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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토끼
- 작성일
- 2016.4.6
만화 베이컨 신논리학
- 글쓴이
- 홍성자 글/김광옥 그림/손영운 기획
주니어김영사

베이컨은, 인간이 자연을 알고 지배함으로써 실질적인 이익을 얻기를 바랬다.
그러한 목적으로 쓴 <신논리학>의 부제는 '자연의 해석과 인간의 자연 지배에 관한 잠언'이다.
신논리학이 쓰일 당시, 학문을 주도하고 있던 논리법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법'이었다.
하지만 베이컨은 연역법(3단논법)이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방법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미 알고 있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개별적인 하나의 사실을 이끌어낼 뿐이라고 말이다.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추론하려면 '귀납법'을 써야 한다고 처음으로 주장했다.
이 책은 그러한 귀납법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신논리학>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
베이컨은 실험을 통해 선입견 없이 기록, 정리하면 이를 근거로 믿을 만한 자연법칙을 발견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문제는 귀납법의 결론이 진리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자연에 대한 견해 역시 너무 인간중심적이어서, 심각한 환경파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울러 '가설'이 하는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수학은 실험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낮게 평가하였다.
사실 베이컨은 세속적인 성공에 관심이 많았고, 차근차근 정치가의 길을 밟았다.
대법관 자리에서는 뇌물을 받았고, 자신을 도와준 백작을 배신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조차 받아들이지 않았고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 자신을 치료해 준 의사 하비의 혈액 순환 이론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인간적인 면모와 학자로서의 부족한 점 때문에, 러셀은 '베이컨이 만일 세속적인 성공에 관심이 조금만 적었더라면 한층 뛰어난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단다.
그러나 베이컨은 분명히 근대 경험론의 선구자였다.
1) 당시 무시되었던 자연과학을 중요하게 파악했던 점,
2) 경험과 관찰을 중시한 귀납법이 근대 과학정신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먼저, '새로운 논리학'이 필요한 이유로 큰 오벨리스크를 옮기는 이야기를 한다.
기계의 도움이 필요한 작업을 아무런 도구도 없이 달려들면 제대로 해낼 수 없는 것처럼,
지적인 작업도 그렇다는 것이다.
손도 도구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듯이 지성도 도구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당시 학문 풍토에 대해서 비판한다.
1) 독단론자 - 불완전한 점을 검토하지 않고 주관적 편견으로 어떤 판단을 주장하면 안 된다.
2) 회의론자 - 진리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하게 되면 탐구의 의미가 없어진다.
3) 그리스 초기 자연철학자 - 이들은 독단론의 교만에도, 회의론에 절망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직 지성의 힘으로만 정신 활동을 하면 성과는 얻지 못하고 오류만 강화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베이컨은 새로운 논리학, 즉 귀납법을 주장하게 된다.
하지만 귀납법을 설명하기 전에, 진리에 도달하는 것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우상'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1) 종족의 우상
- 인간 지성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을 방해한다. (①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질서와 동등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경향, ② 한번 그렇다고 생각하면 다른 것들은 배척하는 경향, ③ 부정적 사례보다는 긍정적 사례에 영향과 자극을 더 많이 받는 경향, ④ 자꾸 목적인을 찾으려는 경향)
- 모든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오류
2) 동굴의 우상
- 자기 경험에만 비추어 생각하는 것. 우물 안 개구리
- 각 개인의 특성에서 생기는 오류
- 학문 발전에 장애가 되는 경우: ① 특정한 연구방법이 지배적인 경우, ② 종합과 분석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쳐져 있는 경우, ③ 특정한 시대에 너무 편향되어 있는 경우, ④ 연구 주제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협소한 경우
3) 시장의 우상
- 언어의 오류: 언어는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의사소통 시 서로 다른 개념으로 잘못 이해할 수 있고, 이 잘못된 개념이 인간의 사고를 방해할 수 있다.
- 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언어로 나타낼 경우, ② 실제로 있기는 하지만 잘못된 정의 때문에 혼란을 야기하거나 명칭이사물의 어느 한 측면만을 나타내는 경우
4) 극장의 우상
- 학설의 우상: 지금까지 학자들이 만들어놓은 학문을 진리라고 무턱대고 믿는 것
그리고 학문이 진보하지 못한 이유를 15가지나 들고 있다.
학문에 우호적인 시대가 시간적으로 짧았다, 자연철학은 신학에 밀렸다, 체통에 얽매여 허영과 편견을 가지고 경험을 소홀히 했다는 등이다.
그러면서 당시 종교 지도자를 의식해서인지, 어쨌든 신앙과 과학이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성서는 하나님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고, 자연철학은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므로, 관찰과 경험에 입각하여 추리하는 귀납법이야말로 학문의 진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된다.
학문의 진보를 추구하는 일은 본성적으로 선한 일이고,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한 방법이기 때문에 새로운 공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논리학> 표지에는 이 그림처럼 헤라클레스의 기둥 사이를 지나는 배가 그려져 있단다.
지브롤터 해협 사이에는 두 개의 바위가 솟아 있는데 이를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불렀고, 옛부터 이곳은 세상의 끝을 표시하는 지점이었다.
마치 배가 지중해를 나와 큰 바다로 나아가듯이 중세를 넘어 근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꿈을 표지에 담은 것이다.

베이컨이 귀납법을 통해 첫번째로 발견한 것은 '열의 본성'이었다.
열의 본성에 일치하는 사례를 적고(존재표),
열의 본성이 결여되어 있는 사례를 수집하고(부재표),
탐구대상 본성이 서로 다른 정도로 존재하고 있는 사례를 수집하는 것이다(정도표).
그렇게 해서 발견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열은 팽창운동이고, 동시에 위 방향으로 향하는 운동이지만, 균일한 팽창운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은 여기까지가 원래 <신논리학>의 1권 내용이고,
2권 내용은 9가지를 계획했는데, 베이컨은 그 중 '특권적 사례'만 적은 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즉, 미완의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납법이라는게 당시에는 혁신적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읽혀진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적당한 시기가 될 때까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려는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논리학>은
이미 있는 것을 의심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타인의 관점까지도 살펴보라고 말한다.
이제 베이컨, 하면 좀 이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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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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