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 드는 책

seyoh
- 작성일
- 2021.12.28
살인의 예술
- 글쓴이
- 레이먼드 챈들러 저
레인보우퍼블릭북스
살인의 예술
이 책엔 모두 5편의 추리소설이 담겨있다. .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추리소설, 그러니 잘 읽힌다.
하드보일드는 자연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주제가 일단 등장하고, 일어난 사건을 냉철하고 냉담하기조차 한 주인공이 해결해 나가는 소설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심리보다는 행동을 묘사하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
영화로 만들기 딱 좋은 소설이다. 화면이 휙휙 빠르게 지나가는 영화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여기 수록된 작품 모두 그렇다.
<황금 옷을 입은 왕>
<영리한 살인자>
<사라진 진주 목걸이>
<호텔 방의 여자>
<시라노 클럽 총격 사건>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모두 사립탐정이다.
사립탐정은 면허제이다. 다음 대화를 들어보자.
“당신 아직도 사립 탐정 면허 가지고 있나?”
“어디 있을텐데.....”“그럼 우리가 뺏으면 되겠군.” (298쪽)
경찰과 사립탐정 카마디의 대화(<시라노 클럽 총격 사건>)에서 미국에선 사립탐정이 면허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그 탐정들이 호텔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그러니 사건의 발생 장소도 호텔이 주로 등장한다.
호텔의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쫓겨난 스티브, <황금 옷을 입은 왕>
호텔 무선실 담당 토니, <호텔 방의 여자>
호텔의 소유주이기도 한 사립탐정 카마디, <시라노 클럽 총격사건>
그렇게 그들은 사건의 현장에서 일하면서 그 바닥의 생리를 몸으로 깨달은 사람들이라, 머리보다는 몸이 먼저 작동한다. 그래서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작품에 알맞는지도 모른다.
책을 펴들면 승부욕 급상승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뇌가 운동을 시작한다.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이 책에서는 말해 무엇하랴?
저자와 한판 승부를 시작하려는 결기가 솟아나는 것이다.
한번 해볼까? 누가 먼저 범인을 알아차리는지 볼까, 하는 승부욕으로 뇌는 아연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그래서 추리소설은 마음의 양식을 넘어 마음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행간 곳곳에 단서를 흘리고, 묻어 놓는다. 독자들은 그런 작가들의 트릭을 하나 하나 파헤치면서 그 틈을 파고 들어 범인을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소개한다.
<영리한 살인자> : 관자놀이 살인사건
추리소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트릭이 하나 있다. 바로 관자놀이 살인사건이다.
예컨대 이런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오른쪽 관자놀이에 검게 그을린 구멍이 보였고, 레이스처럼 현란한 핏자국이 얼굴 옆면과 목선을 가로질러 부드러운 셔츠 깃까지 길게 흩어져 있었다. (110쪽)
관자놀이에 총을 맞았다는 말이 나오면 반드시 그 뒤에 오른손이니 왼손이니 하는 게 등장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그 다음 말을 읽어보자.
오른손은 두꺼운 카펫 아래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는 검은색 소형 권총을 쥐고 있었다. (110쪽)
그렇게 등장한 관자놀이 살인사건, 결말을 살펴보자.
“그 말인즉슨, 월든이 자살하지 않았다는 거죠. 총은 오른손에 있었어요. 몸싸움의 흔적도 없었고, 관자놀이에 생긴 총상은 총알이 발사되면서 화상을 당한 거라 정확히 조준한 것 같더군요. 그 얘기는 누가 쐈는지 몰라도 월든 가까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아니면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는 상태였던가, 그 경우라면 열쇠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있겠죠.” (118쪽)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었다하면, 그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인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해서 피살자가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그것부터 확인! 다행하게도 작가는 그것은 분명히 밝혀준다. 그러니 이제 그 사건은 타살로 인한 살인사건인 것이 밝혀지고, 그 다음 순서로 이제 탐정의 활약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라진 진주 목걸이> : 진주 목걸이가 등장하면?
이 작품엔 진주 목걸이가 등장한다. 제목부터 진주 목걸이가 등장한다.
<사라진 진주 목걸이>
사립탐정 월터는 약혼자인 엘런으로부터 사라진 진주 목걸이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자기가 간호하는 펜러덱 부인의 목걸이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크기가 고른 49개의 분홍진주알로 만든 목걸이가 도난당했으니, 찾아달라는 것인데 그 목걸이는 가짜 진주, 즉 모조품이라는 것이다.
부인이 진짜 진주 목걸이를 팔고 모조품을 만들게 한 거야.
그런데 모조품이면 왜 애써 찾으려는 거야?
부인은 누군가 그 목걸이가 모조품인 걸 알게 되어서 그 사실을 폭로한다고 협박을 할까봐 더 걱정하고 계셔. (169쪽)
월터와 약혼자인 엘런의 대화중 주요한 부분이다.
그렇게 해서 월터는 그 목걸이를 찾으러 나선다.
여기서 독자들은 뭔가 진주 목걸이 하면 떠오르는 게 있을 것이다.
모파상의 <진주 목걸이>에 등장하는 진짜 목걸이와 모조품 목걸이.
해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조품 목걸이가 과연?
그런 의심이 합리적이다.
“사실 그 진주 목걸이가 모조품이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말투는 투박한데 머리는 꽤 영특한 친구로군.(.........) 자네 생각이 놀라울 정도로 적중했다네, 월터군.” (208쪽)
그렇게 해서 모조품 진주 목걸이를 찾는 게 아니라, 진짜 진주 목걸이를 찾아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과연 그걸 훔쳐간 범인은 누구일까?
단서?
맨처음 의심을 받은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과연 그럴까?
다시, 이 책은?
추리소설을 읽을 때에는 급하게 서두르지 말자.
내가 사건 해결을 위해 사건 현장에 투입되어 활약하는 사립탐정이 되어, 차근차근 주어진 정보를 검토하면서, 사건을 복원해 보는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독자들이 스스로 해결할 정도의 정보를 여기저기 숨겨 놓는다.
그걸 얼마나 잘 찾아내어, 사건을 해결하는가 하는 점이 독서의 재미를 좌우한다.
여기 제시된 다섯 개의 사건, 그중에 몇 개나 해결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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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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