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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2023, 교보문고, 412페이지



 





 



 



경제학과 경제 현상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토로하는 고충이 있다. 경제는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막론하고 숨이 막히게 하는 현란한 그래프와 수학 공식, 한계효용, 가격탄력성, 수요탄력성 같은 생소한 용어. 왜 전세계가 같은 화폐를 사용하지 않는지, 변동환율제가 왜 필요한지, 석유와 IT, 인터넷이 현대 경제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려면 막막함을 느끼곤 한다. 이처럼 생소한 개념이 복잡하게 얽힌 '경제학'은 우리에겐 하나의 벽, 높은 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경제는 인간의 기본 행위인만큼 옆으로 제쳐두고 외면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좀 더 경제 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텍스트를 찾는다. 2023년 4월 출간된 신간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은 그런 목적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볼만하다. 이 책은 케이블 채널 tvN의 교양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에 등장한 경제 관련 사건을 엮은 책이다. 집필진은 독자들이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세계경제사의 몇몇 테마를 선별해 소개한다.





재테크, 투자, 마케팅 외에도 시중에 출간된 경제 관련 서적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레고리 맨큐, 폴 크루그먼, 벤 버냉키, 이준구 등 쟁쟁한 학자들이 쓴 경제학원론 교과서, 로버트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의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같은 경제사상과 경제사 관련서, 스티븐 레빗의 <괴짜경제학>, EBS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같은 경제학 입문서 등 기라성 같은 책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은 경제학과 경제 현상 전반을 살펴보는 대신, 세계사 속에서 경제와 관련된 몇몇 사건과 주제를 선정해 파고드는 대중교양 역사서다. 김두얼, 김봉중, 김종일, 남종국, 박구병, 박상준, 박현도, 윤영휘, 조영헌 등 9명의 학자들이 중세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 근대 영국의 노예무역, 오스만 제국과 커피, 달러화, 산업혁명, 상하이와 근현대 중국, 석유 패권, 아메리칸 마피아, 콜롬비아와 멕시코 마약 카르텔, 2차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성장과 버블경제 등 10가지 테마를 이야기하며 세계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다.



 





 



김두얼 교수는 메디치 가문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메디치 가문은 근대 자본주의로의 길을 닦은 원조 CEO,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을 후원해 르네상스를 연 주역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가문의 시조 조반니 데 메디치는 무명의 평민이었다. 평민 출신에 불과한 이들이 어떻게 유럽 최대의 재벌이 되어 중세 이탈리아와 유럽을 뒤흔들 수 있었을까? 이 책에서는 조반니 데 메디치와 그 후손인 코시모, 로렌초 데 메디치 등 주요 인물을 위주로 이들의 천재적인 안목과 경영능력, 그리고 암살 시도, 추방 등 갖은 위기, 숙청과 독재, 권모술수로 얼룩진 암흑사도 함께 조명한다. 윤영휘 교수는 영국이 주도했던 노예무역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수백년간 영국은 높은 설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을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시켜 설탕, 면화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영국으로 수입하는 삼각무역 시스템을 구축했다. 영국이 주도한 이 모든 과정은 절대로 반복되어서는 안될 잔인한 인권 유린으로 가득했다. 흑인 노예들은 납치, 강제 이송, 노예무역선, 강제 노동 과정을 겪으며 대부분 비참한 최후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영국 대중에게 노예무역이 부도덕한 만행이라는 인식을 전파하고 노력 끝에 노예무역과 노예제도를 철폐한 주인공도 윌리엄 윌버포스라는 영국인이었다.





김종일 교수는 커피가 오스만 투르크를 통해 세계로 전파된 과정,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흥망성쇠에 관해 이야기한다. 김두얼 교수는 전세계 대부분의 거래에서 통용되는 화폐,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dollar)화의 역사를 살펴보고 오늘날 달러가 세계경제에서 갖는 의미와 역할에 관해 설명한다. 달러화의 탄생, 은본위제와 금본위제,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든 브레턴우즈 협정, 달러와 금(gold) 사이에서 미국이 직면한 '트리핀 딜레마', 고정환율제의 포기, 변동환율제의 등장, 글로벌 금융위기와 인플레이션 등 통화와 관련된 세계경제사가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윤영휘 교수는 산업혁명의 명과 암에 관해 이야기한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된 이유와 함께 아동 노동, 가난한 노동자들이 밀집한 슬럼가, 환경 문제 등 급속한 산업화와 자본주의화가 초래한 어두운 이면이 함께 펼쳐진다. 이 시대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잠 잘 곳을 찾지 못해 끈 하나에 매달려 엎드리는 현실, 아동 노동의 참혹한 광경은 독자들에게 그 시대의 비극을더 생생하게 상기시킨다.





 





 



조영헌 교수는 중국 최대의 경제 도시 상하이를 파란만장한 중국 근현대사의 상징으로 소개한다. 상하이는 19세기부터 아편전쟁,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열강의 침략, 신해혁명, 국공합작과 상하이 쿠데타, 중일전쟁과 국공내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80년대 이후 개혁개방을 겪으며 이제는 중국의 미래를 상징하는 도시가 됐다. 이 책에서는 이 모든 과정과 상하이를 통해 퍼져나간 유행, 예술, 미디어 등 상하이의 문화사와 사회사도 함께 설명한다. 박현도 교수는 서구 강대국과 중동 산유국 간에 펼쳐지는 석유 패권 경쟁에 관해 이야기한다. 석유는 달러화만큼 현대 세계의 정치, 경제, 외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는 석유가 발견되어 세계 주요 에너지원이 된 과정,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석유 개발 역사, 미국과 사우디의 밀월 관계, 1970년대 오일 쇼크와 이란 혁명, 9.11 테러 이후 미국과 사우디 간에 생겨난 균열, 미국의 셰일 혁명, 미국, 중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에 새롭게 설정되는 관계 등 석유가 세계정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왜 미국, 영국 등 서구 강대국과 러시아, 중국이 중동에 접근하는지 그 과정을 다룬다. 석유 패권 경쟁도 김두얼 교수의 달러화 이야기처럼 일목요연하고 흥미롭게 소개된다.





김봉중 교수는 미국의 지하 세계를 장악한 가장 어둡고 잔인한 조직 '마피아'에 관해 이야기한다. 마피아는 인종차별과 함께 아메리칸 드림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마피아는 1920년대 금주법을 틈타 세력을 키우고 60~70년대까지 미국의 지하 경제를 잠식했다. 이 책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조직범죄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탈리아 마피아와 그 두목들(주제페 모렐로, 조 마세리아, 살바토레 마랜자노, 찰스 루치아노, 알 카포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마피아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로널드 레이건과 뉴욕 연방 검사장 루돌프 줄리아니에 의해 가까스로 그 세력이 크게 위축됐다. 박구병 교수는 멕시코와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에 관해 소개한다.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1949~1993)와 멕시코의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르도는 대형 마약 카르텔을 구축, 미국과 중남미 전체를 마약의 늪에 빠트렸다. 에스코바르의 사후 콜롬비아 마약범죄는 한풀 꺾인 양상이지만 멕시코에서는 여전히 마약 카르텔이 번창하며 잔인한 테러와 살인을 저지르며 엄청난 혼란과 비극을 초래했다. 박상준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흥하는 과정, 1980년대 버블 경제와 90년대부터 계속된 장기 침체, 디플레이션 등 현대 일본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은 경제학과 경제사를 전체적으로 설명하는 정통 경제 관련서는 아니다. 이 책은 돈, 금융과 관련된 세계사적 사건을 위주로 이야기한다. 미국 마피아와 라틴 아메리카 마약 카르텔 등 경제학과 경제사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는 자본주의 세계의 어두운 면도 조명한다. 그러나 몇몇 주제와 사건을 흥미 위주로 전달하는 것이 이 책의 유일한 역할은 아니다. 달러화의 역사, 석유 패권, 일본 버블 경제 등 세계경제에서 핵심을 이루는 중요한 흐름은 전문적 식견을 갖춰 매우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금본위제, 중앙은행, 브레턴우즈협정, 고정환율제, 트리핀 딜레마, 변동환율제, 영미 석유협약, 페트로달러, 오일쇼크, 이란혁명, 미국-사우디아라비아 관계, 플라자협정, 루브르협정, 버블경제, 디플레이션 등 세계경제사의 주요 키워드를 체계적이면서도 딱딱하지 않게 설명한다. 경제 관련 교과서와 여러 관련서를 읽어도 쉽게 파악하기 힘든 주제를 빠짐 없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역사적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대중교양서에도 저자들의 생각과 관점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박구병 교수는 멕시코에서 마약 카르텔이 번창한 원인이 1980~90년대 중남미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있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국경을 넘어서는 교역, 투자, 이민이 증가했으나 정부 역할이 축소되면서 치안 예산이 급감했다. 지방 정부는 공공 치안을 사설 경호업체, 심지어 자신들과 결탁한 갱단에 외주를 주기까지 했다. 인력 부족과 임금 정체에 시달린 경찰과 군인들이 범죄집단에 유혹을 받아마약 카르텔로 유입됐다고 설명한다. 김봉중 교수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로널드 레이건과 뉴욕 연방 검사 루돌프 줄리아니를 미국에서 마피아를 성공적으로 위축시킨 주역으로 언급한다. 강력한 법 집행과 질서에 힘을 실어주는 관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로서 저자들이 이런 견해와 관점을 밝힐수록 독자들에겐 해당 주제를 한번 더 생각해보고 깊이 이해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몇몇 대목은 좀 더 자세히 언급했으면하는 아쉬움이 있다. '벌거벗은 기축통화' 파트에서 1차 세계대전 이후 금본위제가 어떻게 대공황을 초래했는지 자세히 설명했으면 어땠을까. 이 파트에서는 2007~2010 월가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이 진행한 양적완화, '돈 풀기' 정책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초래됐다고 설명한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2022년의 인플레이션은 더 많은 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대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공급 측면의 원인도 언급했다면 더 자세한 설명이 되지 않았을까. '벌거벗은 석유 패권 전쟁'에서 저자는 셰일오일과 셰일가스가 미국에 에너지 부족 위기를 해소했다고 평가한다. '셰일 혁명'의 전망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그러나 셰일오일을 추출하는 수압파쇄법은 채취 과정에 첨가되는 독성 첨가제 때문에 지하수가 오염되고 지반이 침하되는 등 민감한 환경 이슈를 안고 있다.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개발 반대운동이 일어났고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는 큰 환경 이슈가 됐다. 셰일혁명을 소개하면서 이 점을 언급했으면 더 깊이 있는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수많은 사람이 재테크와 투자를 위해서, 공무원 시험과 고시 준비를 위해서 경제학과 경제 현상을 공부한다. 한편으로 사회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서 경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기도 한다. 왜 어떤 나라는 부강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왜 세계에는 풍부한 식량이 있는데도 수많은 사람이 굶주려야 하는가?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은 실용적 목적을 위한 책은 아니다. 전공자, 전문가로서 경제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기 위한 책도 아니다. 이 책은 수많은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 '경제 문맹인'들에게 역사와 경제에 흥미를 느끼고 더 깊이 공부하고 연구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책이다. 이 책처럼 달러, 석유, 일본 버블경제 등 세계경제의 중요한 이슈를 너무 어렵지도, 가볍지도 않게 적절한 난이도로 전달하는 책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경제와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겐 무언가 세상에 기여하는 구성원이 되겠다는 의지,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는 꿈이 있다.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은 이런 목표를 가진 독자들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한 줌의 소금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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