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하하하
- 작성일
- 2023.3.30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 글쓴이
- 김신지 저
위즈덤하우스
너무나 마음에 드는 책이 나타났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나 혼자 미는 책이 있다.
상대방은 딱히 없는데, 그냥 이 책이 좋으니 좋다고 밀어보는 거다. 가끔 누군가 나타나서 책 추천해달라 하면, 진짜로 밀어보는 그런 책. 올해는 이 책이 될 것 같다. 아직 3월이지만, 앞으로 3분기가 남았지만, 그만큼 확신이 있는 책.
저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둔 책이다.
좋았던 구절이 정말 많지만, 몇 가지만 뽑아봤다.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원하는 데 있다고 말해준 건 누구였더라. ...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거나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삶을 그저 산책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든, 자신을 평소의 자신보다 조금 더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좋아하자. 아주 많이 좋아해버리자.
그럼 그 무언가가 모르는 사이 인생을 서서히 바꾸어놓기도 한다. 그건 아마 좋은 나를 조금씩 연습할 수 있어서일 것이다.
무엇보다, 사계절 중 겨울을 제일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보다야 네 번째로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낫다. 우리는 사실 어떤 계절도 진심으로 싫어하진 않으니까. 그건 역시나, 돌아보면 좋은 일들도 많았기 때문에.
나는 여름을 제일 좋아한다. 물론 최근 여름은 숨쉬기 힘들 정도로 더웠지만, 아직도 누가 어떤 계절을 좋아하냐 물으면 단연 여름이다. 반대로 겨울은 싫었다. 너무 추워서. 추우니 밖에 나가고 싶지도 않고 옷을 여러 겹 입는 것도 싫었다. 저자는 나와 마찬가지로 여름을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겨울은 네 번째로 좋아한다. 생각해 보니 눈이 많이 왔을 때 우리 집 앞에 누군가 귀 달린 도라에몽 같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은 적이 있다. 잠시 멈춰 서서 사진 찍고 친구한테 보냈다. 누가 이런 걸 만들어놨어. 또 나도 질 수 없다며, 눈 오리를 사야 한다고 내년 겨울 되기 전에 눈 오리를 사겠다며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이번 겨울엔 눈썰매도 타고 왔다. 진심으로 싫었던 건 아니었다. 생각보다 즐기고 있었잖아?
나이를 먹고 난 뒤에도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를 만나, 혹은 들은 얘기를 또 듣느라 지겨워하는 자식을 앞에 두고 또다시 반복할 이야기. 그런 것을 만들고 싶어서 우리는 여전히 먹고 마시고 울고 웃으며 밤새 낯선 곳을 헤매는지도 모르겠다.
여든이 되어서도 기억할 만한 그런 날들에 대한 챕터(위 인용)를 읽으니 친구와 '우리는 이 얘기를 할머니가 되어서도 할 거야, 그때도 재밌을 거야'라며 이야기했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카톡을 보냈고 또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은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져다주었다. 저자는 자기가 좋아했던 것들, 순간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나도 여름 좋아하는데! 나를 더 좋아지게 만드는 건 뭘까? 이 이야기는 여든이 되어서도 재밌지! 하면서 내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이 책의 에필로그를 읽는데...
내가 모은 이런 사소한 순간들에 누군가 자신이 보낸 시간을 겹쳐보고 희미하게 웃거나, 일상을 좀 더 천천히 건너고 싶어진다면 그것으로 좋겠다.
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저자의 바람에 부응했다. 정확히 일치했다! 이때의 행복이란... 책 읽을 맛 난다. 누구든 이 책을 보면 나처럼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의 일상에서 ㅎ을 건져 올리며 이야기하고 기록해 보자. 이런 ㅎ들이 모여서 일생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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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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