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

밀크티
- 작성일
- 2018.10.28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글쓴이
- 이다혜 저
위즈덤하우스
요즘은 누구나 매일 글을 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문학 작품을 쓰거나 평론을 올리는 등의 거창한
일이 아니다. 문자든 SNS든 일상적이고 짧은 글도 포함되는 것이다. 누구나 글을 쓰고 읽으며 지내지만, 여전히 마음 먹고 글을 쓰려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글쓰기를 점검하고, 글쓰기에 필요한 것을 떠올리며 배워가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이 책《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다혜. 2000년부터 <씨네21>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영화와 책에 대해 오십 곳이 넘는 간행물에 글을 썼고, 서른 곳이 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 출연 중이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는 제가 이십여 년간 경험한 글쓰기 시행착오의 기록이자 어렵게 발견한
방법론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가와카미 미에코의 대담집《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회고하는 신인 작가 시절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쓰지 못했다'라고 그는 당시를 떠올리는데요. 편집자에게 문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더니 들은 답이 이랬다고 합니다. "괜찮아요,
무라카미 씨. 다들 원고료 받아가면서 차차 좋아집니다." 돈을 받고 글을 쓰면서 누군가는 나 자신을 더 깎고 다듬어 하나뿐인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누군가는 세상과 나 사이에 다리를 놓습니다. 그 둘은 서로 달라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아진다고 믿습니다. (5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는다', 2장 '보고 읽은 것에 대해
쓰는 연습', 3장 '삶 가까이 글을 끌어당기기', 4장 '퇴고는 꼭 해야 합니다', 5장 '에세이스트가 되는 법', 6장 '이제 글을
써볼까'로 나뉜다. 경험을 살린 글쓰기, 소재 발전시키기, 주제 발전시키기, 타인에게 다정하게, 좋아하는 이에 대하여, 남의 시선으로 내 글
읽기, 긴 호흡의 글을 쓰는 방법,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은 로망, 에세이 시대의 글쓰기, 독자 타깃팅과 시장 분석에 대하여, 원고의 표지
만들기와 제안서 쓰는 법, 출판사나 매체 고르는 법, 접촉방법, 지치지 않고 글을 지속적으로 쓰려면, 글쓰기 전 생각을 정리해주는 8가지 질문
등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통해 저자의 입담을 들어보았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호감이
상승했다.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공감하며 웃음이 나기도 하고 마음에 확 와닿기도 한다. 그러면서 건져낼 노하우가 눈에 보인다.
여러 작가들을 인터뷰하며 알게 됐는데,
작가라고 해서 꼭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많이 읽는다고 좋은 글을 쓴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아예 안 읽는다면 애초에 멀쩡한 글을 쓸
확률이 낮아진다. 어휘력이 부족해지고, 가용한 문장의 형태가 단순해진다. 뿌리내리고 살 땅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나는 책을
읽는다. 사랑해 마지않지만 내 것이 될 수 없는 문장을 발견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쓴 글을 읽으며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기기도
한다. 이런 자기애는 글 쓰는 가장 큰 동력 중 하나다. (52쪽)
이 책은 첫인상보다 읽어나가면서 진가를 느낀 그런 책이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글쓰기 책 중 한
권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시선이 고정되고 새로이 알게 되는 것도 많아져서 인상적이다. 글쓰기가 쉬운 듯 어렵기도 하고, 어려운 듯
의외로 쉽기도 한 모습을 다양하게 맞닥뜨리는 기분이다. 특히 책과 영화의 리뷰에 대한 글은 마음에 쏙쏙 와닿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어떤 부분이 더 크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 부분을 정독하면 얻는 것이 더 풍성해질 것이다.
나는 내 글의 첫 독자다. 이것은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는 멋진 이유가 된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이 세상에 없어서 내가 쓴다. 남이 읽어주는 것은 그다음의 행복이다. 일단 쓰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쓰고자 하는 대로 써지지 않는 고통이 있고, 그래서 퍼붓는 노력이 있고, 더디지만 더 나은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간다. 남이 알기 전에, 그 매일이 충실한 나 자신이 먼저 안다. 나는 내 글의 첫 독자다. (133쪽)
이 문장에 글을 쓸 필요성을 느낀다. 왜 써야할지,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생각에 잠긴다. 글쓰기
책은 일단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글쓰기의 시작점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풀무질을 해줄
것이다. 글을 쓰고 싶게 하는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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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