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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8.31
국자전
- 글쓴이
- 정은우 저
문학동네
‘국자전’은 문학동네 투고함에서 발굴된 첫 연재 작품이라고 한다. 북클럽 문학동네 티저북 서평단으로 출간 전 국자전의 일부분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는데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운 소재를 담고 있다.
- 국자는 아홉 살에 첫사랑을 만났고, 열 살에 고아가 되었다. 순식간에 모든 걸 잃어버렸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녀는 그 순간을 잊지 않았다.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기억하기로 했다. 가능하면 빠짐없이. (p. 28)
- 적합 판정만 받는다면 기능력직 공무원이 되어 출세가도를 달리거나 누구보다 빛나는 영웅이 될 수도 있었다. 타고난 능력이 없어서 노력해야 한다니, 비능력자 일반인들은 능력자들을 맹렬하게 부러워하고 선망했다. 남은 질투와 자기 혐오의 찌꺼기들은 고이지 않고 흘러갔다. 그 끔찍한 감정들의 종착지는 분명했다. (p. 47)
초능력을 가진 능력자와 비능력자로로 구성된 20세기의 대한민국, 초능력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은 국민학교 졸업 시 다중능력검사를 받아야 했다. 초능력자들 중 적합 판정을 받은 영웅은 기능력직 공무원으로 뽑혀 부와 명예가 보장된 삶을 살아가게 되고, 능력자이지만 공직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으면 국가를 위협할 반동으로 분류되어 부적합판정자라는 이유 만으로 문제아 취급을 받으며 지내야 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일을 구하기 어려웠다.
- 영웅은 국가에서 고르는 도구였다. 기능력직 공무원으로 뽑힌들 시시콜콜 반발하거나 친정부적이지 않으면 도구로 적합하지 않았다. 국가는 위험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국자는 텔레비전에 영웅이라며 몇몇 기능력직 공무원들이 나올 때마다 채널을 돌렸다. 그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의심 하나 없이 환한 그들의 미소가 불편했다. 국자는 반장의 확신이 깨지지 않길 바랐다. 확신을 소망에서 비롯하고, 소망은 아무리 강력해도 언제든 허상처럼 흩어질 수 있었다. 그러니 어떤 확신도 근거가 부족한 믿음에 불과했다. 그리고 확신은 무력해지는 순간 모든 걸 망쳐버렸다. (p. 70)
주인공 국자는 어릴 적 사고로 가족을 잃고 조용하고 평안한 삶을 사는 것이 목표였지만 다중능력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기능력직 공무원으로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비트는)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음식이라도 국자가 만드는 것은 더 맛깔 났고 그 음식을 먹은 사람은 굳게 마음을 먹어도 마음이 누그러지게 된다.
- “그래서 엄마는 어느 계열이야. 능력이 뭐냐고?”
“복합 계열이었지, 나는. 그냥 살짝 비트는 거랄까.”
“뭘 비틀어, 몸을?”
“생각을.”
국자의 말은 미지에게 영 알쏭달쏭하기만 했다. 또 스무고개 문답법이었다. 시작. 미지는 한숨을 쉬었다. (p. 90~91)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국자가 만든 음식들은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만들었고, 무심한 듯 건조하게 흘러가는 국자와 딸 미지의 대화는 음식들과 함께 어우러져 또 다른 읽는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능력자와 비능력자 그 중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은 사람들만이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비틀어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게 만나 본 ‘국자전’은 소재의 기발함이 주는 재미와 함께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 문학동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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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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