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가설 [ The Red Queen hypothesis ]

계속해서 발전(진화)하는 경쟁 상대에 맞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발전(진화)하지 못하는 주체는 결국 도태된다는 가설이다.

‘붉은 여왕의 달리기’ 혹은 ‘붉은 여왕 효과’라고도 한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유래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에는 앨리스가 붉은 여왕과 함께 나무 아래에서 계속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

앨리스가 숨을 헐떡이며 붉은 여왕에게 묻는다. “계속 뛰는데, 왜 나무를 벗어나지 못하나요? 내가 살던 나라에서는 이렇게 달리면 벌써 멀리 갔을 텐데.”

붉은 여왕은 답한다. “여기서는 힘껏 달려야 제자리야. 나무를 벗어나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달리고 있는 붉은 여왕과 앨리스를 표현한 존 테니얼(John Tenniel)의 삽화

거울 나라는 한 사물이 움직이면 다른 사물도 그 만큼의 속도로 따라 움직이는 특이한 나라였다.

진화생물학자, 붉은 여왕의 손을 잡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였던 밴 베일런(Leigh Van Valen)은 1973년 〈새로운 진화 법칙(A New Evolutionary Law)〉이라는 논문에서 ‘지속소멸의 법칙(Law of Constant Extinction)’을 설명하고자 붉은 여왕 가설을 제시했다.

붉은 여왕의 가설을 설명할 수 있는 멸종된 도도새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명체 가운데 적게는 90%, 많게는 99%가 소멸했다고 한다. 적자생존의 자연환경 하에서 다른 생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화가 더딘 생명체가 결국 멸종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거울 나라의 이치와 같다.

시장에도 등장하는 붉은 여왕

미국 스탠퍼드 대학 교수인 윌리엄 P. 바넷(William P. Barnett)은 1996년 모튼 T. 헨슨(Morten T. Hansen)과 공동 발표한 논문 〈조직 진화 내의 붉은 여왕(The Red Queen in Organizational Evolution)〉에서 붉은 여왕 가설을 경영학에 접목시켰다.

바넷의 주장은 간단하다. 경쟁이 시장의 모든 기업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성과를 높이려 노력하는 기업은 일순간 시장의 승자가 된다. 하지만 그 지위는 실패를 만회하고자 더 분발하는 패자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새로운 경쟁 기업은 언제든 나타난다. 쉼 없이 경쟁 기업의 움직임을 살피고 더 분발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고 만다. 거울 나라의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말한 것처럼.

영원한 1등은 없다. 혁신만이 살 길

한때 세계 필름 사진 시장을 주도했던 미국 코닥은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변화를 두려워해 도태된 대표적 사례이다.

코닥 필름 ⓒDnalor 01

사실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회사이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 시장이 피해를 입을 것을 염려해 상용화를 중지했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 대중화에 따라 필름 카메라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결국 코닥은 2012년 파산 신청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