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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치는다람쥐
  1. 내가 읽은 책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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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에서 보낸 하루
글쓴이
김향금 저
라임
평균
별점9.1 (16)
타자치는다람쥐

 

 

 딱 하루, 1930년대 경성을 둘러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일제의 탄압에 눈물짓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개화기 신문물에 갈 곳을 잃은 조선. 분명 괴롭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누군가는 그 와중에 부를 축적하여 신선놀음을 하고 또 누군가는 개혁을 꿈꿨다.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그늘에서도 독립운동이 끊이지 않고,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등장하여 새로운 유행을 이끌며 여성이 배움에 눈을 떴던 시대. 이미 사라진 그 시절의 경성이 마치 하나의 생명처럼 살아 숨 쉰다. 그럼, 1934년 즈음의 경성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출발하기에 앞서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시길!

 

<경성역>, 사진 출처: 영화 모던보이

 

 <조선총독부 청사>, 사진 출처: 영화 모던보이

 

 이미 눈치챘겠지만 <경성에서 보낸 하루>는 무박 1일로 둘러본 경성 여행담이다. 지독한 안개가 남산과 북악산 그리고 경성역마저 꿀꺽 삼켜버린 이른 새벽, 이 특별한 여행은 시작된다. 일본이나 중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경성역. 이런, 일제의 치졸한 손길이 여기까지 미치다니! 부산은 아래 지방이니 분명 하행이 맞거늘, 도쿄를 기준으로 하여 부산은 상행, 평양은 하행이란다. 분한 마음으로 밖에 나서니 사극에서 많이 봤던 조선 시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경복궁의 정문이었던 광화문이 동쪽으로 옮겨지고 경복궁 내 그 많던 전각들이 죄 헐린 채 남은 곳이라곤 손에 꼽을 정도다. 일본이 조선총독부라는 서양식 건물을 근정전 앞에 턱 하니 지어 이 나라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도둑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파렴치하고 천인공노한 족속들. 서대문 형무소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며 신음할 독립투사들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났다. 일본은 토지를 신고하게 하여 세금을 2배로 부과하고 배움에 어두워 미처 신고하지 못한 백성의 땅은 무연고 처리하여 헐값에 팔아넘겼다. 졸지에 땅을 잃은 조선인은 밥벌이를 찾아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뜨고 일본은 부족한 쌀을 수급하겠다며 조선에서 쌀 한 톨까지 쓸어가니 정작 농사지은 농민은 쌀밥 한 번 먹을 수가 없다. 일제의 만행이야 굳이 입 아프게 떠들지 않아도 다들 잘 알 테지만 직접 보고 체험하니, 너무나 치욕스럽고 속이 상해 차마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속이 상할 대로 상하지만 경성 여행이 이렇게 쓰리고 따갑기만 하다면 전혀 즐겁지 않을 터, 의외로 유쾌하고 즐거운 구석도 있더라.

 

 <미츠코시 백화점 옥상 정원>, 사진 출처: 영화 모던보이

 

 '경성' 하면 떠오르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모던 보이와 모던 걸. 문학을 논하는 멋진 지식층의 모던 보이들도 있으나 생각 없이 사는 부잣집 도련님 혹은 있는 체하는 가난한 청년들도 많다는데, 경성우편국 바로 옆 본정 거리에는 그런 청춘들이 모여 유희를 즐긴다. '못된 보이, 못된 걸'이라고도 불리던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은 당대의 패션 리더이자 젊은 소비층이다. 지금 봐도 참으로 매력적이니 말할 것도 없이 선망의 대상이었겠지! 조선인은 어디서 쇼핑을 했을까? 세상에. 그 시절에도 백화점이 있다. 게다가 주인이 조선인? 종로에 문을 연 화신 백화점은 경성의 명소가 되어 지방 사람이 꼭 들르는 명소라고 한다. 무용수 최승희는 또 어떠한가? 인도네시아의 마타 하리처럼 요염하여 뭇 남성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구나. 한편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신여성으로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이 글을 즐겁게 읽고 있다면, 분명 당신은 경성에 반한 것이다! 그리고 <경성에서 보낸 하루>를 꼭 읽어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 담아낸 이야기와 감정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마음의 반의반에도 못 미치니 그 감동과 재미 그리고 울화통 치미는 일제의 만행을 직접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 경성역에서 출발한 이 여정은 땅거미가 찾아든 밤, 경성역으로 돌아오며 끝이 난다. 총 11개의 큰 가지로 이뤄진 여행기는 시작하는 장마다 경성의 약도와 현재 위치를 알려주며 낙오자가 없도록 이끌어주는데, 혹시라도 이해하지 못할까 봐 각종 사진과 자료를 덧붙여 설명해주니 찰떡같이 쏙쏙 알아들으며 너무 재미있어 자꾸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그렇게 바삐 경성을 노닐던 발길이 어느덧 다시 경성역에 닿았을 때, 딱 하루만 허락되었던 경성 여행이 끝났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학창 시절, 국사책 맨 끝에 있던 근대사는 대충 넘어가는 분위기라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근대사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경성에서 보낸 하루>를 교과서 삼아 공부하면 다들 조선 근대사 척척박사가 될 거다. 암울하고 억울했던 그 시절,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 투성이었지만, 경성에서 반짝인 뜻깊은 발자취와 변화의 물결에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웃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조선 근대사는 꼭 <경성에서 보낸 하루>로! 강력추천!


★ 덧붙이는 글 (오타 발견)★
p179 첫째줄: 일본이 남학생이 우리나라 여학생을...
                 → '일본인 남학생' 혹은 '일본 남학생'으로 고쳐야 할 듯 ^^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조선에서 보낸 하루> - 김향금 작가의 전작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인생> - 이 책을 읽으며 신여성, 나혜석에게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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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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