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감 있는 신선한 주장, 그리고 근거까지

 

제법 묵직한 책이다. 책을 무게로 달수 있다면 이 책 제법 묵직한 책이다.

 

먼저 저자가 누구인지 살펴보자.

저자 강인욱 박사는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학부를 마치고 석사학위를 받은 후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분소 고고민족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 연구원, 서울대학교박물관 특별연구원,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등을 거쳐서 현재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 북방 지역 고고학으로 매년 러시아, 몽골, 중국 등을 다니며 새로운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

 

저자를 소개한 글중 마지막 문장에 밑줄 긋자.

“매년 러시아, 몽골, 중국 등을 다니며 새로운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 결과가 어떻게 이 책에 나타났는가?

 

저자는 의문을 잔뜩 가져다 놓는다.

 

먼저 저자는 의문을 잔뜩 가져다 놓는다. 몇 개만 추려본다면 다음과 같다.

 

서기 1세기에 만들어진 틸리아 테페 금관과 4세기에 만들어진 신라 금관, 그 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191쪽)

 

우리는 신라 황금문화의 기원을 북방에서 찾는 것과 반대로 유라시아 고고학자들은 신라 고분을 통해 초원 고고학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27쪽)

 

또 다른 의문이 있다.

 

암각화는 초원을 대표하는 선사시대 예술이다. 알타이, 중앙아시아, 네이멍구 등 대부분의 초원에서는 바위에 사슴, 전사 등을 빽빽이 새긴 암각화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만주와 한반도로 내려오면 암각화는 거짓말같이 사라진다. 물론 한국에서도 고인돌 바위그림이 한 두점 발견된 적이 있으나 초원 지역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적다.

 

그런 점에서 반구대 암각화는 전 세계 암각화 연구자들에게 참으로 미스터리한 유적이다. 초원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바닷가에서 이토록 거대한 암각화가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76-277쪽)

   

이 책은 그러한 의문점을 제기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또한 그러한 의문점에 걸맞는 해답을 제시한다.

해답이라는 말이 너무 단정적이라면, 해답을 보여주기 위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무게감 있는 자료, 근거 제시

 

한쪽 말만 듣고, 한 가지 책만 읽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에는 귀기울이지 않는 습성을 가진 자가 많다. 누구든지 잘 알지 못하는 말, 처음 듣는 이야기에는 ‘에이, 그럴 리가 있나!’하면서 손사래를 치는 경우 부지기수다.

 

누구 한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거기 해당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 소리 듣지 않으려고, 이 책 저 책을 골고루 읽으려고 애를 쓴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읽으면 그렇게 손사래를 칠만한 주장이 담긴 책이 바로 여기 있다.

그러나 내용이 전에 없이 튼실하다. 주장도 신선한 것이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튼실하게 담아내고 있으니, 그 주장에 귀기울일만한 책이다. 하여 존재감은 물론이거니와 그 무게감 또한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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