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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경찰서 경찰들은 이 영화를 꼭 보시오
[영화로 읽는 세상 이야기 35] '상상할 수 없는' 고문의 악몽 <언싱커블>





10.07.03 21:34 ㅣ최종 업데이트 10.07.03 23:04 박호열 (tkaenao)
















주먹과 구둣발로 정신없이 두들겨 맞은 뒤 커다란 욕조에 가득 담긴 물에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머리를 쑤셔 박습니다. 남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칠성판 위에 눕혀져선 발목부터 가슴까지 혁대로 꽁꽁 묶입니다. 이윽고 남자의 전신에 찬물을 끼얹은 뒤, '지지짓~' 거리며 새파란 불꽃을 튀기는 전선을 발가락과 젖꼭지 심지어 성기에까지 끼워 넣습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한 한 남자의 투쟁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짐승의 시간에서 인간의 시간으로, 죽음의 시간에서 삶의 시간으로 건너오기 위한 발버둥은 참담했습니다. 남자는 "제발 고통 없이 죽여만 달라"고 애원했고, 그들은 "너 같은 놈 하나 죽이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1985년 9월.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 간 김근태 민청련 의장이 꼬박 22일간 당한 물고문과 전기고문의 기록,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기 원한다'의 일부 내용입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10년. 군사독재시절의 유물로만 알았던 '고문의 악령'이 스멀스멀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고문의 악령 그 모든 것을 펼쳐 놓다


 






















  
CIA 소속 최고의 고문기술자 H가 일언반구 없이 고문실로 들어가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유수프의 새끼손가락을 손도끼로 잘라낸다.
ⓒ LLeju 프로덕션



언싱커블



"내 이름은 스티븐 아더 영거다. 아니 유수프 아타 모하메드다. 난 미국시민이다."


 


아랍계 출신으로 대테러부대 델타포스에서 핵무기 전문가로 암약했던 유수프(마이클 신)가 미국의 도시 3곳에 핵폭탄을 설치했다는 비디오를 찍는 장면으로 오프닝을 엽니다.


 


CIA의 고문기술자 H(사무엘 잭슨)가 체포된 아더로부터 핵폭탄이 설치된 곳을 알아내기 위해 급파됩니다. 그와 함께 FBI 특수요원 브로디(캐리 앤 모슨)가 현장 수사를 위해 파견되면서 핵폭탄을 둘러싸고 테러범과 정보기관 간에 숨 막히는 대결이 시작됩니다. 얼핏 영화는 이슬람의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그린 테러리스트 영화를 연상케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세계의 경찰로 행세하는 미국이 이슬람 국가에 가한 무력도발의 참상과 함께 친미 이슬람 정부를 세우기 위한 정치공작 등 중동 지역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들이 가세하면서 영화는 정치 스릴러물의 냄새를 짙게 풍깁니다.


 


그러나 영화는 제목 <언싱커블>(Unthinkable)처럼 '상상할 수 없는' 현실에 카메라를 고정합니다. 그리고는 마치 일제 고등계 형사가 독립군들을 상대로 갖가지 잔혹한 고문기술을 개발하고, 군사독재시절 민주화운동가들과 비전향 장기수들을 대상으로 실습했던 것처럼 고문의 악령 그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펼쳐 놓습니다.


 


그와 함께 영화는 고문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찬반 논쟁을 벌이던 이들이 어떻게 변해 나가는지 질기게 뒤쫓습니다. 고문기술자 H의 본 모습은 무엇이며, 고문을 반대하던 브로디가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 '고문의 심리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끔찍하게 묘사해 냅니다.


 


'상상할 수 없는' 공포와 악몽이 시작되다


 






















  
H가 유수프를 상대로 고전적인 고문이 전기고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유수프는 인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온갖 고문을 버텨내고 H는 초조해 지는데….
ⓒ LLeju 프로덕션



언싱커블



유수프가 설치한 핵폭탄이 터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72시간. 특수부대 건물에서 군 수사관으로부터 고문을 받던 그 앞에 최고의 고문기술자 H가 나타납니다. 포획한 먹잇감을 들여다보는 승냥이처럼 유수프 주위를 맴돌던 H는 일언반구 없이 손도끼로 순식간에 그의 새끼손가락을 절단해 버립니다. 


 


브로디가 미국 헌법은 고문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격렬하게 반대하지만 H는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이미 미 대통령으로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수프의 입을 열도록 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 앞에 일개 테러리스트의 인권 운운은 배부른 호강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고문. 유수프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꺽꺽 숨 막히는 공포심을 극대화하더니 칼을 들어 성기를 난도질 합니다. 발가벗긴 채로 두 팔을 천정에 매단 뒤 전신에 찬물을 붓고 전기봉으로 지져댑니다. 이어 펜치로 양 손가락의 손톱을 하나씩 뽑아내고, 얼굴에 검은 천을 씌운 뒤 물을 붓는 물고문이 이어집니다. 최악의 공포와 악몽이 시작된 것입니다. 


 


'상상할 수 없는' 기괴하기까지 한 고문을 가하는 H는 하지만 어떤 질문도 하지 않습니다. 마치 운동하듯이, 게임이라도 즐기듯이 고문을 합니다. 그런 H에게 있어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유수프 같은 적이 아닙니다. 브로디처럼 인권이나 들먹이는 연약한 부류들입니다. H가 연약함과 투쟁하기 위해 고문한다고 브로디에게 한 말, 바로 그가 고문하는 이유입니다.


 


"여긴 H도 유수프도 없다. 다만,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난 승자가 되기 위해 널 철저하게 깨트려 버릴 것이다."


 


H가 유수프에게 내뱉는 이 말은 그의 '고문관'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이윽고 듣도 보도 못한 업그레이드된 고문에 의해 유수프는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고문실을 갈가리 물어뜯습니다.


 


고문의 심리학, 사람의 영혼을 황폐화시키다


 






















  
피아노 협주곡이 흐르는 가운데 H가 열손가락의 손톱을 모두 뽑아낸 유수프의 손을 향해 송곳을 박아대는 것을 브로디가 지켜보고 있다.
ⓒ LLeju 프로덕션



언싱커블



다시 시작된 고문의 시간. H는 잔잔한 클래식을 켜 놓고 손톱을 뺀 유수프의 손을 송곳으로 찍어 버립니다. 극악무도한 고문의 효과일까? 브로디에게 폭탄이 설치된 장소 한 곳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 격분한 H는 유수프의 아내를 회뜨겠다며 데려오게 하고 결국 한 칼에 목을 따서 즉사시킵니다.


 


폭발 시간까지는 이제 3시간. H는 유수프의 두 아이마저 고문실로 데려오게 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승자만 존재할 뿐이지 패자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H와 두 아이가 고문실로 들어간 모습을 본 유수프는 눈이 뒤집히고 마지막 히든카드를 제시하며 영화는 극적 반전으로 치닫습니다.  


 


<언싱커블>은 주 무대는 낡고 지저분한 고문실입니다. 스펙터클한 액션도 현장 로케이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몰입도 100% 저력을 발휘하는 힘은 '고문의 심리학'에 있습니다. 고문하는 자와 고문당하는 자, 그리고 지켜보는 자들 간에 오직 '고문'을 매개로 이뤄지는 '심리전'은 기실 한 편의 아수라에 다름 아닙니다.


 


애초 예고 없던 H의 고문에 경악하던 이들은 저항하지만 고문의 횟수와 빈도에 따라 점차 반비례합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자신의 모습에 흠칫 놀랍니다. 하지만 고문을 멈추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왔습니다. 누구보다 고문을 반대하던 합리적 이성의 소유자 브로디가 급기야 효과적인 고문 운운하니까요. 


 


그리고 영화는 마침내 고문의 심리학 그 끝을 보여 줍니다. 유수프의 거짓 진술에 농락당한 보로디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칼을 집어 들고 그의 가슴을 내리 그으며 사실을 실토하라는 장면은 고문이 가하는 자와 당하는 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영혼까지 어떻게 황폐화시키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양천경찰서 고문과 구타는 예견된 일이다


 


문제는 고문의 심리학이 여기서 멈추지 않는 다는데 있습니다. 영화는 관객이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관객들에게 고문을 전이하고 이입시킵니다. H의 첫 고문에 경악하며 치를 떨던 관객은 어느새 브로디처럼 빠져듭니다. H가 어떤 고문을 어떤 강도로 할지, 유수프는 언제까지 버티고 H는 어떻게 더 세게 고문을 할지 기대하게 만듭니다. 마치 '고문의 악령'이 까마귀처럼 날아들어 우리의 영혼을 파먹듯이.   


 


김근태 민주당 고문의 몸을 조각냈던 고문기술자는 일명 '김전무' 불린 이근안입니다. 뭇 사람의 영혼을 파괴한 그는 7년 징역살이 끝에 회개와 사죄를 한 뒤 목사가 됐습니다. 그런 그가 올해 초 자신은 대공수사요원으로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화 속 H가 고문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듯이, 이근안에게 '고문의 추억'은 애국의 길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며 이제 고문의 악령까지 부화시키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0년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정부가 공포를 이용한 정치를 하고 있다"며 "정부와 권력자가 억압의 도구로 기소와 조사가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마디로 한국의 인권상황이 심히 우려스럽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시점에 양천경찰서에서 피의자들에게 입에 두루마리 휴지와 수건 등으로 재갈을 물린 뒤 머리박기와 등 뒤로 수갑을 채운 채 팔을 꺾어 올리는 '날개꺾기' 등의 고문과 구타를 가해 팔꿈치 뼈가 으스러지기까지 했습니다. 이 같은 고문의 부활은 사실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촛불시민과 용산철거민 그리고 쌍용차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잡았던 이명박 정부에게 있어 이 정도 고문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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