캐묻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치 '밴드학개론' 에
대한 강연을 하듯 내게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고무밴드는 탄성이 좀 약하니까
무조건 이 두툼한 천 재질로
된 걸로 사야해. 찾아보고
모르겠으면 나에게 물어봐.
브랜드 이름이나 사이트 알려줄게."
늘 친구처럼, 엄마처럼
하나하나 잘 챙겨주는 그녀였기에
이번에도 그녀의 말을 잘 들어야지
다짐한 것도 잠시뿐..
Z사의 휘황찬란한 마케팅에
그만 현혹되고 말았다.
1만원 초중반대의 착한 가격과
S라인 몸매를 자랑하며
고무밴드 운동을 하고있는 사진 속
쭉쭉빵빵 모델 언니들에게
매료되어 그 자리에서
결제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분명 고무밴드라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성보다 내 손이 더 빨랐다.
고무밴드의 갯수도 5개에
단계별로 탄성이 다른 것이였다.
싸게 잘 샀다고 스스로
합리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며칠을 기다려 내 품으로 온
밴드들은 곧장 나와 함께
외출을 나가게 되었다.
그 날은 입김이 나오는
초겨울 날씨 였다.
운동영상을 찍고싶다는
일념 하나로 밴드 하나를 꺼내
허벅지에 끼워 넣는 그 순간 이였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밴드는
두 동강으로 갈라졌다.
순간 나는 생각했다.
'올 것이 왔구나..'
나와 함께 동행한 할머니는
그 상황이 재밌으신지
연거푸 웃으셨다.
"야야~ 그거 터져가 우야노?"
터지는 장면을 영상에 담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웠다. 리얼 실제상황인데..
셀레나 선생님이 우려하던 게
현실이 되었다. 이런거였구나.
얇은 고무는 추위에 약했다.
튼튼한 천 소재의 밴드보다
탄성도 약해서 운동효과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선생님의 말씀을 한번 더
되새기지 않았던
내 자신에 대해 후회가 몰려왔다.
그 이후에 날씨 변화가 크지 않았음에도
밴드는 종종 터지거나 찢어졌다.
밴드가 하나 둘 터져 나갈때마다
내 가슴도 터져 나가는것만 같았다.
1만원 초중반대가 큰 돈은
아니였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않은 내 자신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었다.
싼 것 여러개 보다
조금 더 값을 지불하더라도
제대로 된 하나가 훨씬 더 낫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
는 그녀의 말이 격하게
공감되는 순간이였다.
그녀 또한 인테리어 소품을
사면서 싼 것을 여러개 샀지만
오래 쓰지 못하고 결국에는
비싸고 좋은 걸 사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것을
사서 오래쓰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똥 인지 된장 인지
밟아도 보고, 찍어 먹어도 보고
겪어봐야 깨닫는 존재인걸까?
앞으로 합리적인 소비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결국에는 양보다 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게 되는 것들.
관계 또한 양 보다 질 이더라.
앞으로 쇼핑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가격보다 질을 따져보는
나와 우리가 되길.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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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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