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미쭈미
  1.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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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상)
글쓴이
메이위저 저
쌤앤파커스
평균
별점9.5 (129)
쭈미쭈미

진짜 줄거리만 봐도 엄청나고 압도적인 스케일처럼 느껴지는데요.

내년 드라마가 기다려지더라고요

그렇게 금지옥엽으로 보살핌 받던 한 여인이 결국 주위사람들에 의해 한낱 권력 유지의 도구로 여겼다는 것을 느끼고 변화게 되는 이야기 인데 그 과정 속에서 엄청난 우여곡절들과 인물들간의 사건, 욕망 배신 등 참 섬세하면서도 속도감도 있고 스케일이 역시나 엄청나네요.

 

 

작가의 그 외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을만큼 간만에 너무 재미있는 소설을 만난 것 같아요.

 

 

어린시절 우리는 태후 마마의 지극한 총애를 등에 업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었다. 풋풋하던 시절의 말괄량이 계집아이도 세월과 더불어

점점 커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한 나는 눈물범벅이 된 어머니가 아무리 달래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이 빠져있을 때, 익숙한 두 팔이 뒤에서 나를 안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멍한 와중에 심장이 세차게도 뛰어대는데 온몸은 노곤히 힘이 빠졌다. " 자담!" 나는 곧 몸을 돌려 그의 품 안에 뛰어들며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냈다.

내 얼굴을 들어 올리고 시선을 내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 속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희미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낯선 남자의 느낌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망연하기도, 당황스럽기도, 또 달콤한 것 같았다.

" 네가 울면 내 마음이 아파." 그는 내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갖다대며 말했다. " 나는 아무가 웃는 모습을 보고싶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담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은 순간이었다.

자담, 그림 그리는거 보여줘

자담 우리 바둑 한판 더 둘까

자담 자담 자담..

황제 폐하와 사귀비 마마는 자담과 내가 친하게 지내는 것을 기꺼워하였다. 하지만 내 혼사에 관해서는 황제폐하가 정한 혼처라면 누구도 거역할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쯤 열다섯 살이되는지 더디게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했다. 이러다가 자담이 내가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사정을 모르는 황제폐하가 다른여인을 그의 비로 정하면 어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제 어머니를 잃었으니 그토록 큰 궁궐에 자담이 믿고 의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황제 폐하는 사 귀비( 몸이 약해 병을 달고 살며, 거문고를 벗삼아 지냈고, 폐하에게 미소 보이는일이 드물었다) 를 총애하고 어린 자담도 몹시 아끼는 한편, 고모를 존중하면서 두려워하였다.

황제는 귀애하는 비를 위해 황후를 냉대할 수 있어도 동궁의 지위를 쉬이 흔들 수는 없었다. 태자는 곧 국본이었다.

후궁은 제왕의 집안일이나, 조정 두 권신 가문의 힘겨루기는 나랏일이였다

사씨 가문과 왕씨 가문은 수년간 서로 맞서왔고, 황궁에서 고모의 최대 맞수도 사귀비였다.

사 귀비 마마가 돌아가신 후 자담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조서 하나에 궁 밖으로 쫓겨났다.

예법에 따라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삼년상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황실에서는 이 예법을 엄격히 지키지 않았다

대개 황자가 궁 안에서 석달 동안 상을 치르고 나면 일족 중 한 사람을 골라 황릉에서 나머지 기간 동안 상을 지키게 했다.

그러나 사 귀비의 국상을 치르고 나서 공포된 의지에 이르길, 자담이 효성이 깊어 황릉에 가서 어머니 삼년상을 치르겠노라

자청했다고 했다. 고모가 이토록 횡포를 부리리라곤 짐작조차 못 했다. 이미 오래전 부터 눈엣가시인 자담을 치워버리고 싶어 하던 고모는 사 귀비가 눈을 감자 더 이상 꺼릴 것이 없었다.

고모가 왕씨가 문의 딸을 자담에게 시집 보낼 뜻이 없고, 사귀비의 아들이 혼인을 통해 보호막을 얻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소양전에서 봉황관을 쓰고 있는 사람이 내 친고모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고모의 뜻에 어쩔수 없이 정략결혼을 하게 되고, 첫날 밤 변방의 반란소식에 급히 전쟁터로 떠나고 난 후

자신의 남편을 얼굴도 모른채 3년간의 시간을 보내게 되고, 하란잠 에게 납치를 당하게 된다.

아니야 그건 가짜~~~ 거기까지 말한 나는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었다. 하란잠이 홱 하고 내 턱을 그러쥐었기 때문이다.

하란잠은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며 내 귓가에 입술을 바짝갖다댔다 " 소기를 구하고 싶으냐? 나아먈로 참 궁금하군, 과연 소기가 목숨을 내걸고 '너'를 구하려고 할까?" 나는 거칠게 고개를 돌리며 하란잠의 손을 깨물었다. 하란잠은 통증을 참으며 반대쪽 손으로 나를 때렸다.

입안에 피비린내가 번졌다.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지자 하란잠이 나를 자신의 품에 가뒀다.

소기가 멀리 봉화대를 가리키며 단호하게 외쳤다

"공격해라 가차 없이 죽여라 ---"

그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고 벌벌떨려왔다. 그의 단호함 때문에, 또 냉혹함 과 무정함 때문에..

차라리 내 것을 잃을지언정 적의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참 대단한 인물 납시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왕비 바로 나였다.

그는 나의 안위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은 것이다

" 너까지 가차 없이 죽이려 드는군 .." 악랄한 웃음을 담아 원한 섞인 말을 내뱉었다.

" 역시 넌 소기가 세도가를 구슬릴 목적으로 택한 장기짝일뿐이었어

살려서 구해내든 죽여서 구해내든 상관없다는거지 ! "

그가 내뱉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맹독이 묻은 날카로운 침 처럼 가슴한복판을 찔러왔다.

맞는 말이다.

문득 눈앞이 흐릿해져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았다.

3년만의 첫 만남이 하필 이런 식이라니...

그는 나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왕비? 아내 아니면 그저 장기짝??

 

나는 그가 한 말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이 모두가 거지이라고

반박할 허점을 찾으려 했다

그럴리도 , 감히 그럴 수도 없었다

아버지와 고모 다른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그들이 나를 속일 수 있단 말인가? 나를 속이고 이용하고 지금까지도 내게 숨겨 모든 잘못을 소기에게 떠넘겼다. 내가 영원히 외로움과 원망과 분노에 사로잡힌 채

또 하나의 고모가 되어 곁에 가까운 사람 하나 없이 그저 가족에게만 기대고 충성하며 내 평생을 가문에 바치게 만들 작정이었던 것이다.

나는 더이상 발악할 기운이 없어 생기라곤 없는 인형처럼 그의 팔뚝에 늘어졌다.

한기가 슬금슬금 살갗을 타고 올랐다. 셀수 없이 많은 차디찬 촉수가 가슴속에서 촘촘히 자라나 온몸을 뒤덮을 정도로 기어올라...

그의 동공이 갑자기 수축되면서 서늘한 한기가 뻗어져 나오는 사이로 숨길 수 없는 고통을 내비쳤다

"당신 눈에는 내가 그토록 형편 없는 사람이었소?"

나는 "왕야는 일세의 영웅시지요. 소첩이 제멋대로 왕야를 평생 의지할 낭군으로 생각했습니다."

" 아무 그 입 닥치시오! 이 세상에서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 하나 뿐인데, 이제 당신마저 나를 원수 보듯 하는구려."

 

 

 

읽으면서 작가의 운필력에 몰입도가 엄청났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문장 하나하나

확확 너무 와닿았고 영화보고는 것 같았다. 꼬일대로 꼬였지만 그래도 일편단심이고 듬직한 소기 !

줄다리기하듯 권력과 사랑이야기가 너무나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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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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