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리뷰 제목을 ‘갈등’이라고 써놓고 나서 갈등했습니다.

‘갈등’이란 제목으로 포스팅 한 건할까? 말까? 제목은 갈등으로 할까? 아님 다른 것으로? 그러다가 요즘 골드미스들이 다른 책 사이에 끼워서 슬쩍 사갈지도 모르는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를 패러디해서 제목을 붙여 봤습니다.

 

사는 것 자체가 갈등의 연속입니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직장인들이 가장 갈등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Survey에 나온 자료인데..“점심때 뭘 먹지?” 가 가장 큰 갈등이라고 합니다. 아니러니 하지요? 역시 먹고 사는 것이 중요 하긴 하네요.. 그래서 이를 간파한 오피스타운에는 ‘가정식 백반’집이 여럿 있습니다. 이 집의 특징은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주는 대로 먹는 겁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지요. 식당이름은 집에서 빌려갔지만, 사실 집에서 반찬 투정하는 겁 없는 남편들은 밖에서 배워 집으로 가져가야 합니다. 주는 대로 먹기 말입니다.

 

 

갈등이란 단어는 영어로 conflict, 한자로는 갈(葛=칡 갈), 등(藤=등나무 등)입니다. 칡덩굴이나 등나무 덩굴은 스스로 땅위를 기어오르지 못하고 반드시 옆의 지지대를 이용해야만 하늘을 향해 오를 수가 있습니다. 주변에 기어오를 것이 없으면 오로지 낮은 포복만을 하게 되지요. 은둔형 외톨이가 태어나는 겁니다. 칡은 오른쪽으로 감아 도는 습성이 있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그리합니다. 묘하지요? 웬수는 등을 돌려야하는데, 서로 꽈배기처럼 휘어 감는 것은 또 무슨 situation 인지요?

 

웬수가 없으면 편할까요? 살맛나는 세상 될까요? 천만에요. 그렇게 되면 아마도 내안의 나와 싸우다가 날 새겠지요. 이렇게 생각하십시다. 웬수는 나를 훈련시키는 멘토 라고 말입니다. 웬수 덕분에 내가 참는 훈련도 하고, 머리도 굴리게 되고..때로는 한바탕 고함도 질러보고..극기 훈련이 따로 없지요. 적당한 긴장감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파수꾼 역할을 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웬수도 필요하다.”

 

좀 더 날이 풀리면, 등나무에 기대고 앉아 갈근차를 마시렵니다.

갈근차는 몸살, 감기, 두통, 소화불량에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