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 서평

타자치는다람쥐
- 작성일
- 2021.7.11
마녀
- 글쓴이
- 알릭스 파레 저
미술문화
제목: 마녀 - 유혹과 저주의 미술사
<해시태그 아트북 2>
지은이: 알릭스 파레
옮긴이: 박아르마
펴낸 곳: 미술문화
마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툴두툴 두꺼비 같은 피부에 매부리코, 백발이 성성하고 등이 굽은 고약한 노파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상당히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백옥 같은 피부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젊고 매력적인 여인. 마녀의 모습은 추한 노파에서 차츰 아름답고 젊은 여성으로 변해왔다. 이건 뭐 마녀에게도 외모 지상주의가 적용된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지만, 마녀란 존재의 탄생과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인식 변화를 쭉 훑어보면 이런 현상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란 걸 알게 된다. 오늘은 마녀를 주제로 한 특별한 미술 서적을 만났다. 미술문화 출판사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해시태그 아트북 시리즈. 테마로 만나는 명화 갤러리란 모토로 시작한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주제가 바로 '마녀'다. <검정: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에 이어 이번에 만난 『마녀: 유혹과 저주의 미술사』까지 이 시리즈 참 괜찮네!
마녀는 언제 검은 옷을 입고 빗자루를 타게 됐을까?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마녀의 검은 옷과 빗자루. 하지만 마녀가 처음부터 이런 아이템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다. 고대부터 존재했던 마술과 달리 마법은 중세 말에 만들어졌다. 당시 사람들을 가혹한 대재난을 악마의 종파 때문이라 믿었고 최초의 마녀재판이 열렸을 때, 중세 삽화공들이 마녀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모습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마녀가 검은 옷을 입은 건 18세기 말이 되어서였다. 이때부터 검은색은 죽음의 색이 되었다.
마녀의 특징과 동물
앞서 말했듯이 마녀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무시무시한 노파와 젊고 관능적인 유혹자. 어떤 유형이든 마녀에게 꼭 필요한 필수 아이템은 동일했다. 빗자루와 막대기, 책과 주술서, 양초와 횃불, 솥, 두개골, 검은 뾰족 모자. 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녀에겐 여러 동반자가 있었다. 악마를 뜻하는 숫염소, 죽음을 뜻하는 뱀과 도마뱀 그리고 까마귀, 성과 잔인성을 뜻하는 검은 고양이, 죽음의 전령과 야행을 뜻하는 부엉이, 잔인성과 야행을 뜻하는 박쥐. 그 외에 다양한 괴물과 혼종 동물이 마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존재로 인식됐다고 한다.
이 책 『마녀: 유혹과 저주의 미술사』는 다른 미술 서적에서는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제가 마녀인 작품만 모았으니 희소가치가 뛰어날 수밖에! 기원전 6세기 이후 그리스 항아리에 등장하는 키르케를 시작으로 시대순으로 작품 해설이 이어진다. 종교 재판, 당시 예언적이고 초자연적이라 여겨졌던 자연 현상, 마녀사냥의 역사, 상상으로 꾸며낸 마녀 집회의 모습, 마녀가 등장하는 문학 작품, 마녀와 페미니즘, 팜 파탈 등 마녀와 관련된 거의 모든 역사적 사실을 간략하게 담고 있는 이 책은 정말 매력적! 노파들이 가진 자유와 오랜 연륜에서 비롯된 지혜는 여성을 감시받아 마땅한 존재로 치부했던 남성을 공포에 떨게 했고 이는 곧 노파들을 상대로 한 마녀사냥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런, 못난 놈들!) 일본 전설에 등장하는 위험한 마녀이자 전설 속 공주 다키야샤와 러시아와 동유럽 동화에 등장하는 아이를 잡아먹는 흉측한 노파, 바바 야가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명화를 감상하며 차근차근 읽는 마녀 연대기가 어찌나 재밌던지, 흑마술을 부리거나 악의 기운을 숭배할 생각은 없지만 이 흥미로운 존재에 관해 더 알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불타오른 시간이었다. 마녀를 주제로 한 작품이 이토록 많을 줄이야! 이 책이 아니었다면 꿈에도 몰랐을 신선하고 충격적인 작품들. 이 특별한 만남에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 가슴이 지금도 쉬이 잦아들지 않는다.
미술문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진진한 내용에 홀딱 반한 채 작성한 리뷰입니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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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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