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수정

핸드폰에 있던 것들이 모두 날라가 버렸다. 손발이 꽁꽁묶인것도 아닌데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영혼마저 갈아넣었는지 머릿속까지 하얘진다. 빈 껍데기인양 허적허적 걸어 출근한다. 육신은 멀쩡해도 분명 허울뿐이다. 핸드폰에 무얼 저장했더라? 부모님 전화번호도 기억이 안 난다. 야경이 멋지다고 하루 전에 눌러댄 화성행궁 사진도 온데간데없다. 친척 결혼식장에서 인사를 하다가 스스륵 툭 떨어드렸을 뿐인데 이런 사달이 난 것이다.

어느 날엔가 문명이랍시고 나타난 핸드폰. 시나브로 일거수일투족을 담당하더니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었다. 시시때때 안위를 물어야 하는 까탈스러운 껌딱지가 되었다. 얼굴에 때가 묻었나 보고 시시때때로 반질반질 닦아주는 시중을 들어야 한다. 소리의 크기는 적정한지 밝기는 좋은지 조정 버튼을 눌러 주어야 한다. 벌떡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라는 알람 소리 명령을 거역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음악이 아침잠을 잘 깨워줄지 수년간의 임상실험을 끝냈기 때문이다. 본드 붙인 듯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간신히 들여올려 맨 처음 마주하는 것은 살붙이고 사는 짝궁도 아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도 아니다. 쥐 죽은 듯 시커멓게 협탁위에 앉아 밤을 꼴딱 새운 핸드폰이다. 하루 일정 확인도 예전 같으면 다이어리를 펼쳐보지만 이제는 핸드폰이 알려준다. 오늘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해야하는 날이다. 하루 전에 문자로 알려주는 반납일을 어기면 일정기간 대출이 정지되니 반납일을 지켜야 한다. 최민자 작가의 “사이에 대하여”를 쇼핑백에 넣어 현관에 둔다. 글쓰기 수업 시간에 소개받은 최민자 작가의 다른 글이 궁금해서 빌려온 수필집이다. 많은 지식들과 생활의 경험을 녹여 수필을 써가는 모습이 마냥 부러웠던 책이다. 매일의 일정들과 다르게 진행되는 그날 그날의 이벤트는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한다. 진도 나가는 작품의 음원을 다운로드해 귀에 걸고 운동을 간다. 모르는 동작을 영상 찍어온 날은 수도 없이 반복하며 들여다본다.

너인지 나인지 일심동체로 살던 폰이 없으니 이제 어쩐담. 폰 없이 살던 시기로 시간을 되짚어본다. 아침 기상은 시계 알람을 쓰면 될 터이고, 일정 메모는 수첩을 챙겨본다. 버스는 어떻게 타야 하지? 부랴부랴 플라스틱 카드를 찾아 카드지갑에 넣는다. 핸드폰 노트가 없으니 손으로 수첩에 쓴 메모는 괴발 세발 내 글씨 나도 못 알아보겠다. 아날로그에 편안함이 있다는 경험도 해본다. 밀착되지 않는 기계와의 소통이 좌불안석이었는지 아이러니하게도 평온함이 좋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던 카톡도 조용해지니 할 일이 없다. 이모티콘으로 수없이 했던 감정 표현도 잠시 쉬어본다. 감정 소통도 기계가 해준 걸 보니 핸드폰은 소지품이 아니라 분신이었나보다. 외출할 때 매번 잊어버리고 나가 되돌아오기 일수여도 애증인 양 모시고 살았는데 문명의 기술에 족쇄 채워진 모양이다. 아얏 소리 한 번 못하고 스스로 수갑차고 산다.

구매한 새 폰이 배달되었다. 사전 허락도 없이 없이 마구잡이로 오는 문자들속에 보이스 피싱은 없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도둑을 가려내느라 촉을 세워야 한다. 엄벙덤벙 묻어온 링크를 잘못 누르는 순간 해킹을 당할 수도 있다. 걸려오는 전화는 숫자로만 오니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받자마자 본론이었는데 여보세요로 예의를 다해본다. 다시 시작되는 만남인 양 새 연락처를 등록한다. 여기저기 거미줄 쳐두고 숨 쉬듯 소통하던 SNS도 다시 연결한다. 폰없는 한나절의 해프닝으로 잠깐 디뎌보았던 아날로그 세상은 이제 없는 듯 미친 듯이 앱을 깔고 부서진 집들을 한 채 한 채 복구해 나간다.

핸드폰 없는 한나절

핸드폰이 초기화되었다. 사지가 잘려나간 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영혼마저 갈아넣었는지 머릿속까지 하얘진다. 빈 껍데기인양 허적허적 걸어 출근한다. 육신은 멀쩡해도 분명 허울뿐이다. 핸드폰에 무얼 저장했더라? 부모님 전화번호도 기억이 안 난다. 야경이 멋지다고 하루 전에 눌러댄 화성행궁 사진도 온데간데없다. 친척 결혼식장에서 인사를 하다가 스스륵 툭 떨어드렸을 뿐인데 이런 사달이 난 것이다.

어느 날에 나타난 핸드폰. 시나브로 일거수일투족을 담당하더니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었다. 시시때때 안위를 물어야 하는 까탈스러운 껌딱지가 되었다. 얼굴에 때가 묻었나 보고 시시때때로 반질반질 닦아주는 시중을 들어야 한다. 소리의 크기는 적정한지 밝기는 좋은지 조정 버튼을 눌러 주어야 한다. 벌떡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라는 알람 소리 명령을 거역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음악이 아침잠을 잘 깨워줄지 수년간의 임상실험을 끝냈기 때문이다. 본드 붙인 듯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간신히 들여올려 맨 처음 마주하는 것은 살붙이고 사는 짝궁도 아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도 아니다. 하루 일정 확인도 예전 같으면 다이어리를 펼쳐보지만 이제는 핸드폰이 알려준다. 오늘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해야하는 날이다. 하루 전에 문자로 알려주는 반납일을 어기면 일정기간 대출이 정지되니 반납일을 지켜야 한다. 최민자 작가의 “사이에 대하여”를 쇼핑백에 넣어 현관에 둔다. 글쓰기 수업 시간에 소개받은 최민자 작가의 다른 글이 궁금해서 빌려온 수필집이다. 많은 지식들과 생활의 경험을 녹여 수필을 써가는 모습이 마냥 부러웠던 책이다. 매일의 일정들과 다르게 진행되는 그날 그날의 이벤트는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한다. 진도 나가는 작품의 음원을 다운로드해 귀에 걸고 운동을 간다. 모르는 동작을 영상 찍어온 날은 수도 없이 반복하며 들여다본다.

너인지 나인지 모르고 살던 폰이 없으니 이제 어쩐담. 폰 없이 살던 시기로 시간을 되짚어본다. 아침 기상은 시계 알람을 쓰면 될 터이고, 일정 메모는 수첩을 챙겨본다. 버스는 어떻게 타야 하지? 부랴부랴 플라스틱 카드를 찾아 카드지갑에 넣는다. 핸드폰 노트가 없으니 손으로 수첩에 쓴 메모는 괴발 세발 내 글씨 나도 못 알아보겠다. 아날로그에 편안함이 있다는 경험도 해본다. 밀착되지 않는 기계와의 소통이 좌불안석이었는지 아이러니하게도 평온함이 좋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던 카톡도 조용해지니 할 일이 없다. 이모티콘으로 수없이 했던 감정 표현도 잠시 쉬어본다. 감정 소통도 기계가 해준 걸 보니 핸드폰은 소지품이 아니라 분신이었나보다. 외출할 때 매번 잊어버리고 나가 되돌아오기 일수여도 애증인 양 모시고 살았는데 문명의 기술에 족쇄 채워진 모양이다. 아얏 소리 한 번 못하고 스스로 수갑차고 산다.

구매한 새 폰이 배달되었다. 사전 허락도 없이 없이 마구잡이로 오는 문자들속에 보이스 피싱은 없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도둑을 가려내느라 촉을 세워야 한다. 엄벙덤벙 묻어온 링크를 잘못 누르는 순간 해킹을 당할 수도 있다. 걸려오는 전화는 숫자로만 오니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받자마자 본론이었는데 여보세요로 예의를 다해본다. 다시 시작되는 만남인 양 새 연락처를 등록한다. 여기저기 거미줄 쳐두고 숨 쉬듯 소통하던 SNS도 다시 연결한다. 폰없는 한나절의 해프닝으로 잠깐 디뎌보았던 아날로그 세상은 이제 없는 듯 미친 듯이 앱을 깔고 부서진 집들을 한 채 한 채 복구해 나간다.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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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초기화의 불편이야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니 역설적으로 헤방감을 썼어야했다. 방향설정이 잘못되었다.

-뻰거핸드폰이 스멀스멀 죽어간다.

여태것 여기 살았고 앞으로도 쭈욱 살 것 같은 온라인 세상이다.

-첨삭

한나절-시간을 명시한다는 것은 정신적의미와도 깊은 관게가 있다.1일이나 2일이나 다 같다.빼자

초기화라는 유식한 단어는 감각적으로 약하다. 핸드폰의 모든 것이 날아가버렸다.

사지가 -너무 강 , 약하것으로

영혼마저 갈아넣었는지 머릿속까지 하얘진다-앞의 문장과 중복

화성행궁만 있나?없어져서는 안될 특별한것 쓰기

문명이랍시고 삭제

반질반질 닦아주는것 -방도 반질반질닦는다

쥐죽은 듯 시커멓게 -과도 .이미 핸드폰인지 다 안다

일심동체-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