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삭개오의 크리스마스

seyoh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2.11.5
미국 그로브시티 대학교에서 종교학과 미디어 생태학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고든(T. David Gordon)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교회에서 평범한 설교나마 할 수 있는 목사들의 비율은 30퍼센트 미만이라고 합니다. 뛰어난 설교가 아니라 최소한의 기본조차 안 된 설교가 태반이라는 겁니다. 그 이유를 그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가운데 놓인 젊은 설교자들의 글 읽기와 쓰기 능력이 턱없이 떨어졌다는 데서 찾았습니다. 우리나라 설교자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읽기와 쓰기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논리적인 사유의 능력이 없다는 것이고, 사유의 능력이 없다는 것은 곧 성서의 세계를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성서텍스트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해석해서 선포하는 일이 불가능합니다.
저는 오세용 목사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젊은 설교자들이 배워야할 글쓰기의 모범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 목사님의 글은 막힘이 없습니다. 내용적인 면이나 형식적인 면에서 어색하거나 비약되는 대목이 없습니다.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듯한 글입니다. 이런 글쓰기의 내공은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성경을 많이 안다고 해서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최소한 두 가지 성숙한 안목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세상을 보는 안목입니다. 그것은 인문학적 통찰입니다.
다른 하나는 성서텍스트의 깊이를 보는 안목입니다. 이것은 해석학적 통찰입니다.
오 목사님은 스스로 ‘각주 없는 성경읽기’라고 자신의 글을 규정했습니다. 저는 그런 성경읽기가 바로 인문학적 성경읽기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 목사님의 글에 막힘이 없다는 것은 그의 글이 에세이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뜻입니다. 에세이는 단순히 평이한 글이 아닙니다. 자신의 정신세계에 완전히 소화된 내용을 소화된 언어로 표현하는 장르가 바로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물론 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충분히 소화된 신학을 일상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게 쉬운 게 아닙니다. 많은 설교자나 기독교 저술가들이 자신도 모르는 말을 합니다. 들은풍월을 읊든지, 교언영색에 빠집니다. 독자들께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깊으면서도 재미있는 성서의 세계로 들어가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오 목사님이 보내주신 파일에 담긴 이 책의 내용을 출판되기 전에 읽으면서 책읽기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습니다. 성서기자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떨 때는 바이셰델(Weischedel)이 서양 철학자들을 에세이 식으로 소개한 <철학의 뒷계단>을 읽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들이 새롭게 살아나곤 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법학을 전공한 전력 때문인지 검사가 피의자의 죄를 조목조목 따져가듯이 성서텍스트의 구석구석을 목사님의 영적인 시각으로 들추고 있습니다. 재미있고, 유쾌하고, 흐뭇하고, 또 영적으로 감동이 밀려들었습니다.
팁(tip)을 하나 드립니다. 여기에 실린 25편의 모든 글은 내러티브 설교의 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서의 인물들이 마치 애니메이션의 생동감 넘치는 장면처럼 오늘 우리에게 살아있는 이야기로 재구성된 설교입니다.
“오 목사님, 좋은 글을 읽고 추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용섭 목사
- 영남신학대학 교수, 샘터교회 담임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