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셰익스피어 클래식

seyoh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6.8.12
악어의 눈물…침샘이 눈물샘 자극
거북이 등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나

악어의 눈물은 ‘거짓 눈물’이 아니라 먹이를 먹으려고 입을 벌릴 때 침샘이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꿀벌과 나비들이 악어의 눈물을 마신다는 것이 포착돼 과학자들이 연구에 나섰다. ⓒ esa.org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은 통상 위정자를 빗대어 쓰이는 말이다. 악어가 먹이를 씹으며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에서 전래된 것으로 패배한 적이나 희생시킨 정적 앞에서 흘리는 위선적 눈물을 가리킬 때 쓰인다.
‘악어의 눈물’ 역사는 1세기 로마시대로 올라가
악어의 눈물의 역사는 아주 깊다. 고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역사학자 플리니우스(23~79)는 그의 저서 ‘박물지’에서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는 사람을 잡아먹은 후 그를 애도하며 눈물을 흘린다는 기록이 있다”고 썼다.
이렇게 본다면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가짜 눈물’의 속성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 ‘햄릿’, ‘오델로’, 그리고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등 여러 작품에서 인간의 애증과 질투를 다루기 ‘악어의 눈물’을 자주 인용했다.
‘오델로’에서 이렇게 나온다. 오델로는 그의 아내 데즈데모나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지구가 한 여자의 눈물로 가득하게 된다면, 그녀가 흘리는 눈물방울 하나하나가 악어로 변하게 될 것이다”라고 비탄한다.
침샘이 눈물샘을 자극해 일어나는 현상
그러나 ‘악어의 눈물’은 참회나 사죄의 거짓 눈물이 아니다. 그것은 생리학적인 반사작용에 의한 결과물일 뿐이다. 악어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눈물을 분비하는 누선과 침을 분비하는 타액선이 매우 가까이 붙어 있어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 다시 말해서 침샘이 분비되면 눈물샘을 자극하게 되어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악어의 눈물은 심지어 우리의 문화 속에도 깊이 자리를 틀었다. ‘악어 눈물 증후군(Crocodile tears syndrome)’은 소위 ‘얼굴신경 마비의 후유증’이다. 이러한 마비로 인해 음식을 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 증상을 이르는 말이다.
의학용어인 악어 눈물 증후군은 환자의 침샘과 눈물샘의 신경이 뒤얽혀 마치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처럼 침과 눈물을 동시에 흘린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의학자들에 따르면 뇌에 외상을 입거나 뇌졸중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또한 안면신경이 두개골을 통과하면서 압박을 당할 때 나타나는 안면마비가 자연적으로 회복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침샘으로 가는 일부 신경이 눈물샘으로 가는 신경에 ‘잘못’ 연결되면 음식을 먹을 때 침이 분비되면서 눈물샘에서 동시에 눈물이 나오게 된다. 심지어 음식 먹는 생각만으로도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것처럼 눈물이 나기도 한다. 악어의 눈물이 나오는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악어의 눈물을 마시는 나비와 꿀벌의 현장 직접 목격
자연계에서는 여러 가지 놀라운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악어의 눈물은 실제로는 나비와 꿀벌들의 음료수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과학자들은 화창한 어느 날 코스타리카의 푸에르토 비에조 강(Costa Rica’s Puerto Viejo River) 의 강가에서 쉬고 있는 악어의 눈 위에서 나비와 벌들이 악어의 눈물을 마시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들은 당시 강 유역에 몸을 담그고 있던 2.5m 크기의 카이만 악어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당 악어가 눈물을 흘릴 때 인근에서 나비와 꿀벌이 날아와 받아 마시는 것.
연구팀의 일원인 수상 생태학자 카를로스 데 라 로사(Carlos de la Rosa)는 이 기묘한 현상의 원인을 소금 때문으로 추정했다. 소금 속 나트륨은 곤충들의 신진대사 촉진을 위한 필수요소지만 바다가 아닌 강 유역에서 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악어의 눈물 속 염분을 섭취하기 위해 나비와 꿀벌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악어의 눈물 속에는 염분 외에 단백질 등 미량 영양소들이 추가로 있을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곤충들이 거슬리게 하는데도 악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악어의 몸집이 곤충에 비해 워낙 거대해 별다른 반응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꿀벌이 거북이 눈물을 마셨다는 기록 있어
사실 곤충이 파충류의 눈물을 받아먹었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2년 연구결과 중에는 에콰도르 야수니 국립공원에 사는 거북의 눈물을 꿀벌이 받아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곤충에게는 유익하고 악어에겐 유익하지 않다. 그렇다고 딱히 손해도 보지 않는 행위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경우를 편리공생 (commensalism: 생물의 공생 가운데 한쪽만 이익을 보고 다른 한쪽은 딱히 불이익이나 이익을 받지 않는 경우)이라고 한다.
이 현상에 대한 조사를 지속 중인 카를로스 데 라 로사 연구원은 “생존을 위해 공생하는 자연 생태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형상”이라며 “만일 하나의 종이 사라질 경우 이 파장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우리 생태계의 안정과 지속 가능성은 이러한 상호작용에 기반 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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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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