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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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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글쓴이
폴 칼라니티 저
흐름출판
평균
별점8.9 (541)
밀크티
누구에게나 한 번, 죽음은 찾아온다, 언젠가는. 하지만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누구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직접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하기에 결국은 남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영화나 소설, 아는 사람의 죽음 등으로 간접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주어진다. 이 책은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을 담고 있다. 이 책《숨결이 바람될 때》는 <뉴욕타임스>, 아마존 종합 1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 36개국에서 출간되었으며 2016년 최고의 화제작이기에 더욱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의사인 저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죽음 속에서 삶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는 자는


그것이 한때 숨결이었던 바람이란 걸 알게 된다.


새로운 이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오래된 이름은 이미 사라졌다.


세월은 육신을 쓰러뜨리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


독자여! 생전에 서둘러


영원으로 발길을 들여 놓으라.


- 브루크 풀크 그레빌 남작, <카엘리카 소네트 83번>


 


이 책의 저자는 폴 칼라니티.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문학과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그는 모든 학문의 교차점에 있는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 및 철학 과정을 이수한 뒤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에는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 병원으로 돌아와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며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는 등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무렵, 그에게 암이 찾아왔다. 의사이자 환자의 입장에서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보인 그는 약 2년간의 투병 기간 동안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Hoe Long Have I Got Left?)', '떠나기 전에(Before I Go)'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각각 <뉴욕 타임스>와 <스탠퍼드 메디신>에 기고했고, 독자들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3월, 아내 루시와 딸 엘리자베스 아카디아 등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 입원했던 어느 순간이 떠오른다. 갑작스런 이상에 응급실에 가서 잠을 설쳐가며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온 상태도 아니었는데, 의사가 잔뜩 겁을 주었다. 무언가 추정된다는 이상한 병명을 얼음장같이 차갑게 이야기했다. 놀라서 되묻는 어머니에게 무표정으로 다그치며 질문조차 못하게 단호하게 말을 끊어버렸다. 물론 직업상 그렇게 해야만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으리라고 생각은 했다. 몸의 이상보다는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던 기억이다. 눈물이 쏙 빠지게 암울했던 그 때를 떠올리면, 의사는 감정같은 건 서랍 속에 꽁꽁 숨겨두고 출근해야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에서 좀더 자유로워지며 인간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에 대한 태도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고, 그들도 자신의 문제가 되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의사인 폴 칼라니티 자신이 죽음에 대한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자기 자신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와 환자를 볼 때는 달라진다. 건강했을 때에는 환자를 볼 때 가족의 입장까지 배려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스스로의 문제가 되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죽음에 대한 태도까지도 말이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쉬고, 대사 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속수무책으로 살아간다. 죽음은 당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141쪽)


 


이 책은 빨리 읽히지 않는다. 읽다보면 마음이 뭉클해지고 속도가 더뎌진다.


습관적으로 속독을 하는 나는 이 책만은 도저히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인용된 문학작품의 예문들이 빛나서도 아니고 의사 수련 과정의 에피소드가 내가 경험했던 젊은 날의 수련과 같아서만도 아니었다.


-마종기(시인, 의사)


추천사에서도 이런 글이 있듯이, 습관적으로 속독을 하는 나 또한 이 책만은 유난히도 느리게 넘겨보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보아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루시 칼라니티의 에필로그를 보다보니 어렴풋이 가닥이 잡혔다. 이 책엔 중요한 것을 언급하기 위해 시간과 싸우며 글을 쓰는 사람의 절박함이 담겨있다. 폴은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과 대면했고 또 그것을 검토하고, 씨름하고, 수용했다. (254쪽) 그 절박함이 독자인 내게도 충분히 전해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편안한 죽음만이 최고의 죽음은 아니다. 삶 자체도 역경과 고난이 함께 하는 것이다. 삶의 자세와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는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며, 언제 죽음이 나를 덮쳐오더라도 능력껏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놓고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생각해본다. 폴 칼라니티는 아프면서도 환자를 보았다. 차분하게, 자신이 해야할 일 혹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삶을 소진했다.


 


죽는다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지만, 그로 인해 풍부한 경험과 사색을 하고 글을 써나갔다. 죽는 전 날까지도 말이다. 이 책은 의사의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이 가득 담겨있는 책이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생각의 폭이 달라진다. 제목부터 소재와 내용 모두 나를 휘어잡는 책이다. 한동안 여운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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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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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표사진

    큰산

    작성일
    2016.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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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크티

    작성일
    2016. 8. 30.

    @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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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강이숨트는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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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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