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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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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법칙
글쓴이
편혜영 저
문학동네
평균
별점9 (60)
김해평야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와 연결되어있다. 선의 법칙

 

선의 법칙이라는 책을 꺼내들었을 때 물론 제목도 영향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책표지 윗부분에 보이는 지긋이 감긴 눈이었다. 책을 끝가지 다 읽고 난 후에 볼 수 있었던 것은 감긴 눈의 눈물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선은 구부러지지 않으며 연결되어있는 긴 줄이다. 우리가 사는 삶은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와 연결되어있다. 이것이 선의법칙.

 

편혜영의 문장은 차분하지만 정확하다. 정확하게 설명하고 정확하게 정곡을 찔러낸다. 그 문장이 말해주는 것이 상황이든 소설 속의 주인공이 말하는 감정이든지 말이다. 그리고 작가는 글을 쓸 때 소설 속 주인공와 독자 사이의 간격(간극)을 줄일 생각이 없다. 이상한 일이다. 독자가 주인공처럼 느낄 수 있게 그 거리를 좁히는 것은 소설의 몰입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독자는 몰입함으로써 소설 속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해고 감동을 받거나 교훈을 얻는다. 이러한 진부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개인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그러나 편혜영의 소설에서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늘 독자와 인물 간의 관계를 먼 거리에서 적절히 유지한다. 이것은 인물들의 호칭에서 알 수 있다. 편혜영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세 글자의 이름으로 나온다. 신기정, 원도준, 윤세오, 이수호 등으로 나온다. 직업적 특성 대신에 개인적이고 특별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이 인물들이 소설에 미치는 영향과 존재감을 잘 드러낸다. 그리고 불필요한 인물들은 다른 별명으로 부른다. 예를 들어 수학, 우리는 명칭으로 수학은 재수 없으며 소설 속 사건에서 별 볼일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수호, 윤세오, 신기정의 이야기가 따로 따로 진행되다가 그들을 겹쳐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진다. 책의 3분의 1이 되는 지점에서부터. 이때까지도 어렴풋한 연결고리만 존재하던 세 인물을 읽게 만드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그들에게 공통점이라고 보았다. 신기정인 자신의 가슴을 쥐고 흔드는 일을 선택하지 않고 어머니의 기대에 따라서 선생일을 하고 있었고 이수호도 양복을 차려입고 일하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서 뜻한바가 전혀 없는 회사에 취직을 결심했으며 윤세오도 아버지에게 부모자식간의 정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점이 우리 본인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면서 현실에 부딪힌 인간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윤세오는 이수호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그를 추적한다. 그들을 복잡한 관계로 얽혀있다. 정리해 보자면 윤세오의 친구는 조미현이고 조미현의 고등학교 친구는 부이이다. 윤세오는 부이와는 친하지 않았지만 같은 합숙소에 들어와서 다단계회사 밑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윤세오는 부이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는다. 조미연과 윤세오는 친구관계이지만 조미연을 바라보는 윤세오의 감정은 심상치않다. 소설속 내용을 읽다보면 윤세오는 남자친구를 감사하는 여자친구의 느낌이 나기도 했다. 신석정의 동생은 자살했지만 한때 다단계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고 동생의 죽음소식을 들은 신석정은 윤세오에게 동생에 대해서 캐묻는다. 다단계회사는 하부사람들을 시켜 그들의 인맥에게 전화를 걸도록 시킨다. 그들은 사람을 읽고 돈을 잃고 자신을 잃는다. 윤세오는 아버지가 사채 때문에 돌아가시게 되었다고 생각해서 사채업자인 이수호를 따라다닌다.

 

여기 나오는 사람은 무척이나 불쌍한 사람들이다. 아버지는 사채빚 때문에 자살을 하고 자신은 다단계에 빠져서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었던 윤세오, 대학에 진학을 했으나 중퇴하고 어느 슈퍼마켓에서 간단한 재료 손질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신석정 또한 괜찮은 처지는 아니다. 일을 하고 있지만 떳떳한 일은 아닌 이수호도 모두 뜻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글의 앞머리에서 책의 표지에 그려진 감긴 눈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궁금했다고 적어놓았다. 책을 온전하게 다 읽고 나서 뒷표지를 보니 감긴 눈 아래에는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내 삶에 책의 의미를 비쳐본 결과 나는 이것이 인간들이 갖고 살아가는 슬픔을 모른척하고 산다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도 큰 짐이 되거나 칼이 되어서 심장을 파고들 위험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 보이는 이 일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다. 남의 슬픔을 보았을 때도 우리는 큰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묻어 두는 것처럼. 친구가 큰 시련을 겪었을 때 아무 말 없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처럼. 누군가가 인연과 헤어졌을 때 그를 가만히 잊게 시작을 기다리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큰 슬픔을 갑자기 떠안았을 때 그것을 떼어내기 위해 바둥거리는 것보다 그럴 때는 가만히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 그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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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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