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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름과 바람과 비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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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권  


    65쪽, 백거이 <도잠의 시체를 흉내내어(效陶潛體詩)>


    좋은 술을 안마시고, 어찌하여 슬퍼하는가


    <음주고사>백거이③

    백거이는 전반기의 인생과 시풍이 후반기에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는데, 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44세에 강주사마로 폄적된 사실과 더불어 42세에 지은 <도잠의 시체를 흉내내어(效陶潛體詩)>16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효도잠체시>는 그가 좌습유(左拾遺)를 지내다가 경조호참군으로(京兆戶參軍) 좌천되었는데, 마침 모친 진(陳)씨가 세상을 떠나 삼년상을 치르는 와중에 지은 시로써, 백거이의 한적시&8231감상시와 비교하면 곧 이 시에서 밝힌 결심과 경향이 거의 서로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앞에서 필자는 이미 강주사마로 폄적된 이후 ‘중은(中隱)’을 택하여, 자신의 현재를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였고, 이 결과 ‘북창삼우(北窓三友)’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런데 강주사마로 좌천되기 전에 쓴 <효도잠체시>를 보면, 그의 이러한 사상경향이 강주사마로 좌천된 이후 현실화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의 <효도잠체시>소인(小引)을 잠시 보자.

    내가 渭水가로 물러나 살며 문을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다. 당시는 우기(雨期)가 되어 스스로 즐거움이 없었다. 마침 집안에 술이 익었다. 빗속에 홀로 술을 마시고 종종 취하니 종일토록 술이 깨지 않았다. 나태하고 방종한 마음은 점점 스스로 만족을 느꼈다. 그래서 이것에서 얻으니 저것을 잊게 되었다.









    그래서 도연명시를 읊다가 마침내 마음에 합당한 것을 얻었다. 마침내 그의 시체(詩體)를 모방하여 16편을 이루었다. 술에 취한 가운데 미친 듯 노래하고, 술이 깨면 문득 스스로 겸연쩍게 웃는다. 그렇지만 나를 아는 자에게는 이것을 숨길 것이 없다.
    余退居渭上, 杜門不出. 時屬多雨, 無以自娛. 會家&37278新熱. 雨中獨飮, 往往&37219醉, 終日不醒. 懶放之心, 彌覺自得. 故得於此, 而有以忘於彼者. 因詠陶淵明詩, 適與意會. 遂&20634其體, 成十六篇. 醉中狂言, 醒輒自&21698. 然知我者亦無隱焉.

    밑줄친 ‘빗속에 홀로 술을 마시고 종종 취하니 종일토록 술이 깨지 않았다. 나태하고 방종한 마음은 점점 스스로 만족을 느꼈다. 그래서 이것에서 얻으니 저것을 잊게 되었다.’&8231‘마침내 마음에 합당한 것을 얻었다’&8231‘술에 취한 가운데 미친 듯 노래하고, 술이 깨면 문득 스스로 겸연쩍게 웃는다.’를 문구를 뇌리 속에 새기고 나서, 그의 <효도잠체시> 첫수를 보자.

    不동者厚地(부동자후지), 움직이지 않는 것은 두터운 땅이고,
    不息者高天(불식자고천). 쉬지 않는 것은 높은 하늘이다.
    無&31351者日月(무궁자일월), 끝없는 것은 일월이고,
    &38271在者山川(장재자산천). 영원한 것은 山川이라네.
    松柏與&40863&40548(송백여구학), 소나무&8231백양나무&8231거북이&8231학은,
    其&23551皆千年(기수개천년). 모두 천년을 산다네.
    嗟嗟群物中(차차군물중), 아! 많은 사물 가운데,
    而人&29420不然(이인독불연). 사람만이 오직 그렇지 못하네.
    早出向朝市(조출향조시), 아침에 조정과 저잣거리로 나서고,
    暮已&24402下泉(모이귀하천). 저녁이면 저승으로 돌아온다네.
    形&36136及&23551命(형질급수명), 형체와 목숨은,
    危脆若浮烟(위취약부연). 위태롭고 부서지는 것이 마치 뜬 안개 같고,
    &23591舜與周孔(요순여주공), 요순과 周公&8231공자,
    古&26469稱聖&36132(고래칭성현). 예로부터 성현이라 불렀지만,
    借&38382今何在(차문금하재),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물어본다면,
    一去亦不&36824(일거역불환). 한번 가서는 역시 돌아오지 못했다.
    我無不死&33647(아무불사약), 나는 불사약이 없으니,
    兀兀&38543化&36801(올올수화천). 아무리 애써도 죽음에 따라 변해갈 것이다.
    所未定知者(소미정지자),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는,
    修短&36831速&38388(수단지속간). 빠르고 늦은 삶 속에서 수양이 짧다.
    幸及身健日(행급신건일), 다행히 몸이 건강한 날에,
    當歌一樽前(당가일준전). 술통 하나 앞에 놓고 노래하리라.
    何必待人&21149(하필대인권), 구태여 사람이 술권하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는가!
    持此自&20026&27426(지차자위환). 이것을 가지고 스스로 즐기면 될 뿐.

    이와 더불어 <효도잠체시>를 대충 간추려 살펴보자.

    不以酒自&23089(붕이주자오), 술로써 스스로 즐기지 않는다면,
    &22359然與&35841&35821(괴연여수어). 외로워도 누구와 말을 할까!(제2수)

    始悟獨住人(시오독주인), 이제야 알았네, 홀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心安時亦過(심안시역과). 마음 편안하게 세월을 보낼 수 있음을.(제3수)

    開甁瀉&32583中(개병사준중), 술독을 열고 술항아리에 쏟고,
    玉液黃金&24053(옥액황금치). 옥같은 술을 황금술잔에 따른다.
    持翫已可悅(지완이가열), 술잔을 손에 드니 이내 즐겁고,
    歡嘗有餘滋(황상유여자). 즐겁게 맛보니 맛이 넘쳐난다.
    一酌發好容(일작발호용), 한잔 술에 얼굴이 환해지고,
    再酌開愁眉(재작개수미). 두잔 술에 근심이 없어진다.
    連延四五酌(연연사오작), 네&8231다섯 잔을 연거푸 마시니,
    &37219暢入四肢(감창입사지). 사지가 모두 풀어진다.
    忽然遺物我(홀연유물아), 갑자기 세상의 사물과 내 자신을 잊으니,
    誰復分是非(수복분시비). 누가 다시 시비를 분별하겠는가?
    是時連夕雨(시시연석우), 이날은 밤비가 계속 내렸지만,
    酩酊所無知(명정소무지). 술에 흠뻑 취해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人心苦顚倒(인심고전도), 사람의 마음이 아주 뒤바뀌어 버렸으니,
    反爲憂者嗤(반위우자치). 오히려 근심을 가진 자의 웃음거리가 되었구나.(제4수)

    朝亦獨醉歌(조역독취가), 아침에도 홀로 취해 노래하고,
    暮亦獨醉睡(모역독취수). 저녁에도 홀로 취해 잔다.
    未盡一壺酒(미진일호주), 아직 술항아리 하나도 다 마시지 못했는데,
    已成三獨醉(이성삼독취). 이미 세 번이나 홀로 취했다.
    勿嫌飮太少(물혐음태소), 주량이 너무 적다고 미워하지 마소,
    且喜歡易致(차희환이치). 즐거워지는 일이 쉽게 생긴다오.
    一盃復兩盃(일배부양배), 한잔 마시고 다시 한잔 마셔도,
    多不過三四(다불과삼사). 많아봐야 고작 서너잔을 넘지 못한다.
    便得心中適(편득심중적), 곧 마음 속에 적당함을 얻으니,
    盡忘身外事(진망신외사). 몸밖의 일을 다 잊는다.
    更復强一盃(경복강일배), 다시 억지로 한잔을 더 마시면,
    陶然遺萬累(도연유만루). 거나해져 만 갈래 근심을 다 잊는다.(제5수 전체 시)

    乃知&38452與晴(내지음여청), 이내 알겠노라! 흐리거나 날이 갤 때나,
    安可無此君(안가무차군). 어찌 우리 임금이 없겠는가?
    我有&20048府&35799(아유락부시), 나에게 악부시가 있어,
    成&26469人未&38395(성래인미문). 지어 완성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네.
    今宵醉有&20852(금소취유흥), 오늘 저녁 술에 취해 흥이 생겨,
    狂&21647驚四&37051(광영경사린). 미친 듯 읊으니 사방의 이웃이 놀란다.(제6수)

    &20020&35294忽不&39278(임상홀불음), 술잔을 마주하고도 갑자기 마시지 못하네,
    &24518我平生&27426(억아평생환). 다만 평생 나의 즐거웠던 일이 생각났기에.
    -중략-
    良夜信&38590得(양야신난득), 좋은 저녁은 정말로 얻기 어렵고,
    佳期杳無&32536(가기묘무연). 좋은 시절은 인연이 없는 듯 묘연하구나.
    明月又不&39547(명월우부주), 명월은 또한 머무르지 않고,
    &28176下西南天(텀하서남천). 점점 서남쪽 하늘로 흘러가는구나.
    &23682無他&26102&20250(개무타시회), 어찌 다른 때 만날 날이 없겠는가?
    惜此&28165景前(석차청경전). 이런 깨끗한 경치가 아쉬울 뿐.(제7수)

    家&37278飮已盡(가온음이진), 집안에 담궈 놓은 술을 이미 다 마셨고,
    村中無酒&36054(촌중무주사). 마을에는 꾸어올 술도 없다.
    坐愁今夜醒(좌수금야성), 저녁에 술이 깨어서 근심으로 나와 앉으니,
    其奈秋懷何(기내추회하). 이 가을에 느끼는 근심을 어찌할꼬?
    有客忽叩門(기객홀고문), 어떤 객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데,
    言語一何佳(언어일하가). 말하는 말 한마디가 어찌나 정답던지...(제8수)

    &26102&20542一樽酒(시경일준주), 때때로 술잔을 기울이며,
    坐望&19996南山(좌망동남산). 집안에 앉아서 동남산을 바라본다.
    稚侄初&23398步(치질초학보), 어린 조카가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해서,
    &29301衣&25103我前(견의희아전). 옷을 잡아끌며 내 앞에서 재롱을 부린다.
    &21363此自可&20048(즉차자가락), 이것을 즐기면 되지,
    庶幾&39068與原(서기안여원). 안연과 원생처럼 되기를 바랄 것인가?(제9수)

    快&39278無不消(쾌음무불소), 재빨리 술을 마시면 근심이 사라지고,
    如霜得春日(여상득춘일). 서리가 봄날을 얻은 듯 하다.
    方知曲&31989靈(방지곡얼령), 바야흐로 알겠네. 누룩의 정령은,
    萬物無與匹(만물무여필). 만물이 필적할 만한 것이 없구나.(제10수)

    不&35265郭&38376外(불견곽문외), 보지 못했는가? 성문 밖,
    累累&22367與丘(누루분여구). 겹겹이 쌓인 무덤으로 된 언덕을.
    月明愁&26432人(월명수살인), 달빛이 밝아 근심으로 사람을 못살게 만들고,
    &40644蒿&39118&39125&39125(황호풍수수). 누런 쑥이 바람에 날린다.
    死者若有知(사자약유지), 죽은 사람 속에 만약 이런 이치를 아는 자 있다면,
    悔不秉&28891游(회불병촉유). 촛불을 잡고 밤에 놀지 않은 것을 후회하리라.(제11수)

    吾聞&28527陽郡(오문심양군), 내가 듣기로, 심양군에는,
    昔有陶徵君(석유도징군). 옛날에 도연명이 있었다네.
    愛酒不愛名(애주불애명), 술을 좋아했지만 명성을 좋아하지 않았고,
    憂醒不憂貧(우성불우빈). 술이 깰 것을 걱정했지만 가난을 걱정하지 않았네.
    -중략-
    我從老大來(아종로대래), 나는 늙어가면서부터,
    竊慕其爲人(절모기위인). 그 사람됨을 가만히 그리워하노라.
    其他不可及(기타불가급), 다른 것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且&20634醉昏昏(차효취혼혼). 잠시 정신이 흐리멍텅할 때까지 취하는 것을 본받는 것은 어떨지.(제12수)

    楚王疑忠臣(초왕의충신), 초왕이 충신을 의심하여,
    江南放屈原(강남방굴원). 굴원을 강남으로 귀양보냈다.
    晉朝輕高士(진조경고사), 진나라는 식견이 높은 선비를 가벼이 여겨,
    林下棄劉伶(임하기유령). 유령을 숲속으로 버렸노라.
    一人常獨醉(일인상독취), 한 사람은 항상 홀로 취했고,
    一人常獨醒(일인상독성). 한 사람은 항상 홀로 깨었는데,
    醒者多苦志(성자다고지), 깨어있는 자는 고심이 많고
    醉者多歡情(취자다환정). 취한 자는 즐기는 마음이 많다네.
    歡情信獨善(환정신독선), 즐기는 마음은 정말로 홀로 수양할 수 있지만,
    苦志竟何成(고지경하성). 힘든 포부는 결국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兀傲甕間臥(올오옹간와), 오만하게 술독들 틈에서 취하여 드러눕고,
    憔悴澤畔行(초췌택반행). 초췌하여 연못가를 거닌다네.
    彼憂而此樂(피우이차락), 저 사람의 근심이 이 사람의 즐거움이니,
    道理甚分明(도리심분명). 도리가 매우 분명하구나.
    願君且飮酒(원군차음주), 원하노니, 그대 역시 술을 마시게,
    勿思身後名(물사신후명). 죽은 뒤의 명성일랑 생각하지 말고.(제13수 전체시)

    磋&36302五十餘(차타오십여), 공부한 것이 때를 놓쳐 이미 50여세,
    生世苦不&35856(생세고불해). 인생은 고통으로 순조롭지 못하고,
    &22788&22788去不得(처처거부득), 곳곳마다 뜻을 얻지 못하니,
    却&24402酒中&26469(각귀주중래). 오히려 술 속으로 돌아가려네.(제14)

    &36149&36145與&36139富(귀천여빈부), 귀천과 빈부,
    高下&34429有殊(고하수유수). 높고 낮음에 차이가 있겠지만,
    &24551&20048與利害(우락여이해), 근심과 즐거움&8231이익과 손해에 있어선,
    彼此不相&31404(피차불상유). 피차 서로 우월할 수 없다.
    是以&36798人&35266(시이달인관), 이러한 까닭에 달인의 관점엔,
    萬化同一途(만화동일도). 만물의 변화는 하나의 길로 통하겠지.
    但未知生死(단미지생사), 다만 삶과 죽음을 알지 못하여,
    勝&36127&20004何如(승부양하여). 승부는 양쪽 다 어떠할까?
    &36831疑未知&38388(지의미지간), 알 수 없는 와중에 미적미적 의심되니,
    且以酒&20026&23089(차이주위오). 잠시 술로써 즐기겠노라.(제15수)

    &27982水澄而潔(제수징이결), 제수는 맑아서 깨끗하고,
    河水&27985而&40644(하수혼이황). 황하는 혼탁하여 누렇구나.
    交流列四&28174(교류열사독), 교류하여 네 개의 큰 강으로 펼쳐지니,
    &28165&27978不相&20260(청탁불상상). 깨끗함과 탁함으로 인해 서로 피해를 주지 않구나.
    -중략-
    &20030&22836仰&38382天(거두앙문천),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고 묻지만,
    天色但&33485&33485(천색단창창). 하늘색은 다만 푸르고 푸르네.
    唯當多種黍(유당다종서), 오직 마땅히 기장을 많이 심어,
    日醉手中&35294(일취수중상). 손에 술잔을 들고 날마다 취할 것이라네.(제16수)
    (*지면상 <效陶潛體詩>16수를 다 싣지 못합니다)








    유한한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신같은 이는 곧 술로써 인생을 즐기면 될 뿐……

    백거이는 강주사마로 폄적된 이후, 내면으로 침잠한다. 후반기에는 <한영(閒詠)>&8231<영의(詠意)>&8231<영회(詠懷)>&8231<자탄(自歎)&8231<자영(自詠)>&8231<노병(老病)>&8231<송춘(送春)>&8231<대주(對酒)> 등의 시제가 눈이 띌 뿐만 아니라 중복되기도 하는데, 이는 곧 그가 내면으로 침잠했음을 의미한다. 내면으로 침잠한 생활에서 자신의 삶을 유쾌하도록 도운 것이 술과 시&8231거문고, 즉 ‘북창삼우’였던 것이다.

    그는 본성이 술을 좋아했던 것 같다. 젊은 시절 과거시험을 공부할 때 친구와 옷을 잡히고 술을 마셨다는 싯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시에 <묘시주(卯時酒)>&8231<묘음(卯飮)>이 있는데, ‘묘시’라면 아침 6전후의 시각이고, ‘묘시주’는 해장술을 의미한다. 또한 <병중에 중추절이 되어 손님을 불러 저녁에 마심(病中逢秋, 招客夜酌)>이나 술취한 뒤(<醉後∼>)로 된 많은 시의 제목을 볼 때, 그는 정말로 술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술꾼이 술을 마실 때는 언제던가?
    백거이는 그믐이나 새해&8228중추절 등 절기 때, 또한 꽃피는 봄이나 달뜨는 가을 등의 각 계절, 새 술이 익었을 때, 친구가 찾아왔을 때나 초대받았을 때,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가 보고 싶을 때……등등 외적인 요인과 인생유한으로 인한 근심, 늙어가면서 커져가는 인생에 대한 회한 등등 내적인 요인 등이 있다. 이렇게 보면 매일 술을 마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시는 새술이 익었을 때, 새술을 마시며 그가 보인 행동이다.

    <和嘗新酒>
    空腹嘗新酒(공복상신주), 빈속에 새술을 맛보니,
    偶成卯時醉(우성묘시취). 마침 卯時에 술을 마신 듯 하다.
    醉來擁褐&35032(취래옹갈구), 취해서는 털옷과 가죽옷을 안고서,
    直至齋時睡(직지제시수). 곧 바로 방에 가서 잔다.
    靜&37219不語笑(정감불어소), 조용히 달콤하게 잔다고 비웃지 마소,
    眞寢無夢寐(진침무몽매). 참으로 잠들면 자면서 꿈꾸지 않는다오.
    殆欲忘形骸(태욕망형해), 특히 자신의 몸을 잊을 수 있으니,
    &35406知屬天地(거지속천지). 자신이 천지에 속한 것을 어찌 알리오?
    醒餘和未散(성여화미산), 술이 깨고 나서도 따뜻한 기운이 흩어지지 않고,
    起坐澹無事(기좌담무사). 일어나 앉으니 마음이 깨끗해져 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다.
    擧臂一欠伸(거비일흠신), 팔을 들어 하품을 한번 하고,
    引琴彈秋思(인금탄추사). 거문고를 당겨서 <秋思>를 연주한다.

    이 시를 읽다보면, 생활에 구애됨이 없는 모습이 마치 도연명의 일상을 보는 듯 하다. 이것으로도 그의 일상을 대략 짐작할 수가 있다. 다음 시는 그가 병중에 술을 마시는 모습이다.

    <병중에 가을을 맞아 손님을 초청하여 술을 마시다(病中逢秋招客夜酌)>
    不見詩酒客(부견시주객), 시객과 주객을 만나지 못한 채
    臥來半月餘(와내반월여). 누워서 반 달 여를 보냈다.
    合和新藥草(합화신약초), 새 약초를 섞어보고
    尋檢舊方書(심검구방서). 옛 의약서적도 찾아보았다.
    晩霽煙景度(만제연경도), 저녁에 날이 개어 안개 낀 경치를 감상하고,
    早&28092&29269戶虛(조량창호허). 아침에 서늘하여 창문도 허전하다.
    雪生衰&39714久(설생쇠빈구), 쇠약한 귀밑머리 서리 내린지 오래인데
    秋入病心初(추입병심초). 가을이 되니 마음이 병들기 시작한다.
    臥&31775&34308竹冷(와점기죽냉), 자리에 누우니 기죽자리가 차갑고
    風襟&37019葛疎(풍금공갈소). 옷깃에 바람부니 지팡이와 갈옷이 허전하다.
    夜來身校健(야내신교건), 밤이 되니 몸도 비교적 건강한데
    小飮復何如(소음복하여). 술 조금 마신들 또 무슨 일 있겠는가.

    시객과 주객을 반달여를 만나지 못했으니, 시인은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마침 가을을 맞아 마음자리가 허전하니, 또한 술잔을 들지 않겠는가? 술은 이미 그의 일상이 되었으니,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술만 마시면 어디 몸이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다음 시를 보자.

    <술을 마신 뒤 저녁에 술이 깨어(음후야성&39278後夜醒)>
    &40644昏&39278散&24402&26469&21351(황혼음산귀래와), 황혼무렵 술을 마시고 헤어져 돌아와 눕고,
    夜半人扶强起行(야반인부강기행). 한밤중에 사람이 일으키기에 억지로 일어났다.
    枕上酒容和睡醒(침상주용화수성), 침상 위 술취한 모습은 편안히 자고서 술이 깨니,
    &27004前海月伴潮生(누전해월반조생). 누대앞 바다 위에 뜬 달은 조류를 따라 생겨난다.
    &23558&24402粱燕&36824重宿(장귀양연환중숙), 돌아가려는 들보의 제비 돌아와서 다시 잠자고,
    欲&28781&31383燈却復明(욕멸창등각부명). 꺼지려는 창가의 등불은 오히려 다시 밝다.
    直至&26195&26469猶妄想(직지효래유망상), 곧 새벽이 되니 망상이 생기고,
    耳中如有管弦&22768(이중여유관현성). 귀속에서 管絃樂 소리가 들린다.

    그야말로 술꾼의 모습이다. 이젠 숫제 술을 이기지 못하여 술에 쉽게 취해 잘 곳을 찾게 되고, 선잠을 자게 되면 몸이 견디지를 못한다. 그래서 새벽에 잠을 깨니, 또 다시 망상이 생기고, 이명(耳鳴)의 증상이 생기게 되었다. 그 결과 <억지로 술을 권하며(强酒)>&8228<술을 마주하고(對酒)>&8228<술을 권하며(勸酒)> 등을 즐긴 그였지만 술을 사양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술을 권하시니(答勸酒)>
    莫怪近來都不飮(막괴근내도부음), 근래에 전혀 술마시지 않는 것 이상타 마오
    幾回因醉却沾巾(기회인취각첨건). 취하여 넘어져서는 두건을 적신 일 몇 번이던가
    誰料平生狂酒客(수료평생광주객), 평생을 술에 미친 나그네 신세 누가 알리오
    如今變作酒悲人(여금변작주비인). 지금은 술에 취한 비참한 인간이 다 되었다오

    그러나 그는 75세까지 장수한 인물이다. 그가 노래한 음주시 속 일상이 혹 과장된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이 들 정도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건강에게 철저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한다.

    그러기에, 현세를 사는 사람들은 이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할 일이 많이 남은 사람은 자신의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며, 시간을 아껴서 매 시각, 하루하루를 아낌없이 활용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백거이의 <원구에게 술을 권하며(勸酒寄元九)>를 전해드리니 잘 읽어보십시다. 백거이처럼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가 없거들랑, 술에 빠지지 말고, 그가 말한 술의 효능을 잘 이용하시기를...

    <원구에게 술을 권하며(勸酒寄元九)> 
     薤葉有朝露, (해엽유조로), 부추잎에 아침이슬이 맺혔고, 
     槿枝無宿花。(근지무숙화). 무궁화 나뭇가지엔 하루 지난 꽃이 없다네. 
     君今亦如此,(군금역여차), 그대여 지금의 상황 역시 이처럼, 
     促促生有涯。(촉촉생유애). 삶을 마지막으로 재촉한다오. 
     既不逐禪僧,(기불축선승), 이미 선승을 쫓지 않았다면, 
     林下學楞伽。(임하학능가). 숲속에서 불교의 楞伽經을 배우시게. 
     又不隨道士,(우불수도사), 또한 道士를 쫓지 않았다면, 
     山中煉丹砂。(산중련단사). 산속에서 丹砂를 만드시게. 
     百年夜分半,(백년야분반), 백년의 시간도 밤이 그 반을 차지하니, 
     一歲春無多。(일세춘무다). 한해의 봄도 많지가 않다네. 
     何不飲美酒,(하불음미주), 어찌 좋은 술을 마시지 않고, 
     胡然自悲嗟。(호연자비차). 어찌하여 스스로 슬퍼하며 탄식하시오. 
     俗號銷愁藥,(속호소수약), 세상에서 근심을 없애는 약이라고 부르고, 
     神速無以加。(신속무이가). 효험도 신속하게 빨라서 다른 것을 보탤 것도 없다오. 
     一杯驅世慮,(일배구세려), 한잔 술에 세상의 근심을 몰아내고, 
     兩杯反天和。(양배반천화). 두잔 술에 오히려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오. 
     三杯即酩酊,(삼배즉명정), 세 잔에 곧 실컷 취하여, 
     或笑任狂歌。(혹소임광가). 혹 웃기도 하고 미친 듯 노래한다오. 
     陶陶複兀兀,(도도부올올), 실컷 취하여 다시 정신이 멍하니, 
     吾孰知其他。(오숙지기타). 내가 어찌 다른 것을 알리오? 
     況在名利途,(황재명리도), 하물며 명리를 추구하는 길에 있어서, 
     平生有風波。(평생유풍파). 평생 풍파를 겪었다. 
     深心藏陷阱,(심심장함정), 묘리와 善道를 추구하는 마음에 함정을 숨기고, 
     巧言織網羅。(교언직망라). 교묘한 말로 법망을 짜지만, 
     舉目非不見,(거목비불견), 눈을 들어보면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으니, 
     不醉欲如何。(불취욕여하). 취하지 않고서 어찌 하려오?


    강경범 생활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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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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