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셰익스피어 제대로 바로 읽기

seyoh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9.7.3
마음이 따뜻한 사람, 셰익스피어
로마에 관심이 있다.
해서 로마에 관련된 책이라면 가급적 읽으려고 노력을 한다. 했었다. 했다.
시오노 나나미, 콜린 맥컬로, 또 누구? 하여튼 누구 책이든 로마와 관련이 있다면 읽었다.
그건 로마 자체에 대한 관심도 관심이려니와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마음이기도 하다.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루크레티우스의 능욕』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 속에서도 로마 관련 이야기들을 많이 구사하는 게 바로 셰익스피어다.
요즘 김상근 교수의 책 『나의 로망, 로마』를 읽고 있다.
그 책중 눈을 번쩍 뜨게 하는 부분을 만난다. 신나는 일이다.
독자가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문장을 쓰는 작가는 책을 쓸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작가는 먹지 못하는 과일을 생산하는 과수원의 농부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통치하던 16세가 말부터 극작가로 활동했던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요 대사를 이중으로 썼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청중은 영어를 사용하던 평민계급과 라틴어나 프랑스어를 궁중의 언어로 사용하던 귀족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맥베스』 2막에서 이런 문장을 선보입니다.
바다의 신 넵튠이 거대한 바닷물 전체를 쓴다한들
내 피를 이 손에서 씻어낼 수 있을까? 아니야.
이 손은 온 바다를 진홍색으로 물들여서
푸른 물을 붉게 만들고 말거야!
한국말로 ‘진홍색’으로 번역된 단어 incarnadine 는 라틴어에 어원을 둔 어려운 단어입니다. 반면 ‘붉게’로 번역한 단어 red 는 영국의 보통사람들이 사용하던 일상적인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는 ‘붉게’는 평민들을 위해서, 그리고 ‘진홍색’은 귀족들을 위해서 따로따로 사용했습니다.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청중을 정중하게 대하려는 배려의 정신이 없었다면, 이런 친절한 표현 방식은 사용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의 로망 로마』, 김상근, 7-8쪽)
위에 인용된 맥베스의 대사는 2막 2장에 나온다.
그럼 원문을 살펴보자.
Will all great Neptune's ocean wash this blood
Clean from my hand? No, this my hand will rather
The multitudinous seas in incarnadine,
Making the green one red.
‘진홍’과 ‘붉음’
‘incarnadine’과 ‘red’
그저 둘다 빨강색 계통인가보다 했지, 그 두 단어 사이에 그런 차이가 있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어쨌든, 로마를 좋아한 덕분에 하나 배운다.
색깔을 말하는 영어 단어에 그런 남다른 뜻이 있음을, 또 그런 단어를 다르게 구사해서 관객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셰익스피어에게서 배려를, 역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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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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