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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그리스 신화, 비극 읽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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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감상하다.

- 그리스 신화, 비극을 읽어야하는 백 가지 이유

 

페스트의 창궐로 도시가 봉쇄된 오랑시.

 

그곳에서도 시립 오페라단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상황을 화자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열린책들, 254-256)

 

극단은 페스트가 시작되던 봄에 공연을 하고자 우리 도시에 와 있었다. 전염병 때문에 발이 묶이자 이 극단은 우리 도시의 오페라 극장 측과 합의하에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몇 달 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우리 도시의 극장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에 실린 오르페우스의 탄식과 무력하기만 한 에우리디케의 애원이 울려 퍼졌다.

 

공연되는 작품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비극적인 사랑을 소재로 한 오페라>

 

그 자세한 공연 상황을 살펴보자.

 

1

1막 내내 오르페우스는 안정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고, 튜닉을 입은 몇몇 여자들은 우아한 몸짓으로 그의 불행을 설명했으며, 아리에타 형식으로 사랑을 노래했다. 장내는 이에 점잖은 호응으로 반응했다

 

2

2막에서 아리아를 부를 차례가 되었을 때 오르페우스가 명부의 왕에게 자신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호소하며 실제 곡에는 있지도 않는 비브라토를 가미해 가며 조금 지나치다 싶은 비장한 모습으로 노래한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기 몸을 주체할 수 없는 듯 보이는 배우의 격렬한 몸짓은 가장 예리한 사람들이 보기에도 연기력을 한충 더 부각시키는 고도의 연출 효과로 보였다.

 

3

3막에서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의 멋진 이중창이 시작되면서부터(에우리디케가 사랑하는 애인에게서 멀어져가는 순간이었다) 예기치 못한 일로 장내는 술렁거렸다. 더욱이 가수는 관객의 이런 동요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객석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자신이 느끼고 있던 것을 확인시켜 주기라도 했다는 듯이, 바로 그 순간 고대 양식 의상을 입은 채 팔과 다리를 벌리고는 어기적거리듯 괴이한 모습으로 앞쪽을 향해 걸어 나오듯이 무대 배경인 양들 우리 한복판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 무대 배경은 단 한 순간도 극의 시대와 맞아 보였던 적이 없긴 했지만, 관객들이 보기에는 그때 처음으로 그야말로 끔찍하게 시대와 완전히 괴리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그와 동시에 연주가 일순 멎었고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내를 천천히 (………) 신경을 쓰면서 빠져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그날의 공연은 오르페우스 역을 맡은 배우가 페스트에 감염되어 쓰러지며 끝이 나버린다.

 

그러니 그 작품의 자세한 내용이 더 이상 소개되지 않는데, 그 작품의 줄거리를 작품의 원전이 되는 그리스 신화의 내용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인이자 악사, 가수인데, 리라의 명수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님프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에우리디케는 산책을 나갔다가 자신에게 추근대는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를 급히 피해 도망치다 뱀에게 물려 죽었다. 오르페우스가 그녀를 애도하는 곡을 하자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마침내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이승으로 다시 데려오겠다고 결심하고 저승으로 내려갔다.

 

오르페우스는 노래와 연주로 스틱스 강의 사공 카론과, 저승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 케르베로스를 음악으로 울려서 복종시키고 저승의 신인 명계(冥界)의 왕 하데스와 그의 아내인 명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에게 아내를 돌려줄 것을 애원했다. 오르페우스의 연주를 듣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물론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까지 눈물을 흘렸다. 페르세포네는 에우리디케가 그의 뒤를 따라갈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그 대신 이승으로 나가기 전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일렀다.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조건은 하데스가 달았다고도 한다.

 

오르페우스는 약속을 지켜 지상으로 나가는 출구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올라갔다. 그러나 출구 바로 앞에서 오르페우스는 약속을 잊고 에우리디케가 잘 따라왔는지 뒤를 잠깐 돌아보았다.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빨려들어갔다. 두 번째로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는 7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비탄에 젖었다. (위키 백과)

 

이런 비극을 소재로 하여 오스트리아 작곡가 글루크가 오페라로 만들었는데, 1762년 초연된 이후, 테너를 주인공으로 하고 등장인물들을 새로이 보강하여 1887년 총 3막으로 재발표했다. (254쪽 하단의 역자 주)

 

카뮈가 소개한 덕분에 페스트라는 비극 속에서도 그리스 신화 속의 사랑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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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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