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스 신화, 비극 읽어야 하는 이유

seyoh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2.7
테세우스, 소크라테스 죽음을 늦추다 [2]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받고, 유명을 달리할 때, 그의 죽음을 현장에서 지켜본 이가 있다. 파이돈이다.
파이돈은 그 때 보았던 일들을 에케크라테스라는 사람에게 들려주는데, 그걸 기록한 책이 『파이돈』이다.
그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엘리스 지방 출신으로,아테네에 노예로 팔려왔다가 소크라테스에 의해 자유민이 되었다. 후에 소크라테스의 헌신적인 제자가 된 그는 나중에 고향으로 돌아가 ‘엘리스 학파’의 시조가 되었다. (위의 책, 등장인물 소개)
이제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당할 그 시간, 현장에 있었던 그의 말을 들어보자.
에케크라테스 : 우리는 재판이 이미 오래전에 끝났는데도, 선생님이 그 후로도 한참 있다가 돌아가신 것 같아서 의아했습니다. 어떻게 일이 그렇게 된 것입니까, 파이돈?
파이돈 : 말하자면 선생님에게 일종의 행운이 따른 셈이지요. 에케크라테스. 그러니까 아테네 사람들이 델로스로 보내는 배의 끝부분을 화환으로 장식한 날이 우연하게도 선생님이 재판을 받으시기 전날이었습니다.
에케크라테스 : 그 배는 무슨 배이고 그것이 이 일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입니까?
파이돈 : 아테네 사람들에 의하면, 그 배는 테세우스가 전에 일곱 쌍의 인신제물을 싣고 크레타로 가서 그들과 자신을 살렸을 때 사용했던 배라고 합니다. 그 때 아테네 사람들은 인신제물로 보낸 사람들이 살아서 돌아오기만 한다면 해마다 델로스에 공식적으로 사절단을 보내기로 아폴론 신에게 맹세를 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현재까지 해마다 아폴론 신에게 사절단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테네 사람들에게는 사절단을 보낼 준비를 시작한 날부터 배가 델로스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날까지, 정결을 위해 국가는 공식적으로 사형집행을 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절단이 탄 배가 항해중에 거센 풍랑이라도 만나면 종종 그 기간이 상당히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사절단을 보내는 의식은 아폴론 사제가 배의 끝부분을 화환으로 장식하는 때부터 시작되지요. 앞에서 말했듯이, 그 일이 선생님이 재판을 받으시기 전날에 행해졌기 때문에, 소크라테스께서는 재판이 끝난 후에도 한참을 감옥에 계시다가 돌아가신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돈, 파이돈, 향연』, 플라톤, 현대지성, 89-90쪽, 「파이돈」 58a -c)
다시 말하지만,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전설적인 왕 아이게우스의 아들이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몸은 황소이고 머리는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미노스의 황소”라는 뜻)에게 바칠 조공으로 바칠 일곱 쌍의 선남선녀를 요구했고, 아테네는 해마다 그 조공을 바쳐야 했다. 테세우스는 그 인신제물 중 하나로 자원한 뒤, 검은 돛을 올리고 출항하는 배를 타고 가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무사히 돌아온다. (위의 책, 90쪽, 역자 주)
그걸 기리기 위하여 아테네에서는 해마다, 사절단을 델로스로 보내는 것인데, 그 배가 갔다가 돌아오는 동안에는 그 누구의 사형도 집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경우가 바로 그 기간에 해당되었고, 소크라테스는 그 배가 돌아오는 동안, 사형을 당하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신화에 등장하는 테세우스는 현실에 나타나,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관여하여, 그의 죽음을 늦추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신화가, 신화가 아니라 역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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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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