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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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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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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한 인물이 자리를 지키며 권력을 유지한 기간이다. 그 배경이 독재국가였거나 장기간 통치가 가능했던 과거 왕권국가였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그가 권력을 누렸던 반세기는 민주주의 국가인 20세기 미국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이고 또한 의문이다. 어떻게 그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존 에드가 후버'다. 그는 미국 FBI 창설에 기여했고, 1972년 사망할 때까지 국장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미 수사국에서 일하던 후버는 젊은 나이에 재능을 인정받아 FBI 초대국장으로 취임하여 유능한 수사관들을 양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으며,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한, 범죄자들의 지문과 같은 자료를 종합하여 관리시스템을 구축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버가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었다고 하더라도, 그의 임기가 48년 종신이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대통령도 상원의원도 임기가 4년에서 6년으로 정해져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대통령이나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르겠지만, FBI 국장의 자리 역시도 각종 중요한 정보들을 다루는 권력에 해당하는 직책이니 말이다.


 


권력 남용, 민간인 불법사찰로 정치인 약점 틀어쥔 에드가


 
















영화 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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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중반, 미국은 공산권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했었다. 이를 기회로 삼은 에드가 후버는 FBI가 창설되면서 초대국장에 앉는 동시에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인물들을 찾아내어 추방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당시 공산주의자 색출에 열을 올리던 '매카시즘'의 창시자,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에게 흘러들어간 정보가 악용되어 무고한 민간인까지도 공산주의자로 몰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라를 위한 일이야. 가끔은 법을 악용할 필요도 있지."


 


급진주의자, 공산주의자 색출이라는 명목으로 FBI 주도하에 벌어진 민간인 사찰은 정치, 언론,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친 주요인사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그 수단은 도청, 감시, 미행과 같은 인권침해의 요소가 다분한 것들로 이루어졌다.


 


때로 법정에 제출된 증거들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으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에드가에 의해 모두 꺾이고 말았다. 당시 정부의 허가로 막강한 권한을 얻은 에드가는 대통령의 스캔들, 영부인에 관련된 동성애 의혹 등 정치인들의 약점이 될 만한 자료들까지 수집하여 손에 넣은 상태였다. 그는 각계각층의 주요인사들에 대한 X파일을 모두 쥐고 있었다.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거기다 당시 사회의 골칫거리였던 유명 은행강도들을 검거하는 데 성공하면서 FBI의 인기는 더욱 높아진다. 에드가의 이러한 행보는 언론에 의해 다소 과장되고 포장되면서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하고, FBI 예산은 더욱 증액되는 등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임기 없는 권력이었던 에드가 사망... 그의 힘을 욕심냈던 닉슨 대통령


 


그렇게 에드가는 8명의 대통령이 취임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FBI 국장 자리를 지켜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가 수사한 관련 사건들 대부분이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는 명목과 다르게 개인적인 방향이 아니었느냐는 추궁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의 부서와 직책은 존폐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새로 취임한 대통령의 집무실로 향하는 에드가의 손에는 항상 두툼한 서류들이 들려있다. 그 안에는 케네디 대통령은 물론 각 대통령들이 공개를 두려워할 만한 비밀이 담겨있었다. 그 덕에 그는 대통령들의 임기가 수없이 끝나고, 새로 시작되는 것을 수십 년 간 같은 자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 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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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끝내 자신의 권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70대가 되어 정신적·육체적으로 제대로 된 업무를 볼 수 없게 되고, 심지어 편집증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1972년 5월 2일 고혈압에 의한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에드가 후버가 죽자마자 당시 대통령이었던 닉슨은 FBI 사무실을 샅샅이 뒤지도록 지시한다. 각종 비밀이 담긴 정보를 장악하여 생전에 50년 가까이 권력자로 군림한 에드가의 길을 따라가려고 했던 것일까. 훗날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당시 에드가는 죽기 전에 대부분 사찰자료를 폐기하였고, 닉슨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닉슨도 권력에 대한 추한 욕심만은 에드가 못지않았고, 이후 불법적인 도청과 사찰을 시도하다 발각되어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주인공이 되고 이를 계기로 끝내 사임하게 된다.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이 법치주의 무너뜨린 사례, 존 에드가 후버


 


존 에드가 후버의 일화는, 권력이 지나치게 한 사람에게 주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의 적절한 예라고 볼 수 있다. 거기다 그 한 사람이 자제력이 없는 탐욕적인 사람일 경우에 그 부작용은 더욱 커진다. 결국, 에드가 후버는 정부나 법 위에 군림하면서 살아가지 않았던가.


 


미국에서 이러한 사례는 앞서 언급했듯이 닉슨 대통령도 있었다. 그리고 그 불행한 일은 안타깝게도, 미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졌다.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과거의 독재세력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으로 법치주의가 상당히 확립된 이후인 현 정권에서도 있었던 일이기에 더욱 뼈아프다.


 


에드가는 광적으로 자신의 증오를 푸는 데 권력을 이용했다. 그가 공산주의자로 점찍어 뒤를 캔 사람에는 마틴 루터 킹, 찰리 채플린, 아인슈타인도 있었다. 에드가는 마틴 루터 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시기했으며, 아인슈타인을 22년간 사찰하면서 전화도청과 우편물검열,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뒤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에드가의 행각에 훗날, <조작된 신화 존 에드가 후버>의 저자인 앤서니 서머스는 '민주주의의 악몽'이라는 표현하기도 했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가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위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권력이 되레, 국민을 불법적으로 감시하고 사찰한 슬프고 추한 역사는 과거에 기록된 것으로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악몽이 더 이상은 반복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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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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