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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no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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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
글쓴이
변종모 저
얼론북
평균
별점9.3 (8)
sesnoopy
그는 여행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이스탄불의 거리 한복판에서 그를 만났을 때 놀라지 않았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방랑을 멈춘 지가 꽤 됐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늘 묶인 내 발의 슬픔을 그의 자유로운 발로부터 위로받곤 했다.
세상의 많은 비행기가 운항을 멈추었던 시절에 그의 안부가 궁금해져 들여다보니 밀양의 어느 시골에서 집을 고치며 살아가고 있었다. 시골 미용실에서 머리를 말지를 않나, 도시에서 먹는 것 못지 않은 근사한 파스타를 먹지를 않나, 그림을 그리질 않나, 그걸 유튜브로 기록하고 있질 않나.....
엄청 잘 지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늘 바람처럼 지내던 사람인지라 어느 작은 시골집에 틀어박힌 속내가 너무 궁금했다. 그럼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 누군가는 반문할 수도 있겠다. 요즘같이 좋은 세상에. 하지만 요즘같이 좋은 세상이라 더 손을 뻗기 어렵기도 하다. 사람 좋은 웃음과 푸근한 말투를 가졌지만 그가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지 잘 아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그런 속내까지 소통하는 사이도 아니어서 그저 궁금한 채 지낼 뿐.
그런데 나의 이 호기심이 하늘에 가 닿았나보다.
그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고 그게 바로 <당분간은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이다.
가장 눈에 띈 건 문장들 중심으로 구성된 책이라는 것.
워낙 사진 잘 찍는 사람이라 그동안 그의 책들에선 좋은 사진으로 눈호강하는 호사를 누렸는데 이번 책은 문장이 중심이 되었다. 사실 첨엔 조금 당황했는데 그 이유는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이번 그의 여행 이야기는 그가 틀어박힌 밀양 시내에서도 차로 30분 들어가야 겨우 나오는 시골의 일상이 아니라 결국 작가 자신의 마음속으로 떠나는 이야기였음을.
익숙한 언어를 사용하는 내 나라지만 모든 것이 익숙하고 편리한 도시가 아닌 시골로 틀어박힘으로써 어쩌면 조금은 강제로 하게 되는 자아성찰.
신기한 건 어쨌든 생판 남인 그의 마음속 여행을 함께하며 나의 내면도 같이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
청주에서, 경주에서 작은 원룸에 혼자 지내며 오로지 나와 깊숙이 소통하던 시간들도 소환되었던 즐거운 독서의 경험.
책장을 덮을 즈음엔 생각했다.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자고.
다그치면 다그칠수록 바라던 것에서 멀어지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젠 그저 나와 나란히 걷는 것으로 시작해보자고.
나에겐 고쳐서 살아야 하는 시골집과 텃밭은 없지만 전쟁 같은 일상도 여행처럼 즐겁게 살아가는 신기한 능력이 있으니까.
.
.
.
아주 오랜만에 변종모 작가에게 안부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아무렇지 않게 답장이 왔다.
지금 묵호로 가는 기차 안이라고.
바람 같은 사람.....
그 메시지에 답하는 대신 언젠가 그 바람을 다시 만날 날이 생기길, 하고 묵호 쪽으로 부는 바람에 슬쩍 마음을 실어 보냈다.
가 닿아도 가 닿지 않아도 좋을 아주 가벼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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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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