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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토끼
- 작성일
- 2019.4.8
살인자의 정석
- 글쓴이
- 김동식 저
요다
일곱 번째 소설집이다. 작가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던 시절의 마음가짐은 '네가 뭘 좋아할 줄 몰라서 다 준비했어. 이 중에 네 취향이 하나는 있겠지'였다는데, 종이책은 콘셉에 맞춘 통일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슷한 이야기들을 묶었다고 했다. 지난 여섯 권을 읽으면서 이미 느꼈던 바지만 출판의 뒷얘기를 들으니 살짝 안도감이 들었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은 있지만 꼭 한 가지 색깔만은 아니리라는 확인을 받은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소설집은 지난 글들보다 자극적인 설정이 덜 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물론 몸을 해하고 사람을 죽이는 소재가 쓰이기는 하지만 절제된 느낌이랄까. 너무 행복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프러포즈 하는 날」 은 인간 존재의 한계를 생각하게 했고,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김남우 선생의 노량진 이야기」 나 「김남우 선생의 층간 소음 이야기」 는 인간의 비정함에 몸서리치게 했다. '악마의 돈을 떼먹으면 큰일 나니까 안 빌리고, 인간의 돈은 떼먹어도 안전하니까 빌리냐?'는 「악마의 새로운 수법」 은 악마보다 인간을 드러내게 했고, 정작 누가 누구를 기계 취급하는지 고발하는 「내 아내는 인간입니다」 는 페미니스트 소설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되었다. 표제작인 「살인자의 정석」 은 살인자의 말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속이 다 시원했다. 가장 인상깊었던 글은 예배시간에 나타난 악마가 「옳은가?」 하고 묻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일지라도, 누구도 남에게 희생을 강요할 순 없다'는 깨달음을 주는데, 여기서 출산과 양육을 '희생'이라고 규정한 점이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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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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