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sdw1999
- 작성일
- 2018.5.4
인생극장
- 글쓴이
- 노명우 저
사계절
1921년생 아버지와 1933년생 어머니를 둔 나는 1966년생 사회학자 아들의 눈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전쟁 후의 미군기지. PX 물건을 빼돌려 보따리장사를 하던 내 어머니. 미 헌병과 지프차, 양갈보라 불리던 여자들과 그녀들을 손가락질하던 동네 사람들, 또 그녀들의 밥줄을 위협하던 성병, 뿌려지던 달러와 던져지던 껌을 따라 달리던 내 어린 동무들. 그 장면 어딘가에는 내 부모와 형제들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시간 속에 숨겨놓았던 내 어릴 적 기억이 이 책과 함께 되살아났다.
역사적 기록으로 남지 않을 사회학자 아들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내 어머니와 아버지의 일생은 대단한 전기 작가가 쓴 누군가의 일생과 그 무게가 다를까? 자식들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내 부모의 고생담은 푸념에 불과한 걸까? 원하지 않았지만 견뎌내야 했던 시대의 고통과 아픔과 원망.
‘그저 그런’, ‘보통 사람’, ‘무명씨’
그들은 각자의 ‘인생극장’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한 사람들이다.
젊어서 이고 진 보따리 때문에 나이 들어 팔을 못 쓰겠다고, 젊어서 무거운 거 들지 말라시는 내 어머니는 그 시대로 돌아가면 또 미제 담요를 몇 개씩 이고 산을 넘으실 거다. 그들의 ‘인생극장’이 막을 내리고 불이 꺼져도 그 여운으로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나의 부모님, 그리고 나의 자식들과 함께 읽고 긴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이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