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 드는 책

seyoh
- 작성일
- 2020.2.28
새해
- 글쓴이
- 율리 체 저
그러나
새해
이 책은?
이 책 『새해』는 소설이다. 독일 소설가 율리 체의 작품이다.
이 책의 내용은?
‘다리가 아프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 시작이 이채롭다.
주인공 헤닝은 지금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는 중이다.
어딘가가 목적이 아니라, 운동을 하기 위해 자전거 타고 그냥 어딘가로 가고 있는데, 다리가 아프다.
그 시각은?
1월 1일이다. 해서 소설의 제목이 ‘새해’다.
새해 아침, 주인공 헤닝은 자전거에 몸을 싣고 어딘가로 가는 중이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내, 그는 생각을 떠올린다. 아니 생각이 떠오른다.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내려간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여기서 저자는 하나의 복선을 위한 힌트 하나를 넌지시 깔아놓는다.
바로 기억에 관한 것이다.
<그가 아는 한, 인간의 기억은 보통 다섯 살이나 여섯 살이 돼서야 시작된다. 언젠가 그는 출판사에서 인간의 기억을 다룬 책을 편집한 적이 있다. 거기엔 어릴 적 기억이 사실은 사진이나 남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적혀 있었다. 심지어 성인에게 조작된 과거 사진을 보여주면 기억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14쪽)
기억, 지금 주인공 헤닝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이것, 저것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기억은 언제적의 기억부터 남아있지? 보통 다섯 살이나 여섯 살이 돼서부터!
그는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길을 줄인다.
<오늘은 페메스에 오르기 좋은 날이다. 간밤이 엉망진창으로 지나갔어도 푹 쉰 기분이다. 1월 1일. 도전하기에 안성맞춤인 날. 헤닝은 곧 새해에 대고 마음속 말을 다 풀어낼 것이다. > (26쪽)
‘새해에 대고 마음속 말을 다 풀어낸 것’이 이 소설이다.
해서 헤닝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자전거 안장위에 앉아 있는 그에게 끝없이 떠오른다.
그런 일을 기억 속에 떠올리면서, 헤닝은 새해에 대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그의 기억을 따라 읽어가다 문득 걸리는 게 하나 등장한다.
바로 ‘그것’이란 말. ‘그것’이라 말하는데 구체적인 언급이 바로 나오질 않는다. 해서 궁금증이 인다. ‘그것’이란 게 대체 무어지?
‘그것’의 정체는 드디어 독자들에게 알려진다. 공황발작과 범불안 장애.(45쪽)
헤닝에게 일어난 ‘그것’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새해 아침 열 시다. 밖에 나온 지 겨우 두 시간밖에 안되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71쪽)
<헤닝은 산꼭대기에 도달한다.> (81쪽)
그곳에 페메스가 있다. 그리고 환상처럼 만난 한 여인, 리자.
리자의 집에서 헤닝은 어릴 적 사건 하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
다시, 이 책은?
소설을 읽고 리뷰를 쓸 때 가장 망설여지는 부분이 줄거리를 소개하느냐 마느냐이다. 리뷰를 쓰기 위해서는 줄거리를 언급해야 하는데, 그 줄거리가 나중에 소설을 읽을 독자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그게 문제다. 줄거리를 언급하면서 리뷰를 쓰자니 스포일러, 줄거리를 말하지 않고 리뷰를 쓰자니 두루뭉술 그 자체니, 그게 문제다.
이 소설은 그런 작품이다. 줄거리를 말하기 어렵다. 중반과 후반의 줄거리를 요약이라도 하는 순간, 나중에 읽는 독자들에게 치명적이다. 김이 새는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소개할 수밖에. 이야기의 초반에는 약간 지루하게 이것 저것 기억을 꺼집어내더니, 중반부터는 그 기억중 하나를 꺼집어내어 주인공의 실상을 다 보여준다. 그가 왜 그것에 휘둘리고 있는지를.
이런 말,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말하는 게 아닐까?
<헤닝과 루나는 오래도록 인간의 기억과 의식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현실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직접 주고받는 모든 이야기들의 합 이상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205쪽)
다리가 아프다, 라고 시작한 이 소설, 그게 다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리가 아프다, 라는 말을 시작으로 한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정작 아픈 데가 어딘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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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