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 드는 책

seyoh
- 작성일
- 2022.12.25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글쓴이
- 최진석 저
북루덴스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자전적 철학 이야기>라는 말 들어보았는가?
철학을 말하되 ‘자전적’이라니, 그건 순전히 저자가 철학을 어떻게 시작했으며, 그 철학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를 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 최진석은 태어나는 시점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959년,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 곁의 작은 섬 장병도에서 태어나 함평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릴 적 이름은 최진절, 한자로는 崔珍?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진절머리’를 연상시키는지라 끝의 한자 절(?)을 살짝 고쳐 석(晳)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절의 재(才)변에 한 획을 내려 그어서 목(木)으로 바꿔 석으로 고쳤다는 것이. (9쪽)
자, 이제 저자가 철학을 전공하게 되는 사연 들어보자.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이수해야 할 전공을 선택해야 해서, 260명 동기 중 3명이 철학과를 지원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저자였다. 그 소식을 듣고 지방에 있는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오셨는데, 저자의 이런 말 들어보자.
아버지는 철학과를 선택한 이유 같은 것은 아예 묻지도 않으셨다. 물으셨다면 더 난감했을 것이다. 철학과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다. (51쪽)
그런 어려움을 겼은 후에, 저자는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베이징대학교에서 당나라 초기 장자 해석을 연구한 『성현영의 ‘장자소’ 연구(成玄英的‘莊子疏’硏究)』(巴蜀書社, 2010)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결과 이 책의 제목처럼 장자, 노자를 연구하고, 그래서 이 책에서 자연스럽게 장자와 노자의 철학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이 많다.
인간으로서 제대로 사는 일은 스스로 불편을 자초하는 일과 같다. (......) 그래서 다양한 수행의 모든 과정은 사실 ‘불편’한 것들로 짜여 있다. (69쪽)
아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모르는 곳으로 넘어가려고 불편한 몸부림을 친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질량이 커지고 또 커져서 다른 가벼운 것들을 제압하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71쪽)
눈앞의 편리함을 위해 공공의 책임감을 포기하거나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경박함이 있다. 이런 경박함을 버리고 불편함을 감당하며 인간으로서 품격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덕(德)이 있는 사람이다. (72쪽)
문명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가장 아래층은 구체적인 물건들로 채워진다.
두 번째 층은 구체와 추상 사이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제도다.
세 번째 층은 추상적인 형태를 띠는 철학이나 윤리나 문화 같은 것들이다. (238쪽)
장자와 노자는?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한평생을 산다는 것은 책받침 두께 정도의 얇은 틈새를 천리마가 휙 지나가는 것과 같다. 홀연할 따름이다.
(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 『장자(莊子)』 (108쪽)
노자는 성공의 기억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라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공이 이루어지면, 그 공을 차고앉지 말아야 한다. (功成而不居)
저자는 이 말을 충실하게 이행한 사람으로 혁명사 체 게바라를 든다.
그는 쿠바를 혁명하고 나서 쿠바의 권좌에 앉지 않고 또 다른 혁명을 위해 볼리비아로 떠난다. (125쪽)
노자의 말과 체 게바라의 연결, 의외이지만 그만큼 적절한 조합이다.
『논어』도 읽어보자.
『논어』 태백 편의 한 구절
興於詩 시를 통해 감흥이 일어나고
立於禮 예를 통해 세상에 서며
成於樂 음악을 통해 완성한다,
저자는 이 구절을 이렇게 해석한다.
음악이란 소리의 예술이다. 음악을 통하여 완성의 단계에 이르는데, 공자는 소리보다 먼저 시(詩)와 예(禮)를 제시한다. 시는 지성의 가장 높은 단계이고 예는 태도의 최고 높은 단계이다. 음악은 지성과 태도가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른 이후에 완성의 경지를 경험하게 해준다. (156쪽)
이런 것 새롭게 알게 된다.
자이가르닉 효과 (또는 미완성의 효과) (92쪽)
사람은 끝마치지 못했거나 완성하지 못한 일을 잊지 않고 머릿속에 간직하게 된다,
연속극이 자이가르닉 효과를 가장 모범적으로 응용한 사례다.
지금 생각해보면,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같은 행동이었다. (61쪽)
https://www.youtube.com/watch?v=Xm9W16DUsJ8
쇼스타코비치 왈츠가 어땠기에 그런 행동이라고 했을까, 하는 궁금증에 그 음악을 직접 찾아보았다. 과연 그 연주를 들으니 그 문장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괴테는 스스로를 뱀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다.
허물을 벗고 항상 새로운 시작을 시도한다는 뜻이다. (129쪽)
다시, 이 책은?
철학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 철학 책으로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시험지 답안에만 쓰고 끝나면 그건 철학이 아니다. 단순히 암기, 지식으로 끝나고 만다. 그것을 구체적인 생활로까지 끌고 나가는 사람이 진짜 철학자이다.
이 책은 철학자인 저자가 진짜 철학을 하는 방법, 손수 거쳐온 과정을 독자들에게 해주는 이야기이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가 자전적이라 이름붙이고 철학을 말하고 있기에 철학이 공중에 떠 있지 않고 아주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에 훨씬 더 스며드는 느낌이다.
철학책도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다는 것, 철학의 새로운 맛을 본 느낌이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