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rnity
  1. 언제나 런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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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언젠가 최소 한 달은 살아보고야 말 도시, 런던!

3일을 머물든 5일을 머물든 7일들 머물든 항상 짧았다. 갔던 곳이어도 또 가고 싶고, 새롭게 가는 곳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고, 가지 못했기에 꼭 가보야 할 곳의 리스트가 끝이 없는 곳이 런던이다(물론 주저리주저리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다). 늘 시간에 쫓기는 런던 여행이었기에 집에 돌아와 간절히 원하는 바가 있다. 런던의 내가 좋아하는 곳 어디에서든 단 한 군데에서만 마음 편하게 반나절을 보낼 수 있기를!

 

저마다 각양각색의 멋을 품고 있기에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반나절을 보내고 싶은 곳을 딱 두 군데 가려내보자. 이 말은 객관적으로 워낙 볼 것이 많아 반나절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나의 주관적인 선호도에 완벽한 부합하여 볼거리의 스케일과 상관없이 오랜 시간 머물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국 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 이 다섯 군데가 내가 가본 곳 중에서 방대한 스케일 때문에 장장한 관람시간이 필요했다. 모두 거의 무료입장할 수 있으므로 ( 안내도를 얻기 위하여 1파운드를 무조건 내야 하거나 예의상 내야 한다. 내셔널 갤러리는 2~3년 사이, '무조건' 내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비용은 문제 되지 않고, 그 장소가 내게 다가오는 '매력'이 어느 정도이냐가 제1의 기준이 된다.

 

테이트 모던 Tate Modern은 무조건 0순위이므로 나의 고민사항에서 자동 탈락이다. 그러니까, 테이트 모던을 제외하고 고민하는데 ( 남의 나라에서 들쳐온 것들로 가득한 영국 박물관은 런던에서 가장 안 가고 싶은 곳이므로 역시 자동 탈락.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반나절이 족히 걸리긴 하다), 아무래도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V & A'으로 갈 것 같다!

 

 

V&A에 관한 일반적 정보부터 정리해보자면:

1. 가는 방법: 사우스 켄싱턴 역 하차(지하로 연결되어 있음). 버스로는 크롬웰 로드 CROMWELL ROAD 쪽 정문 또는 엑스비션 로드 EXHIBITION ROAD 쪽 옆문에 하차 (내 경험상 크롬웰 로드 쪽이 훨씬 수월함). 크롬웰 로드에 택시 스탠드가 있음.

2. 운영시간: 금요일은 밤 10시까지 오픈(10:00 - 22:00), 타 요일은 10:00 - 17:45

3.1899년 빅토리아(Victoria) 여왕이 먼저 세상을 떠난(1861년) 남편 앨버트 공(Albert) (생전에도 굉장히 다정한 부부로 알려져 있다)을 기념하기 위해 자신과 앨버트 공의 이름을 넣어 건립했다 (줄여서 V&A라고 부름)

4. 지하 한 개 층을 포함, 총 6층이며 150개 이상의 전시관이 있고 4백5십만 이상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디자인 및 장식 박물관.

5. 전시분야도 보석, 도자기, 유리공예, 패션, 가구, 그림, 조각, 사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6.0층 정문 Grand Entrace에 들어서 오른쪽에 클로크룸cloak room이 있어 옷이나 짐을 보관할 수 있는데 1유로인가 2유로인가 '유료'이다.

7.0층에는 아트숍이 있어 에코백, 텍스타일 (특히 윌리엄 모리스의 패턴을 활용한 테이블웨어), 문구류, 도자기류 및 서적 등을 구매할 수 있다.

8. 단기 여행자들은 결코 들르지 않는다.

 

크롬웰 로드와 접한 정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메인홀의 돔 천장으로 시선이 향한다. 돔의 유리를 통해 햇빛이 환하게 내려비치고 이를 조명 삼아 샹들리에가 늘어뜨려져 있다.'아름답다'라는 수식에는 찬반이 있으나, '독특하다'에는 이견이 없을 샹들리에가 가히 압권이다. 불이 켜진 모습을 보질 못하여 정말 샹들리에가 맞는지 단순히 장식예술품인지는 모르겠으나, 'wow'스러운 디자인과 규모(흔하지 않은 색채)에 한참 올려다보게 된다. 어질어질한 생소함에서 벗어나 정신이 들면, 이 시점에서 반드시 안내맵(1파운드)과 주요 안내 책자(20 TREASURES와 THE V&A STORY)를 챙겨야 한다. 안내맵이 없으면 길을 못 찾고('세계 최대'라는 수식어는 '사실'이다), 20 TRESURES가 없으면 무엇을 봐야 할지 허둥대다가 길도 잃고 시간도 허비한다(스트레스는 자연히 덤으로 쌓인다). V&A STORY는 관람 후 읽어보며 관람의 깊이를 더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샹들리에(또는 샹들리에처럼 보이는 장식물)를 바라보며 메인홀로 들어선다면, 바로 오른쪽에 가장 유명한 전시관이 있다. 작품성이나 예술적 가치보다는 아마 정문과 가까워 자연스레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들르게 되므로 '유명'해졌을 수도 있다. 큼직큼직한 조각들이 웅장한 기세를 내뿜는 '중세 및 르네상스관Medieval & Renaissance 1350-1600'이다. 여기도 유리를 통해 자연채광이 비처 들어 조각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이번에는 4시간을 계획하고 왔기에 전시관 앞쪽만 쓱 둘러보지 않고 뒤쪽 끝까지 들어간다.

 

 

 

 

 

 

50B와 연결된 Cast Courts까지 싹 둘러본다. 이곳의 조각상들은 그저 세월의 때가 묻어나는, 타 박물관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될만한 고만고만한 조각이 아니다. 죄다 너무 커서 관람자인 내가 심히 주눅 든다. 잘못하여 거인국에 들어온 '개미'처럼 느껴진다. 조각만 있는 게 아니라 옛날 그대로의 벽체와 문짝, 기둥들도 들어서 있다. 역시나 너무 커고 두껍고 넓어 나의 존재감이 증발할 정도이다. 갑자기 중세 시대의 어느 거대한 마을을 걷고 있는 듯한 기이함이 드는 데다가 내 키를 여러 배 넘어서는 높이와 어마어마한 넓이를 지닌 전시물이 사방으로 나를 에워싸고 있구나,를 의식하는 순간 스멀스멀 오싹해진다. 자연채광과 실내조명으로 환하고 따뜻하지만, 겹겹의 세월을 거쳐 온 돌과 돌 사이에 서 있노라면 이들이 몰아 내놓는 음습한 공기가 내 코 끝에 미세하게 와닿는다. 한기가 느껴진다. 그래도 신기하고 오묘하다. 어디서 가져들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셈도 안 되는 시간대와 아득한 거리를 넘고 넘어 오늘날까지 건재하는 이 유물들 사이를 걷고 있으니 말이다. 모르는 이들이 삶의 흔적을 '구경'하며 이토록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있다.

 

 

 

 

 

0층의 중세 및 르네상스 갤러리와 Cast Courts 사이, 조그마한 공간에 '한국관'이 있다. '옛날' 코리아 또는 코리아의 전통생활양식이라고 따로 명시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 와 보지 못한 이들은 우리가 이런 옷 입고 이런 마루에 앉아 이런 그릇에 음식을 먹는 줄로 오해하겠다. 세계 최고의 첨단 휴대폰, 가전제품, 반도체 (그리고 자동차) 등을 만드는 '21세기의 코리아'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 역시 여기서도 (영국 박물관에서처럼) 차이나와 재팬이 코리아보다 더 널찍하고 전시물도 많아 상당히 기분이 언짢다! 다행인 점은 2년저전 전시물과 오늘의 전시물이 다르다. 박물관 편에서 신경을 쓰고 관심을 기울이고있다는 얘기로 받아들인다.

 

2019년 5월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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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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