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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류장

작성일: 2013.9.21

영화 정보 — 관상(디지털)
감독
한재림
제작 / 장르
한국
개봉일
2013년 9월 11일
평균
7.4 (0)
영화정류장

영화 <관상>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는 아마 상당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초호화 캐스팅 한재림 감독의 귀환, 여기에 2010년 한국영화시나리오 대상 당선까지 무엇하나 빠지는게 없는 영화라고 말해도 되겠죠.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밀려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습니다. 관상이라는 소재에 대한 한계점을 여실히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영화 <관상>은 얼굴을 보면 사람들의 속내까지 꿰뚫어 보는 관상가 김내경(송광호)이 계유정난에 휩쓸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사실 영화 <관상>은 초반부부터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풀어갑니다. 관상을 알지 못했던 관객들도 '나도 한 번 관상을 봐볼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각본에 섬세함이 느껴집니다. 여기에 적절히 배치된 유머코드와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롭게 이어지면서 쉴새 없이 달려가죠. <관상>은 역사적 사건인 계유정난과 함께 김내경을 활용해 팩션을 이끌고 감으로써 조금은 극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는 야심을 드러냅니다. 영화를 보면 이야기에 구조는 깔끔하고, 덜그럭 거리는 부분또한 찾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이야기가 덜그럭 거린것이 아니라 아주 교묘하게 이야기를 맞춤으로써 그렇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에는 '관상'이라는 소재는 사라진채 정치 사극과 스릴러라는 장르를 함께 가져가기 시작합니다. 영화 성격이 갑자기 바뀔 뿐더러 애초에 왜 '관상'을 택했나 하는 의문이 들뿐만 아니라 결국엔 이야기를 풀지못해 끝내는 숙제로 남겨 둡니다. 마지막에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였으나 조금이라도 여운을 남기기위한 감독의 트릭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데 없습니다. 캐릭터들 또한 배우들 색깔에 딱 들어 맞구요. 특히, 배우 송강호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입증시킵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연기를 정말 능수능란 아니 그 이상으로 해내더군요. 얼굴에 나타나는 캐릭터의 심리와 근심, 걱정들이 모두 배여있습니다. 이것은 연기만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송강호만의 얼굴입니다. 조정석 또한 <건축학개론> 그 이상의 캐릭터를 무리없이 해냅니다. 정말 조정석이 없었다면 단 한 번도 웃지 못할 뻔했네요. 하지만 영화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나 그걸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연 돋보였던 김혜수의 캐릭터도 매력적이긴 한데 극에서는 어떠한 활용을 하지 못한채 막이 내립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했던 이종석은? 대체 연기를 한것인지 모를만큼의 적은 비중과 기억에 남는 장면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오히려 민폐에 가까운 캐릭터라 짜증마져 솟구치더군요. 그에 반해 이정재는 날마다 연기력에 물이 오릅니다. '수양대군'의 얼굴을 이정재에게 빼다 박아 놓은 듯 싶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는 조화로워 보이지만 따로 떼서 보면 극에서 어떠한 매력도 느껴지지가 않네요.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이 큰 영화가 바로 <관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을 쉴새 없이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쉬어가는 시간이 너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겉으로 보이는 이야기는 화려한데 반해, 그 속내를 보면 정돈되지 못한 가지들이 얼기설기 섥혀 풀지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영화 <관상>은 큰 나무는 보았으나 그 속에 나무들과 가지는 보지 못한 셈이죠. 어떤분들에게는 분명 극이 매력적이고, 꽤나 잘만든 영화일 수도 있겠으나 그동안 사극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던 관객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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