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 드는 책

seyoh
- 작성일
- 2018.11.29
글쓰기가 뭐라고
- 글쓴이
- 강준만 저
인물과사상사
글쓰기가 뭐라고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글쓰기가 뭐라고』인데, <강준만의 글쓰기 특강>이다.
글쓰기 관련 책이다.
저자 강준만에 대하여는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겠다.
많은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분인데, 그가 글쓰기에 관한 글을 썼으니 글쓰기 노하우가 들어있을 것 같은, 그래서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글을 자주 쓰는 편이지만, 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해서 이런 글쓰기 책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한 쪽이라도 읽고 새겨볼 것이 있는지 살펴보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여느 글쓰기 책처럼 지나치지 못하고 그냥 몇 쪽 들춰보는 책이 아니라, 마음먹고 이 책에서 뭣 좀 건져보자, 하는 굳은 각오 하면서 펼쳐 든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 마음에 대하여
제2장 ... 태도에 대하여
제3장 ... 행위에 대하여
저자가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해 놓은 것을 보고, 처음에는 의아했었다. 마음, 태도, 행위?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가 뭘까?
그런데 하나씩 읽어가면서,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마음을 세심하게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글을 잘 쓰는 전문가를 위한 책이 아닌 것이다. 저자의 목표는 초심자들이 글쓰기에 주눅들지 말라는 것이다. 제대로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에게 마라톤 할 때 주의할 점을 가르쳐서야 되겠는가? 해서 저자는 초심자들에게 마음에 대하여, 태도에 대하여, 행위에 대하여, 하는 식으로 차근차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몇 가지만 발췌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접속사(98쪽)의 문제
<거의 모든 글쓰기 책이 접속사를 쓰지 말라거나 자제하라고 주문하지만, 예외적으로 “글의 흐름을 명확히 보여주려면 접속사를 사용하라”고 주문하는 이도 있다. 접속사는 언어 세계의 신호등이기 때문에 글의 흐름을 좀더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그러나’가 없어도 의미가 통하면 ‘그러나’를 빼는 게 간결한 글을 만드는 데에 중요하다지만, ‘그러나’가 있으면 독자가 훨씬 더 쉽고 빨리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간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글쓰기는 소통이다. 동료 집단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도 있지만, 글의 주제에 대해 문외한인 보통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도 있다.>(98쪽)
접속사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책을 몇 권 읽었다.
그런 책을 읽고 난후 글을 쓸 때마다 접속사를 쓸 경우에, 내 손끝은 흔들린다.
써, 말어, 써, 말어, 하는 망설임의 시간이 길어진다.
어떤 때는 과감히 그런 가르침 몰라라 하고 써버리는데, 또 다른 글쓰기 책에서 그런 가르침 만나면 나도 모르게 그전 썼던 글들이 후회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또 글을 쓸 때 고민이 시작되는데, 이 책 이 부분 읽으니 시원한 마음이 든다. 까짓것, 내가 작가도 아닌데, 접속사 쓰면 어때서?
그렇게 마음을 먹고 이 책을 계속 읽어보니, 저자도 접속사 자주 쓰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은 한다. 다음은 그 사례들.
108 쪽 – 하지만/ 109쪽 – 그러면서, 그런데, 하지만, 하지만
110쪽 – 그러나 / 112쪽 – 그런데 / 118쪽 – 하지만,
126쪽 – 그런데 / 127쪽 – 그런데 / 128쪽 – 하지만
131쪽 – 그래서 / 136 쪽 – 그러나/ 138 – 그런데
139 – 하지만, 그러니/ 143 – 그런데
간결하게 쓰라는데, 과연?
말이든 글이든 간결하게 쓰라는 말은 물론이거니와, 뭘 모르는 사람이 길게 말하고 쓴다, 는 말이 있으니, 간결하게 쓰는 것이 참으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참에 저자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간결에 강박증이 될 정도로 대해 들었던 사람에게 복음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간결이 꼭 미덕일 수도 없으며, 어설프게 흉내냈다간 오히려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초심자들은 글쓰기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인데, 그들에게 간결하게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건 괜한 겁주기는 아닐까?> (99쪽)
저자의 가르침, 밑줄 긋고 새겨야 - 이런 것도 알아두자
지식의 저주 (curse of knowledge)
지식의 저주는 어떤 일이나 주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아예 모르거나 적게 알고 있는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는 데에 무능하기 때문에 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전문가들이 그러기 때문에 ‘전문가의 저주’라고도 한다. (42쪽)
개념 없는 관점은 맹목적이며 관점없는 개념은 공허하다 (159쪽)
장점의 단점 법칙 (176쪽)
그 어떤 것이든 장점은 반드시 그에 상응한 단점이 수반되기 마련이라는 법칙이다.
이런 경향은 인간의 성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순발력 있는 사람은 성격이 급하고, 차분히 생각해서 행동하는 사람은 느려 터진 면이 있고, 신념이 강한 사람은 완고한 면이 있고, 즉흥적이어서 분위기를 잘 살리는 사람은 예측 불가능성이 있어 우리를 짜증나게 만들 수 있다.
추상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급적 사람을 넣어서 질문해야 하며, 질문은 제한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170쪽)
스토리텔링 기사를 중시하는 캐나다 신문 『데일리글리너(The Daily Gleaner)』 의 편집 회의실엔 이런 캐치 프레이즈가 걸려있다.
“모든 사실을 인물 구조로 바라보라. 당신의 기사를 더 생생하고 풍부하게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면 모든 주제를 인물을 통해서 드러나게 하라.”(124쪽)
다시, 이 책은?
이 책 읽고 나니, 문득 글쓰기에 대한 어떤 강박관념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다음과 같은 말에 힘이 나기도 한다.
<전문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의 이유’나 ‘글쓰기의 고통’에 부화뇌동한 나머지 글쓰기를 너무 근엄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126쪽)
저자는 말한다. "전문가처럼 할 욕심을 내지 말라" 한다. (132쪽)
목줄에 메인 개처럼 글을 쓸 때 항상 나를 뒤로 잡아당기는 줄이 있었는데. 이 책 읽고 나니, 그게 풀린 듯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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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