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매년 전 세계 수학 관련 평가에서 1∼2위를 다투는 등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최고 수준이지만, 수학 분야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세계를 선도할 진정한 수학강국이 되기 위해 수학 교육의 기본 방향을 새로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 수학 수준 세계 1위지만 흥미도는 꼴등 = 수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하고, 새로운 이론을 제시할 수 있는 수학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수학에 대한 높은 흥미도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관 학업성취도평가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에서 우리나라는 수학 분야 평균 554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미국·영국·일본 등 OECD 회원국 34개국과 중국·브라질·러시아 등 비회원국 31개국 등 총 65개국이 참여하는 이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우리나라 학생들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수학에 대한 흥미도는 꼴등 수준이다. PISA에서 수학 공부에 대한 학습 심리 등을 분석한 정의적 특성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수학에 대한 자아 효능감과 자아 개념은 OECD 국가 평균이 0점인데, 우리나라는 각각 -0.36점, -0.38점으로 조사됐다. 반면 수학에 대한 불안감은 0.31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 문제 해결력 아닌 문제풀이 공식 가르치는 교육 =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입시를 위한 주입식 수학 교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영기(수학교육학) 서울대 교수는 13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수학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키워 다양한 분야의 인재로 키워내기 위한 것인데, 우리나라 수학교육은 이미 만들어진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기보다는 이론화된 수학 공식을 외우기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모두 수학을 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학교 현장의 수학교육은 저명한 수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공식을 수학 문제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수분해 개념을 가르칠 때 많은 나라들은 생활 주변 사물과 현상 등을 통해 이해하도록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항식 ‘X²+5X+6’을 인수들의 곱 ‘(X+3)(X+2)’으로 나타낸 공식으로 설명한다.

◆ 미래 전망 없는 ‘수학자’= 201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우승자 5명 중 3명은 수학자가 아닌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수학 성적이 뛰어나게 높고 수학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도 우리 사회의 유망업종인 의사, 변호사가 되는 길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기초학문연구 분야에 대해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연구개발투자액 16조9139억 원 중 수학 분야 투자비는 0.4%(673억 원)에 불과하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