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우리말 발음, 두 가지

 

 

CBS 기독교 방송을 즐겨 듣는다.

아침에 <김현정의 뉴스 쇼>는 꼭 챙겨듣고, 다른 프로그램도 자주 듣는 편이다.

그렇게 듣는 중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의아하게 생각되는 일이 몇 건 있어, 적어본다.

 

첫 번째 문제적 발음

 

그 방송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광고가 등장하는데, 문제가 있다 생각하게 된 것은

이 지역의 어떤 병원 원장이 등장하여 하는 광고문에서 나온 것이다.

 

그 분은 하지정맥에 관한 치료법으로 수술을 언급하면서 수술을 받지 못할 사정이 있는 분들에게 ‘산보’를 권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된 것은 ‘산보’라는 말의 발음이다.

 

그 분은 ‘산보’라 발음하고 있었다, 산보?

‘산보’라 들려오는 발음이 영 낯설었다. ‘산보’라는 말을 ‘산보’라 읽는가? ‘산뽀’가 아니고?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가 싶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산보 (散步)[산ː뽀]

산보하다 (散步--)[산ː뽀하다]

[동사] [같은 말] 산책하다(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다).

 

맞다. 내가 생각했던 발음 [산ː뽀]가 맞는 것이다.

 

산보에 얽힌 나의 기억 하나. 어릴 적 일이다. 집 근처에 야트막한 동산이 있어서 거기에서 친구들과 놀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언제까지인지 모르겠으나 산보라는 말을 ‘산’이 들어있으니, ‘산(山)’에 올라가 걷는 것이라 알고 있었다. 물론 나중에 산보의 산이 산(山)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두 번째 문제적 발음

 

일요일 아침에 어느 대형교회의 목사가 설교를 하고 있었다.

그 설교중에 또 나를 의아하게 만드는 발음이 들려왔다.

 

‘죄를 전까하다.’

 

아니, 죄를 전까하다니? 무슨 말?

앞뒤말로 미루어 보아, 죄를 ‘전가’한다는 말인데, 발음을 ‘전까’라고 하네, 이상하다.

그 분이 맞다면, 지금까지 내가 잘 못 발음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래서 또 사전을 찾아보았다.

 

전가 (轉嫁)[전ː가]

 

[명사]

1. 잘못이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씌움.

2.시집을 두 번째로 감.

3. <경제>조세 부담이 사경제적(私經濟的)인 유통 과정을 통하여 납세자로부터 다른 곳으로 이전됨.

   

죄를 남에게 돌린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 전가는 ‘전가’라고 발음하지, ‘전까’라고 하지 않는다.

다행이다, 내가 그 발음을 틀리게 하지 않았다는 것, 안심이 되었다.

 

그런 문제적 발음을 들으면서 생각해 본다.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에서 그렇게 틀린 발음을 하는 사람들은 뭔가? 우리말이 어려워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말에 무심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발음을 해서 그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