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Review

노래하는멘토르
- 작성일
- 2012.10.5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글쓴이
- 마이클 샌델 저
와이즈베리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저자 : 마이클 샌델
옮김 : 안기순
출판사 :
마이클샌델 교수가 가져온 ‘정의’ 신드롬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대한민국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일명 '정의'신드롬을 일으킨 하버드의 철학자 마이클 샌델. 나도 EBS를 통해 그의 강의를 접하면서 이 시대 우리가 지켜나아가야 할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시장 자유주의 학자들의 근본철학인 시장경제 속에서 재화로 획득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무엇이든 사고 팔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한다. 이것은 자국경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시장 매커니즘을 수용하는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전에 없던 현상이며 사고 판다는 논리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에만 적용되지 않고 점차 현대인의 삶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역설하면서 글을 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의 부제와 같이 과연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 것인가? 가치 결정에 시장의 측면만 고려되면 되는 것인가? 그럼 우리가 어려서부터 배워온 도덕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책 전반에 걸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그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새치기>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줄을 잘 서야 하며 절대 새치기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그런데 시장논리는 여기에 재화를 통해 남들보다 빨리 갈수 있는 길을 열었다. 나의 경우도 유럽 출장 중에 우선 탑승권을 좀더 비싼 가격에 구매해서 대기시간 없이 탑승을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나는 이것이 잘못되었다고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논리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과연 줄을 서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런 고민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주제였다.
다음주제로 그가 제시 한 것이 <인센티브>다. 여기서 저자는 특정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제공되는 인센티브가 과연 옳은가에 대해 묻는다. 책에 제시된 예제는 매년 수십만 명에 이르는 아기들이 마약 중독자에게서 태어나는 현실을 제시하며 마약 중독 여성에게 불임시술을 받거나 장기간 피임하면 현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어찌 보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마약중독자 엄마를 통해 삶이 불행해 지는 것 보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일인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나에게 이런 문제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읽어 나가다 보면 평소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사고의 폭발을 경험하게 되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 주제는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라는 것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다. 인간의 심리학적 측면에서 인간내면의 도덕성과 그것을 부정하는 일련의 자극 간의 관계를 다룬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핵 폐기장 건설과 관련하여 핵 폐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을 때와 핵 폐기장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접근 했을 때 오히려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을 때가 참여율이 더 높았다는 사실과 같이 인간 내면에 표출되지 않은 도덕성을 들여다 보고 점점 시장 논리가 이 도덕성을 잠식해 가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네 번째로 <삶과 죽음의 시장>을 통해서는 생명을 담보로 한 보험과 도박간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다룬다. 과연 우리는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투자를 하는 것이 도덕적이라고 생각할까? 회사가 직원을 위해 들어준 보험은 올바른 것인가? 와 같은 인간의 삶과 죽음까지 상품화 하고 있는 세태를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명명권>을 통해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세상 모든 것에 상업적 이름을 붙이려고 하는 시장 논리를 꼬집는다. 특히 스포츠 경기를 예로 들며 중계하는 아나운서가 중계도중에도 상업적 광고를 언급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묻는다.
인간이 지닌 도덕의 관점에서 거래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고민해 보자
그가 들려주는 시장과 도덕의 관계는 천천히 곱씹어 볼만하다. 비록 그가 사례로 제시한 것들이 아직 한국사회에는 만연하지 않은 현상이긴 해도 상당히 공감가는 주제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 또한 시장논리에 의해 점점 잠식당하고 있다는 아픈 사실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는 인간이 서로 잘 살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정의'와 '도덕'이 존재한다. 우리는 아주 어려서부터 남을 위한 이타심의 근본인 '도덕정신'을 배우지만 성장하면서 모두 망각해 가는 것만 같다. 혼돈의 시대에 시장 자본주의에 의해 길들여 지지 않고 그것을 길들이며 살아야 한다는 근본 철학을 일깨우는 책이 아닌가 한다.
노래하는 멘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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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