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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5.4
우주를 듣는 소년
- 글쓴이
- 루스 오제키 저
인플루엔셜
만약 내 주위의 사물들이 말을 걸어온다면 어떨까? 무척 소란하고 혼란스러운 하루하루가 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 소리들에 시끄럽고 어질어질한 상황이 그려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알 수 없었던 사물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 내가 목소리에 귀를 맞추는 법을 배운 건지, 아니면 사물들이 내가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거다. 아마 우리가 서로를 훈련시켰을 거다. 그리고 그러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p. 98)
- 책은 첫 문장이 제일 중요하다. 첫 조우의 순간, 독자가 첫 페이지를 펼쳐서 시작하는 문구를 읽을 때, 그건 마치 누군가와 처음 눈이 마주치거나 처음 손을 잡는 것과 같다. 우리도 그것을 느낀다. 책은 눈이나 손이 없다. 사실이다. 그러나 책과 독자가 서로를 위한 존재라면, 둘 다 그것을 안다. (p. 125)
<우주를 듣는 소년>은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 후 사물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는 열네 살 소년 베니, 저장강박증으로 집안에 온갖 물건을 쌓아두고 버리거나 정리하지 못하는 엄마 애너벨의 이야기다. 갑작스러운 이별과 상실로 아픔과 각자 문제를 겪게 되는 두 사람의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 그는 서가 사이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책 제목이 자신의 눈길을 사로잡게 하고 책들이 자신의 품 안으로 굴러들어 오게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책에게도 마음이 있으며 그가 책을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책 또한 그를 선택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p. 189~190)
- “사물들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듣지 않지. 그래서 답답해하는 걸세. 당연히 답답할 수밖에! 누구도 자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분이 어떻겠나?” (p. 355)
간략한 내용과 표지에 책에 둘러싸여 있는 인물의 모습을 보고 사물의 목소리를 듣는 소년 베니가 도서관에서 만난 책들을 통해 알게 되는 다양한 세상에 대한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라고 큰 오해를 했다. 막상 읽게 된 <우주를 듣는 소년>은 환경문제, 현대 소비문화를 비롯해 철학적, 인문학적, 불교적인 주제가 담긴 내용까지 철학과 예술을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와 페이지수로 여러모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였다.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혼혈아로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해 정신적 문제를 겪고 소아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기도 했고 이후 선불교 승려가 된 이력을 보면 책의 내용과 인물들의 모습에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 모든 독자는 고유하기 때문에, 지면에 뭐라고 쓰여 있건 당신들은 각자 우리가 다른 의미를 갖도록 만든다. 그래서 똑같은 책도 서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읽힐 때 전혀 다른 책이 되고, 파도처럼 인간의 의식을 관통해 흐르는, 끊임없이 변하는 책들의 집합체가 된다. 읽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모든 책은 저마다의 운명이 있다. (p. 618)
- 질문은 던졌으니, 네가 답을 찾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야. 그래, 맞아. 우린 네 책이야, 베니. 하지만 이건 너의 이야기야. 우린 널 도울 수 있지만, 결국 네 삶을 살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네 엄마를 도울 수 있는 것도 너뿐이야. (p. 664)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읽는 동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답답한 부분도 있었는데, 베니의 엄마 애너벨이 남편의 죽음 후 의욕을 잃고 자신은 물론 집을 방치하거나 하는 부분은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상황을 더 나빠지게 만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읽는 동안 한숨이 나오는 답답한 부분이었다. 책 속의 책이 등장하는 독특한 구성과 이야기의 서술자로 책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 흥미로웠는데, 인생 자체가 큰 이야기이고 결국 이야기를 묶은 것이 책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고 700페이지의 벽돌책이지만 책이 담고 있는 심오한 내용은 읽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저마다 어떻게 운명 지어질지 궁금하다.
*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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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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