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 고전에서 배운다

seyoh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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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지육림 1] 지나치게 잘난 인간들 - 걸 주의 공통점
好酒淫樂 嬖於婦人 호주음락 폐어부인
술과 음악을 좋아하고 여자를 밝히다 (<史記> 殷本紀)
은(殷)이 망하기 직전 주왕(紂王)의 행태에 대한 <사기>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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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하늘을 능욕하던 무을이 벼락 맞아 죽은 뒤 34년째에 무을의 증손자인 신(辛)이 왕위에 올랐다. 그 사이에도 나라는 회복이 어려울 만큼 기울고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망한 것은 신에 의해서다. 음란한 짓을 일삼은 왕 조갑제로부터 100년이요, 천벌을 받은 무을제로부터 60년 뒤의 일이다.
신은 후대에 주왕(紂王)이라 불렸다. 하나라의 마지막 임금 걸과 더불어 ‘걸주(桀紂)’라 불리며 패역무도한 망국 군주의 대명사가 된 인물이다.
중국 한자에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말이 있다. 왕을 홀려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의 미녀라는 의미다. 왕을 홀려 정신을 빼앗은 미녀와, 여자에게 정신 팔려 나라를 망친 군주- 둘 중에 누구의 죄가 더 클까. 대답이 어려울 수도 있다. 여자에게 홀린 왕들은 대개 오만하고 흉포하기가 이를 테 없었고, 나라가 망할 때까지 왕의 넋을 쏙 빼놓은 미녀들은 대개 요사하고 사치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의 마지막 왕 걸과 은의 마지막 왕 주, 두 사람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첫째로, 처음엔 잘난 남자들이었다. ‘주제(紂帝)는 타고난 바탕이 총명하고 말재간이 뛰어났다. 일처리가 신속하며, 힘이 뛰어나 맨손으로 맹수와 싸울 수 있었다. 지혜는 신하의 조언이 필요치 않을 정도였으며, 말재주는 자신의 허물을 교묘하게 감출만했다(知足以距諫, 言足以飾非)'. 이 묘사를 보면 칭찬 같기도 하고 비난 같기도 하다. 진짜 허물은 여기에 있었다. '그는 자기 재능을 과시하여 천하에 명성을 드높이려고 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 못하다고 여겼다(은 본기).’
둘째, 술과 여자를 좋아했다. 영웅호색이라던가. ‘술과 음악을 좋아하였으며, 여자를 좋아하였다(好酒淫樂 嬖於婦人).’ 여기서 폐어부인(嬖於婦人)의 폐(嬖)라는 말은 좋아해도 수준낮게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 '여자를 밝혔다'라는 해석이 보다 어울린다.
시시한(?) 국사에 싫증이 났던지 여자가 너무 좋아서였던지, 주왕은 나랏일을 제쳐두고 오직 노는 일에 몰두했다. 점잖은 궁중 음악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몸이 녹아내릴 듯한 저속한 춤과 음탕한 음악들을 짓게 했다. 이를 사기에서는 ‘북리지무 미미지악(北里之舞, 靡靡之樂)’이라 했다.
‘북리’란 당시 기녀들이 모여있는 집으로 '할렘'에 비할만한 곳이었다. ‘북리지무’는 곧 기녀들이 추는 요염한 춤을 이르는 것이다. ‘미미지악’은 걸왕의 악사장 사연(涓)이 지었다는 음탕하고 퇴폐적인 음악이다. <예기(禮記)> 악기 편에 ‘뽕밭 사이 복수 위의 음악은 망국지음이다(桑閒?上之音 亡國之音)’라고 기술된 음악이 바로 이것이다.
나라를 망쳐도 화끈하게 망치는 사람은 대개 무능한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 너무 유능하다고 믿어 자만심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계속) ★ (丁明)
* 후일 한비자(韓非子)는 임금이 해서는 안 될 10가지를 경계하였는데, 그 가운데 ‘호음(好音)’을 꼽고 있다. 음악에 너무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진 1. 달기 상상도 (현대)]
[사진 2. 2009년 중국 드라마에서 달기를 연기하는 곽사연(?思燕)]
[사진 3. 주지육림 상상도 (현대, 중국)]
[사진 4. 주왕의 유적지 조가(朝歌)는 문화유산이자 관광지로 유명하다. 오래된 지명 조가(朝歌) ‘아침의 음악소리’란 혹시나 밤낮 없이 흥청거렸던 주왕 시절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을까.]
2015.02.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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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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