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서재에는 어떤 책이?

seyoh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8.29
<출처 : 뉴스앤조이 www.newsnjoy.co.kr>
열외 인종에게는 잔혹사, 주류 교회에게는 행복사 |
목사가 쓴 소설 <열외 인종 잔혹사>…세상과 교회의 부조리한 구조에 분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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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씨는 좋은 학점을 받고 어학연수도 다녀왔지만 돈이 없다. 콜라 없이 햄버거만으로 점심을 때운 이유는 취직이 안 되어 돈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중혁 씨는 일자리에서 잘렸다. 돈 벌러 나간 아내마저 바람나, 오갈 데 없어 노숙자가 되었다. 고등학생 기무 군은 학교를 자퇴했지만 인생이 무료하다. 여자 친구와 성적 유희를 즐기거나 밤새 게임에 빠져 있다가 돈을 내지 않고 피시방에서 도망 나오는 게 전부다. 영달 씨는 퇴역 군인이다. 나라를 위해 일했지만 나라가 해 주는 게 없다. 그래도 충성한다. '나와 처지가 비슷하군' 하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열외 인종'일지 모른다. 주원규 씨는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열외 인종 잔혹사>에서 위와 같은 인물들을 소개한다. 이들이 하루 동안 겪는 피비린내 나는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열외 인종에게 세상은 잔혹하다'는 것을 직면한다. 주원규 씨는 '인간'이나 '인류'가 아닌 '인종'이라는 단어를 썼다. 한 번 결정된 계급이 뒤바뀌기 어렵다는 한계를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주 씨는 "'요즘은 개천에서 용 나는 게 불가능'이라는 말이 있듯이 비주류가 주류로 가기 힘들다"고 했다.
주 씨는 목사다. 돈이 주인이 되어 돌아가는 세상,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세상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이 공분했듯 공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땅히 표출해야 할 분노조차 표현할 줄 모르는 교회와 사회를 생각하며 소설을 썼다.
열외 인종이 누구인가. 일차적으로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결과적으로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도 열외 인종이다. 돈을 벌기 위해 원치 않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천민자본주의를 추구하는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승자는 자본뿐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인간의 존엄과 주체성, 공동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탄핵 위기를 겪는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서 소설을 구상했다. 대통령도 비주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열외 인종으로 네 부류를 선택했다. 이 사람들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한국 사회에서 열외의 극점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 20대 백수, 10대 방황 청소년, 40대 노숙자, 70대 퇴역 군인이 그들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이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취재했다. 일주일 동안 노숙 체험도 했다. 소설에 기괴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는 '양머리를 한 사람들'이 나온다. 무엇을 의미하나. 양머리를 한 사람들은 지도자가 없어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양은 목자가 없으면 우왕좌왕하거나 어느 한 양만 좇아간다. 우두머리 양이 길을 잘못 들어 낭떠러지로 가도 좇아간다. 천민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도 잘못된 지도자인 자본을 따라 방황한다.
양머리를 한 사람들이 크게 두 부류의 사람을 죽인다. 노인과 비만 여성들이다. 그들을 죽인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노인은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려 하지 않는 집단을 상징한다. 비만 여성은 외모로 여성을 평가하고 상품화하는 시대를 상징한다. 사회 불평등이나 잘못된 구조에 대한 분노가 때론 일그러진 모습으로 표출된다. 반대 쪽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양상을 띤다. 사람들은 메시아를 찾는다. 우상을 찾는 것이다. 누구라도 희생양을 세워서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한다. 희생시키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한다. 예수의 희생은 숭고하고 자발적인 사랑의 희생이지만, 열외 인간의 희생은 사회 구조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는 희생, 억지로 떠밀려진 희생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희생도 이와 같다. 노 대통령은 집권 말기에 진보주의자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보수주의자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결국 자살이란 이름으로 희생되었다.
소설을 통해 열외 인종에게는 삶이 잔혹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했나. 마지막에 희망의 여지를 남겨 두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피시방에서 게임만 하던 10대 청소년이 까닭 모를 눈물을 흘리면서 '현실은 게임이 아니다'는 사실을 직면한다. 여러 인종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 사실에 대한 자각 자체가 잔혹사를 벗어나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작가의 말에서 '내면에 자리한 마땅한 분노도 경쟁 논리로 무장해제할 것을 요구 받는다'고 적었다. 마땅한 분노가 무엇인가. 공분이다.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긴 사람이 물건을 가져간 후 그것을 나누면서 소수나 약자에게 베푼다고 생각하면 문제다. 가진 사람은 살아온 환경에서 특혜를 받은 부분이 있다. 당연히 복지에 신경 쓰고 기부할 책임이 있다.
한국 사회가 천민자본주의를 추구한다고?
유럽식 사회주의가 천민자본주의의 대안일 수 있다. 기업을 키우기보다 국민의 필요를 채우는 정책이 필요하다. 주체성과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도 인간다운 삶을 사는 조건이다. 영성 회복이 필수다. 각자가 교회의 부분이라는 주체성을 회복하고 그리스도가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이다. 예수는 요한복음에서 자신을 인자라고 한다. 인자는 참 사람이다. 예수가 온 것은 참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해서다.
한국교회도 천민자본주의의 모습이 있나. 교회가 양적 성장을 외치며 부흥을 꿈꾼다. 교회의 천민자본주의는 기묘하고 완고하게 기복신앙과 결탁했다. 기도는 욕망 실현의 방법이다. 성공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려고 한다. 작년에는 십일조로 100만 원을 냈는데 올해는 1,000만 원 내게 해달라는 게 기도인가. 주님이 가르치신 기도인지, 이방인의 중언부언인지 분별하라. 목사들은 성도들이 욕심대로 기도하는 것을 독려한다. 하나님이 성공을 기뻐하신다는 사고를 주입한다. 메시아를 복과 안녕을 지켜주는 부적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공분하는 그리스도인이 늘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모순은 교조주의와 유교주의가 결탁했다. 여성이 목사 안수를 받으면 안 된다는 제도가 성서에 있나. 십일조도 이웃과 나누라는 원래 정신을 잃었다. '십일조를 하면 범사에 강건해진다'는 논리는 문제가 있다.
작가 소개 난에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로운 종교 공동체를 지향하는 대안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적혔다. 금권과 제도에서 자유로운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한 명 한 명이 삶을 나누고 물질을 나누고 말씀을 나누는 것이 성찬이고 예배다. 교회는 예수의 몸 된 존재의 나눔과 사귐이 우선이다. 건물과 제도가 교회의 일차적 조건이 아니다. 순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교제를 최우선에 두는 것으로 교회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주일과 주 중에 모이고 있다. 예배는 텍스트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헬라어와 히브리어 원서로 성경을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사복음서 원어 강독회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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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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