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

밀크티
- 작성일
- 2012.12.12
역전! 야매요리 1
- 글쓴이
- 정다정 글,그림
재미주의
요리에 소질은 없지만 사람 먹을 만큼은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예전부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요리책을 즐겨보았다. 가장 먼저 실패의 쓴 맛을 보았던 때는 중학생 때. 책에 나온 그대로 하면 맛있는 요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완전 대실패였다. 가족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맛있는 것 먹게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요리가 진행될수록 후회는 짙어졌다. '그냥 조용히 혼자 만들고 나서 결과가 좋으면 같이 먹자고 할 걸~' 하며 후회를 했다. 맛! 역시 보장할 수 없었다. 역시 나는 요리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뼛 속 깊이 느끼게 된 사건이었다.
늘 나의 요리는 그랬다. 만드는 것은 할만했지만, 먹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이 책 표지의 말이 특히 눈에 쏙 들어왔다. 만드는 건 쉽다! 다만 먹기가 어려울 뿐! 이 책을 보면 '요리 그까이꺼 대~충~!' 하는 느낌이다. "요리 하는 거 어렵지 않아요~" 만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가도 차마 시도해보기 힘든 느낌이 든다. 특히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 산더미같은 설거지감에 완전 공감. 설거지가 귀찮아서 김밥 만들어 먹는 대신 김에 밥을 싸먹고, 누드김밥도 귀찮아서 안 만드는데.
요리책 속의 레시피는 현실과 많이 달랐다. 냉장고 속에는 없는 재료가 많고 레시피대로 했다고 맛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결국 설거지만 산더미처럼 쌓이고, 포기하기를 여러 차례. 그래서 이 책이 흥미로웠다.소금을 소금소금 뿌리고, 후추를 후추후추 뿌리라는 설명, 사실 뻔한 단어인 '적당히'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단어 선택이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으흐흐...크하하~" 오랜만에 웃어제끼며 책을 읽었다. 요리책을 보며 요리를 하면서, 하나 하나 실패율을 쌓아갔던 나의 과거가 오롯이 들어있는 느낌 때문이었다. "책에는 분명 이렇게 나왔는데, 내가 만드니 왜 이렇지?" 사진발이라고 생각되던 멋진 사진들 속에서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꼈고, 좌절감을 맛보았다. 하지만 여기에 나온 사진은 솔직했다. 내가 만들어도 그런 비주얼에 잔뜩 쌓인 설거지감을 만들 것 같은 생각. 그래서 감히 시도해보기 싫은 레시피들의 모음이다. 그래도 궁금한 생각이 들고, 의외로 맛있을 것 같은 생각에 눈길이 가는 음식도 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요리에 한걸음 다가가는 느낌이 들었다. 생활 속의 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것이 요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들처럼 잘 하는 요리만이 요리의 전부가 아니라, 좌충우돌 솔직담백 요리도 이렇게 공감하고 즐기면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책이 1권이니 다음 권에는 어떤 레시피와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정말 궁금해진다. 이왕이면 설거지감 많이 안나오고, 기름 안쓰는 편리한 요리 비법도 나오면 좋겠다. 맛은 보장되지 않아도 쉽게 한 번 따라해보고 싶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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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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