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이야기

그림자장수

공개여부
작성일: 2015.4.8

2008년 3월,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 놀라운 물건이 등장한다. 일본 가마쿠라 막부 시절 조작가로 알려진 운케이(運慶)의 "목조대일여래좌상"이 그것이다.

운케이는 일본 12세기 말을 상징하는 위대한 예술가로 그의 작품 12점이 모두 일본 내에서 국보 또는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 일본 외로 유출되어 경매로 나왔으니 그 충격은 상당했다. 일본에서 1만 3천 여명의 경매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기까지 했으니까...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한 폐사된 절에서 발견된 이 불상을 한 고미술상이 상당히 싼 가격에 2000년 외국계 회사를 다니는 40대 일본인에게 팔았다. 그런데 이후 문화재 전문의원이 지적하길 "아무래도 사라진 작품이 운케이의 것인 듯하다."라 한 것이다.

결국 소문이 커지자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전문가가 파견되어 공개적으로 조사에 들어갔고 운케이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과 함께 X레이를 통해 부처상 안에는 소형 탑 2점과 수정 구슬 한 점이 봉인되어 있다는 것까지 밝혀졌다. 이제 불상은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기탁 전시되면서 국가 지정 문화재가 되는 수순이었는데...

금액에서 소장가와 박물관 사이 틀어져 버린다.

소장가는 8억 엔.. 우리 돈으로 80억을 불렀고 문화청은 최대 3억 엔이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협상 과정에서 4억 엔으로 올리지만.. 이미 소장가의 기분을 돌리기에는 선을 넘어 버렸다.

국외 반출이 불허되는 지정 문화재가 아닌 관계로 뉴욕으로 옮겨진 이 물건은 크리스티 경매로 출품된다. 정부와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미 소장가와 크리스티간에 짜맞춘 계획이었을 것이다.

크리스티 추정 경매가는 150만~200만 달러... 즉 20억 내외였다. 물론 80억을 원하는 소장가가 이 가격을 만족하지는 않았을테다. 경매가를 낮춤으로서 많은 고객들이 경매에 참여하게 만드는 작전이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경매에 참여하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했으나 선례를 주면 안된다는 이유로 철회되었고 이제 경매는 시작된다.

가격이 계속하여 높아지는데... 미국인 개인 수장가와 일본 재벌인 미츠코시의 양 대결로 좁혀진다. 둘이 경쟁적으로 끝없이 가격을 올리니.. 어느덧 추정 경매가를 훌쩍 넘고 이제는 소장가가 원하던 8억 엔도 넘어 버렸다.

최종 결과는 미츠코시의 승리였다. 낙찰가 무려 1280만 달러(약 130억 원)...... 일본 역대 미술품 중 최고 가격을 수립한 것이다.

다만 미츠코시도 자신의 고객을 대신하여 경매에 참여한 것이었고....이 세계 룰에 따라 본래 고객 정보를 알리지 않기로 되어 있는 상황이다. 허나 여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구입한 단체가 직접 문부 과학성에서 기자 회견을 하기에 이른다. 주인공은 바로 진여원(真如苑)이라 불리는 신흥 불교 단체였다.

이로써 해프닝은 끝났다. 일본을 떠난 국보급 유물이 다시 일본인 손으로 돌아왔으니까.. 물론 그 가격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국보급이라고 하나.. 가격이 적절한가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다 우리처럼 일본도 자국 내 신흥 종교에 대한 반발심이 조금 있는 듯하다. 오죽하면 불상보다 진여원의 자금력에 대한 감탄 및 의심 등이 더 뉴스화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재는 국제적으로 어느정도 가격에 경매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