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 서평

타자치는다람쥐
- 작성일
- 2022.2.17
볼 영화 없는 날
- 글쓴이
- 김수진 외 2명
서해문집
제목: 볼 영화 없는 날
지은이: 김수진, 김시원, 황고운 / 해설: 손희정
펴낸 곳: 서해문집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자리 잡았다. 남녀평등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페미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또 어떤 노력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좀 막연하고 막막했다. 분명 나와 같은 느낌을 받는 분이 많을 거다. 모든 걸 책을 통해 배우는 나는 이번에도 페미니즘에 관해 책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객관적인 판단과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과격하고 심오한 책은 피해야 했다. 어떤 책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눈에 띈 서해문집의 《볼 영화 없는 날》. 영화를 통해 페미니즘에 편안하게 다가가는 책이다.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아 흥행한 영화들에 차별, 편견, 혐오가 끊임없이 버젓이 재현되는 요즘. 이 책은 성평등 알고리즘으로 '불편하지 않은' 영화 17편을 선정하여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살펴본다.
용기 있게 마주해야 할 불편한 진실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페미니즘 영화관의 첫 작품은 <벌새>다. 위태롭지만 또 특별한 것 없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중학생 은희는 물리적 폭력과 무관심 속에 홀로 방치된다. 공부 못 한다며 욕하는 아빠, 오빠만 싸고도는 엄마, 폭력을 행사하는 오빠. 무시하고 피하고 대들어도 봤지만, 은희는 이내 지쳐 무력감에 주저앉는다. 그런 은희는 중2병이 한창인 날라리라기보다 오히려 벌새에 가까워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살기 위해 1초에 90번 날개를 파닥여야 하는 벌새.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 작은 날갯짓은 헤매고 부딪히고 상처받는다. 꼭 은희처럼. 여기까지만 보면 상당히 불편하고 억울한 영화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은희의 숨 막히고 울적한 일상에 제대로 된 어른 '영지' 선생님이 나타나며 상황은 반전된다. '선생님은 자기가 싫어진 적이 있으세요?' 그 질문에 영지는 이렇게 답한다. 자기를 좋아하기 전까진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고. 자신이 싫어질 땐 그 마음을 들여다보며 지금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모두의 인생에 이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세상은 아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은희는 영지를 통해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자기가 처한 부당한 상황이 자기 잘못이 아님을 깨닫는다.
'가족'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우리집>. 임산과 출산은 축복이지만, 육아는 행복한 지옥이자 고독한 싸움이란 걸 여실히 보여준 <툴리>는 놀라운 깜짝 반전이 있으니 꼭 사전 정보 없이 시청하시길 바란다. 육아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여성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 남과 여라는 성별 이분법이 과연 최선인지 고민해보게 하는 <톰보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게 해주는 <아이 필 프리티>, 뿌리 깊은 과학계의 성차별적 인식을 뒤흔든 <히든 피겨스>. 무심코 주고받는 사소한 표현 속에 녹아 있는 차별을 그냥 넘기지 말자. 페미니즘은 여성이 힘을 독차지하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역자가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강자와 약자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게 목표. 이 책을 통해 그간 조금 어색하고 멀게 느껴졌던 '페미니즘'의 정의를 확실히 알게 된 듯하다. 10명의 페미니스트가 있다면, 10가지 페미니즘이 있다고 말할 만큼 다양한 페미니즘이 존재한다. 그 형태와 방법이 모두 다를지언정, 진짜 원하는 것은 차별이 아닌 평등임을 직시하고 나만의 올바른 페미니즘을 펼쳐보자. (역차별은 절대 금지!) 그 모든 순간에 든든한 동지가 되어 줄 불편하지 않은 페미니즘책 《볼 영화 없는 날》. 여성의 인권과 진정한 평등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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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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