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감응설 天人感應說

천인상관설(天人相關說) · 천인상응설(天人相應說)이라고도 하며,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중국 고대의 천체와 인간의 유기적 관계를 말하는 이론으로, 음양오행설 및 모든 만물의 수량적 가치를 인정하는 상수역(象數易) 이론과 함께 동아시아 전통사회의 현실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주장은 인격과 의지를 갖는 천(天)이 인간과 교감하여 인사(人事)에 무언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인간은 재이(災異)나 서상(瑞祥) 등 어떤 징조를 통해

이 천의 의지를 알아냄으로써 천과 호응하며,

인간의 행위나 기원 또한 천에 감응한다는 것이다.

한(漢) 무제 시기 동중서(董仲舒)는 그의 저서 『춘추번로(春秋繁露)』에서 천은 인간과 같은 정감 형식을 갖는 존재로 상정하고, 인간과 ‘동류(同類)’로서 성질이나 속성에서 같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동시에 인체는 천체와 수리적으로 부합되는 특징을 갖는다는 인부천수론(人副天數論)을 주장한다. 1년의 365일과 인체의 소관절이, 12개월은 12개의 대관절과 부합하며, 천체의 오행은 인체의 오장(五臟), 4계절은 사지와 부합한다. 따라서 춘하추동의 기운은 인간에게 희로애락의 기운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곧 인체의 구조가 천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른바 소우주가 되는 셈이다.

일찍이 이러한 주장은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부터 보였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인데 인간의 머리는 둥글고 발은 평평하고 네모난 것이 서로 응한다. 천(天)에는 일월(日月)이 있고, 인(人)에는 두 눈이 있다. 지(地)에는 구주(九州)가 있고 인간에게는 구규(九竅)가 있다.”는 식이다. 천체의 구조 및 모든 것이 인체와 상관된다고 본다. 따라서 자연을 정복 내지는 극복하는 관념보다는, 자연과 조화 내지는 순응하는 천인합일의 사상이 이 천인상응의 관념의 이론적 기초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전제하에 재이설(災異說)이 나타난다.

자연현상으로 나타나는 재해와 이변은 하늘의 견책과 경고라는 것이다. 지진이나 홍수 · 가뭄 등의 재해는 황제의 과거 잘못에 대한 징벌이며, 봉황이나 기린이 나타나거나 혹은 일식이나 월식 등 어떤 흉조나 보이는 것은 미래의 일에 대한 암시라는 것이다. 따라서 황제는 이러한 자연현상에 따라 음식과 음악을 줄이는 등 스스로 절제하고 형벌 및 세금을 감소시키며 현자를 등용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이 자연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또한 자연과 인간은 ‘동류’이므로 자연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는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대, 봄과 여름은 만물이 소생하고 자라는 계절이지만 가을과 겨울은 만물이 쇠락하는 계절이므로, 봄과 여름에는 상을 내리고 형벌은 반드시 가을과 겨울에 행해야 한다(春賞秋罰, 秋冬行刑)는 것이다.

이러한 천인감응의 사상이 한 무제 이후 채택되면서 유교는 음양론 등과 결합하여 공자 당시의 원시 유교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지만, 중국 사회는 황제를 천의 절대적인 대리자로 하여 통일된 전제국가를 수립 · 유지할 수 있었다. 재이설이 일면 군주권을 견제하기도 했지만, 재이의 실질적인 책임을 재상 등이 지게 되는 구조 속에서 군주권은 오히려 강화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177XX6130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