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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글쓴이
황모과 저
래빗홀
평균
별점9.5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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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1일 규모 7.9의 위력을 가진 일본의 관동대지진이 일어난다. 사회적 혼란과 불안은 극악의 상태로 치닫고 사람들은 이 비극을 탓하고 원망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고, 우리(일본인)가 아닌 다른 외부인들을 타깃으로 지진이 발생한 당일부터 여기저기 조선인을 공격하는 이들이 있었고, 다음 날부터는 더 조직화된 자경단이 간토 지역에서 활동을 개시해 무차별 학살을 저질렀으며, 이 일로 희생된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 처절한 의미를 품고 각지에 흩어져 있던 능욕의 흔적들이 최소한의 예우도 받지 못한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희미해진 의미마저 이토록 깊고 단단하게 묻어버렸다. 이 장소를 기획해 조성한 자들은 누구도 이곳을 발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겠지. 절대로 발견될 리 없다고 믿었을 터다. (p. 9)



 



- 민호는 사료의 신빙성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다 자주 나가떨어지곤 했다. 증거를 가져오라는 사람일수록 진상을 알고도 외면하거나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민호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검증된 증거가 있어야만 증명된다면 100년쯤 지나 생존자들이 모두 사망하고 기억조차 희미해지면 민간인들을 참혹하게 학살한 일도 없던 일이 되리라는 기대 섞인 믿음과 닿아 있다. 모두의 기억이 퇴색되어 자신들의 죄악까지 희미해지길 원하는 것이다. (p. 68~69)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관동대지진 조선일 학살을 모티브로 한 타임슬립 역사소설이다. 진상 규명 위원회 사업의 일환으로 싱크로놀로지 시스템을 통해 왜곡된 자료 수집을 방지하고 균형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조직에서 인원을 선발해 과거로 조사단을 파견하는데, 1923년의 현장으로 가게 된 홀로코스트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일하는 민호, 우익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고 참여한 일본인 유족회 대리인 다카야. 민호는 당시 식민지 노동자로 많은 이들을 구한 마달출과 김평세를 다카야는 장애가 있지만 낙후지역에 약을 전했던 미야와키를 관찰한다.



 



- 다카야의 선조가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일, 그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피폭 2세, 3세로 대물림을 받아 고생한 일은 민호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건 1923년에 벌어진 학살과 관련이 없다. 히로시마를 빌미 삼아 그전에 벌어진 가해와 학살의 역사까지 자신들이 피해자인 듯 둔갑시키려는 것은 기획된 혼선이고 증오다. 그리고 다카야가 민호에게 분풀이할 일도 아니다. (p. 180)



 



작가님이 일본에서 유가족 및 시민사회 활동가, 연구자들을 인터뷰하고 과거 학살 현장 및 추모비 등을 면밀하게 취재하여 당시 정황을 생생하게 되살리려 한 이야기는 재난으로 인한 공포가 가져온 뒤틀린 분노, 평범했던 사람들이 자신보다 약한 식민지 이주자, 부락민, 장애인들을 향해 악을 드러내는 모습은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어 더 잔인하게 다가왔고, 사회적으로 외면 받는 사람들이지만 국적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위험한 상황을 외면하지 못하고 서로 도우며 스스로를 구하는 모습은 강한 연대의 힘과 잔인하고 혼란한 상황 속에 인간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었다.



 



- 이유 없이 당하던 애초의 사정은 완벽히 지워진다. 당하다 당하다 참을 수 없어서 꿈틀댄 것이 학살의 근거가 되어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는다. 다른 인간들을 잔혹하게 죽여놓고 그땐 그럴 만했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착각하고 정당화하게 된다. 조선인들의 마지막 발악이 학살의 원인을 제공하는 거다. (p. 225~226)



 



- 저 평범한 일본인들이 악마가 아니라는 것이 달출은 더 무서웠다. 저들은 피에 굶주린 살인귀도 아니었고 병적으로 미친 사람들도, 도덕과 양심도 없는 패악한 악귀도 아니었고,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도 아니었다. 지나가다 만났을, 어쩌면 친구나 동료였을, 어쩌면 가족이었을, 어쩌면 함께 싸웠을, 자신과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p. 244)



 



2023년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년이라고 한다. 관동대지진으로 인한 학살에 관해 학교에서 배운 것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였다. 때로는 영화나 소설을 통해 역사의 한 부분을 더 자세히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의 작은 귀퉁이가 되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바람처럼 우리가 알고 기억해야 할 역사 속의 사건을 소재로 태어난 이야기가 소리내지 못하고 숨겨져 있던 목소리들이 많은 사람들의 귀에 가 닿기를 바라본다.



 



* 래빗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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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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