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 서평

타자치는다람쥐
- 작성일
- 2021.3.15
보통의 노을
- 글쓴이
- 이희영 저
자음과모음
제목: 보통의 노을
글쓴이: 이희영
펴낸 곳: 자음과모음
청소년기에 함께 살 가족을 선택할 수 있다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던 소설 《페인트》의 작가 이희영. 그녀가 이번엔 가슴 뭉클한 가족애, 우정, 따스한 인정이 스민 멋진 성장 소설로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16살에 홀로 아들을 낳아 이를 악물고 버텨내며 자리 잡은 노을이 엄마, 지혜. 그런 엄마를 위해 엇나가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18살 노을이. '짜장짬봉집'의 막내딸이자 노을이와 6년 지기인 여자 사람 친구 성하. 노을이 엄마를 5년 동안 짝사랑하며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은 성하의 오빠 성빈. 몸이 약해 괴롭힘을 당하지만 공부만은 탑 클래스인, 노을이의 친구 동우. 노을이에게 인생의 큰 교훈을 전해주는 '짜장짬봉집' 성은이의 아버지. 현실의 모든 근심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이들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하모니에 푹 빠져들게 된다.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
이 책엔 소위 막장 드라마의 감초 역할인 악한 사람이나 미친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극한으로 치닫지 않아도 유쾌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다면 그 작가는 이미 상당히 성공한 셈! 이희영 작가 역시 그렇다. 가족과 의절하면서까지 자식을 지켜낸 지혜. 그녀는 쥬얼리 공예로 억척스럽게 생계를 꾸려가며 노을이를 키웠다. 엄마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노을이는 바른 아이로 잘 자라주었다. 세상이 혹여 미혼모로 자신을 낳아 키운 엄마를 손가락질할까 봐 눈에 불을 켜는 노을이는 상남자다. 하지만 이런 상남자에게도 천적이 있으니, 그건 바로 단짝 친구 성하. 이성 친구인 노을이와 성하가 빚어내는 캐미가 상당하다. '쟤네 이러다 사귀는 거 아니야?'라고 내심 기대하게 만들지만, 볼수록 알쏭달쏭한 두 녀석.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선하고 인정 넘치는 건 아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보통의 평범한 인간성과 의리, 인정이 이 시대엔 참으로 귀한 따스함이 아닐까 싶다. 한때 큰 중국집을 운영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성하 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연과 그가 넋두리처럼 털어놓는 인생의 조언은 오래도록 귓가를 맴돌며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빈틈없이 딱 들어맞는 퍼즐을 채워 넣듯, 모든 인물과 사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이 소설. 마지막 마침표를 마주하는 순간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세상은 절대 객관식 문제가 될 수 없다.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란 뜻이다.
...
남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있어야 하고 이뤄야 한다는 것 말이다.
시선만 달리하면 전혀 중요하지 않거든.
때에 따라서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만도 못한 것일 수도 있어.
《보통의 노을》 중에서...
누군가는 청소년 성장소설을 시시하다고 한다. 개인의 취향이므로 얼마든지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이런 성장소설은 비단 자라나는 아이들만이 아닌, 마음이 여리고 아직 덜 여문 성인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쉽게 상처받고 아파하는 우리 마음에 빨간약을 발라줄 존재라고 할까? 《보통의 노을》을 읽다 보면 우리가 인생에서 간절히 바라며 좇는 행복이 무얼까 고민하게 된다. 인상 찌푸린 세상의 이목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인생을 꼭 함께하고 싶은 사람.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우정. 자신의 선택에 관한 확신. 부모와 자식이라는 존재. 형제와 친구라는 존재. 어쩌면 우리는 이미 행복을 손에 쥐고 있을지 모른다. 툴툴거리며 엄마를 걱정하는 노을이와 함께 지켜본 그들의 인생은 우리의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 책을 덮으며 소설 속 모두의 행복을 빌었다. 그리고 가슴을 따스하게 적신 싸르르함에 문득 보고 싶은 여러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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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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