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마천루가 무너져 내린다. 인류를 위협하는 디셉티콘 로봇들과 그들의 함선이 퍼붓는 융단폭격에 시가지는 초토화된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3D 대작 <트랜스포머3: 다크 오브 더 문>(2011)의 전투신은 그 규모가 1, 2편을 압도한다.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에서나 등장하던 로봇들의 시가전을 실사영화에서 3D로 구현해낸 것이다. 화염에 휩싸인 고층건물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디셉티콘과 이에 맞서는 오토봇간의 육중한 백병전이 손에 잡힐 듯 현장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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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갑이 부딪는 액션과 굉음이 넘쳐나는 <트랜스포머3>에서 오토봇의 일원인 범블비(오른쪽) 머리 위로 디셉티콘의 함선이 비행하고 있다. |
ⓒ 파라마운트 픽처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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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로지 오토봇만의 힘으로 지구를 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군의 역할 또한 대단하다. 디셉티콘과의 전투현장에서 지구의 운명을 손에 쥔 주인공 샘 윗위키(샤이어 라보프 분)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이는 레녹스 중령(조쉬 더하멜 분)의 팀원들과 미공군 앱스 중사(타이리스 깁슨 분) 등은 샘과 여자친구 칼리 스펜서(로지 헌팅턴-휘들리 분)가 위기에 빠지면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 헌신적인 희생정신을 보여준다. 1편 <트랜스포머>(2007)에서부터 디셉티콘 제거에 큰 공을 세워 대위, 소령을 거쳐 고속승진한 레녹스가 중령이 되어 있다.
탄탄한 서사와 설득력 있는 인물설정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 마이클 베이는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과 충돌위기에 빠진 지구를 미국의 영웅들이 구하는 <아마게돈>(1998)과 9.11사건의 완벽한 예고편으로 손색이 없었던, 2차대전 당시 두 공군 파일럿의 비장한 출격을 그린 <진주만>(2001) 등의 전작을 통해 압도적 화면 속에 이야기가 실종되고 마는 전례를 지속적으로 보여준 바 있는데, 이번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군과 오토봇이 보여주는 혼연일체의 팀워크
시리즈의 1, 2편에 해당되는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와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은 미군과 그들의 무기시스템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홍보 동영상으로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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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에서 카타르 기지가 파괴된 뒤 생존자들이 사막에서 지원요청을 하고 있다. |
ⓒ 파라마운트 픽처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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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는 첨단전투기 F-22랩터 편대의 출격, 무인정찰기 프레데터가 촬영하는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수신하는 미본토의 통제실, 지상공격기인 A-10 와트호그기 편대의 공습을 버텨낸 디셉티콘 로봇 주변을 선회하며 105밀리 발칸포를 퍼붓는 대형전투기 AC-130의 위용, 이외에도 미군이 자랑하는 탱크 M1A2 에이브람스와 특수부대 장거리침투용 헬기 MH-53J Pave Low III과 함께 널리 알려진 블랙호크, 아파치 롱보우 등도 등장한다.
2편에서는 여기에 더해 핵추진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CVN 74)와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키드호(DDG 100), 핵잠수함 토페카호(SSN 754) 등이 디셉티콘 무리들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기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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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편에서 미 특수부대원들이 디셉티콘 로봇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 |
ⓒ 파라마운트 픽처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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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달러를 쏟아부었다는 3편에서는 위의 무기들과 함께 미해군 네이비실 등 특수부대들의 활약과 토마호크 미사일의 공습장면에 공을 들였다. 세 편 모두에서 공히 미군은 F-22랩터 편대, B-1전폭기, 토마호크 미사일의 공습을 통해 디셉티콘 무리를 괴멸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전장에서 레녹스팀과 특수부대원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활약은 눈부시다.
1, 2편 합쳐 1500만이 봤다는 '미군홍보 동영상'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은 "자유수호"를 입버릇처럼 강조하는데 <트랜스포머3>에서 그들의 "자유수호" 방식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중동의 어느 "불법핵시설"을 지키는 초병들이 접근하는 일군의 자동차들을 보고 자국의 국방장관과 수행원들의 차량으로 오인해 안심하는 순간, 차량들은 오토봇으로 변신해 "불법핵시설"을 쓸어버린다. 이때 옵티머스의 비장한 나레이션이 흐르는데, 오토봇은 "인류가 자멸하지 않도록" 지켜주고 있다고 말한다. 오토봇으로 변신하기 전, 카메라는 선두 차량 앞부분의 양쪽에서 펄럭이는 이란기를 클로즈업하며 "불법핵시설"이 이란의 것임을 강조하고, 쑥대밭이 된 시설을 보여준다.
"다른 팀에서 알아냈는데, 이란이래."
"이란 과학자들,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
1편에서 군사네트워크망이 디셉티콘 세력에 의해 해킹 당하자, 범인을 추적하는 해킹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이란을 비꼬던 설정에 비하면, 이란에 대한 3편의 정치적 의도는 다분히 노골적이다.
세 편 모두에서 전투를 위해 출동하거나 전투가 끝나고 이동시 장엄한 음악을 배경삼아 주로 학익진 대형으로 느리게 걷는 미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역시 인류를 구하던 <아마게돈>에서의 영웅들처럼 말이다. 마이클 베이가 좋아하는 대형이다.
그가 감독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총지휘를 맡았던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실제 제작과정에서 혼연일체가 되어 촬영에 적극 협력을 아끼지 않았던 미군당국에 아낌없는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2편의 예를 들면, 엔딩 크레딧에 국방부 연락담당자와 (영화제작)프로젝트 담당자, 미공군, 미해군, 미육군, 미해병대 프로젝트 담당자들까지 실명과 계급을 일일이 적어 고마움을 전한다.
이외에도 1편에선 미군기지 몇 곳을 거명했던 것에 비해 2편에선 "홀로맨공군기지 주둔 제49비행단"처럼 영화제작에 참여했거나 도움을 준 각 기지와 10개가 넘는 공군비행단, 항모, 구축함, 잠수함 등과 3개의 해군비행대 등 육해공부대의 구체적인 이름들이 한참동안 올라온다.
그 뒤를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를 비롯해, F-22랩터 등을 만드는 록히드마틴사, MH-53J, 블랙호크 등의 시코르스키 항공, M1A2탱크의 제너럴 다이나믹사 등 대표적 미 방위산업체의 이름이 감사인사를 받으러 하나씩 올라온다.
'오토봇'은 '자유수호' 위해 암약하는 미군의 분신?
20세기 할리우드가 천하무적 만능의 구세주 미군을 그리려 했다면, 21세기의 <트랜스포머> 시리즈, 특히 3편은 디셉티콘에 희생되기도 하지만 지구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며 인류를 위해 제 몸을 내던지는 미군의 상을 압도적 스케일의 3D화면으로 눈앞에 펼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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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에서 지원폭격을 기다리며 디셉티콘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미군 레녹스팀 |
ⓒ 파라마운트 픽처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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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편과 마찬가지로 <트랜스포머3>에서도 미군관계자들에게 드리는 감사의 인사를 엔딩 크레딧에서 길게 만날 수 있다. 영화는 "모든 남녀 미군장병들"에게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미군은 인류와 함께 한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