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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The Birds, 1963)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 로드 테일러

부유하고 제멋대로인 아가씨 멜라니 다니엘스(티피 헤드렌)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새 가게에서 젊은 변호사 미치 브레너(로드 테일러)를 만난다. 미치에게 매력을 느낀 멜라니는 그냥 가버린 미치를 대신해 그의 어린 여동생 캐시에게 줄 생일선물로 잉꼬 한 쌍을 사서 그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하지만 주말이면 보데가 만의 집으로 간다는 이웃의 말을 들고 멜라니는 다시 보데가 만으로 향한다. 잉꼬를 전한 뒤 모터보트를 빌려 타고 선착장에 가까이 갈 때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와 돌연 그녀의 이마에 상처를 낸다. 멜라니는 그 지역 초등학교 교사인 애니 헤이워드(수잔 플레쉬트)와 함께 그날 밤을 보내게 되고 애니는 미치의 어머니에 대해 말해준다. 다음날 캐시의 야외 생일 파티장에서 갈매기들이 아이들을 공격하고 그날 저녁엔 수 백 마리의 참새 떼들이 벽난로 굴뚝으로 급습하는 일이 생긴다.

 다음날 아침, 브레너 부인은 근처에 있는 농부의 집을 방문했다가 주인남자가 눈이 파 먹힌 채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날 오후, 멜라니는 까마귀들이 학교운동장에 몰려드는 것을 발견하고는 애니와 아이들을 피신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 애니는 죽고 만다. 새들은 마을의 상가를 공격하고 그 때문에 주유소가 불타게 된다. 이런 사건 속에 미치와 멜라니는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날 밤 멜라니와 미치는 집의 창문을 모두 판자로 봉쇄하지만 다락방에 가득 차 있던 새들이 멜라니를 공격하고 멜라니는 쇼크 상태에 빠진다. 결국 멜라니와 미치의 가족은 새들이 점령하고 있는 집을 몰래 빠져나온다.


이 영화 꽤 머리가 자란 후 본 기억이 있는데, 그리고 몇몇 장면은 아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고,
숱한 영화 이론서에도 몇 개 씬은 언제나 거론이 되는데 
오늘 다시 보니 전혀 새로운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배우들의 연기와 시나리오, 캐릭터 설정, 연출, 카메라 무빙, 앵글과 샷, 씬 전환 등
.. 왜 공포 영화의 교과서로 불리는지 이제 알았다.
히치콕 이 분, 역시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이 영화의 불길한 기운은 오프닝 전부터 새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그 전조를 드리운다.
귀엽게 지저귀는 게 아니라, 우리 나라에선 불운의 상징인 까마귀의 '가악- 가악-'하는 소리로.
영화 첫번째 장면은 경쾌하게 길을 건너 새 가게로 들어가는 여주인공 멜라니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히치콕의 여주인공은 역시나 금발의 미녀(히치콕 영화 속 고정 주인공, 마치 고행석 만화 주인공은 언제나 구영탄인 것처럼).
그녀는 건물로 들어가려다 길 건너편 상공에 새들이 맴돌며 울고 있는 것을 쳐다본다.











그 가게에서 멜라니는 여동생에게 선물할 잉꼬를 찾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사실 멜라니의 정체를 모두 알고 있었으면서도 손님인 척 연기하고는
멜라니를 골탕먹이고 떠나버린다.
그게 괘씸하면서도 반면 매력을 느낀 멜라니는 아빠가 운영하는 신문사에 연락해서
그 남자의 정체를 알아내고는 직접 잉꼬 새장을 들고 그의 집으로 간다.
남자(미치)가 주말마다 가 있는다는 어머니의 집까지 차를 타고 배를 타고 길을 물어물어 찾아가는 멜라니는
이때까지만 해도 아주 적극적이고, 장난을 좋아하며 자신감에 차 있는 여성이다.









산넘고 물건너 마을로 들어가는 멜라니와 잉꼬 한 쌍.


그녀가 미치의 집으로 향해 가는 길은 꽤 길게 묘사된다












미치와 어머니, 여동생 캐시가 살고 있는 도베가 만까지 찾아간 멜라니.
그녀는 미치를 놀래켜 주고 싶어서 몰래 집 안에까지 들어가 새장을 놓고 나오고
배 안에 숨어서 미치의 반응을 살펴본다.
역시 멜라니의 갑작스러운 반응이 싫지 않은 듯 미치는 차를 타고 곧장 선착장으로 달려간다.
미치를 향해 미소 지으며 선착장으로 가까워져 가던 멜라니에게
갈매기가 날아와 이마를 쪼고 달아난다.
미치는 이마에서 피를 흘리는 멜라니를 데리고 근처 식당으로 들어간다.
피를 흘리면서도 두 남녀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는데
그때 마침 식당에 들어온 미치의 엄마는 미치가 멜라니를 소개하자 표정이 굳어진다.
멜라니를 강하게 경계하는 듯한 눈빛.


자신을 만나러 왔냐고 눙을 치는 미치에게 멜라니는
그 곳에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미치는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멜라니는 그녀가 미치의 여동생 이름을 묻기 위해 들렀던 애니 헤이워스의 집에 찾아가서 하루 묵게 해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애니는 사실 미치의 전 애인이었던 여성.

미치의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한 멜라니.
미치의 어머니인 브레너 부인은 여전히 멜라니가 마음에 안 들지 않는다.
그녀는 예전에 멜라니가 로마에서 나체로 분수대에 뛰어들었다는 기사를 봤다고 미치에게 말하고
그걸 가지고 미치와 멜라니는 작은 말다툼을 벌인다.
멜라니는 샐쭉해 져서 차를 몰고 돌아가 버리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미치는 미소를 짓는다.
그 때 바로 집 옆 전신주의 전깃줄에는 까마귀가 가득 앉아 있다.



애니의 집으로 온 멜라니는 애니로부터 미치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애니가 미치와 헤어진 이유가 바로 미치의 어머니인 브레너 부인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아직 미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 도베가 만에 머물고 있다고 말하는 애니.
이야기 도중 미치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멜라니가 통화를 하는 동안
카메라는 통화 내용을 옆에서 듣고 있는 애니의 모습을 더 많이 비춘다.
대사로 표현하지 않아도 미치를 향한 애니의 마음이 어떠한지 잘 나타나는 장면.











그 때 갈매기 한 마리가 현관에 와 부딪혀 죽는다.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현관 앞에 나란히 선 두 여인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 같기도,
또 같은 처지에 있는 동지 사이 같아 보이기도 한다.

다음 날 미치의 여동생 캐시의 생일파티에 간 멜라니,
미치와 화해를 하며 자신에게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를 한다.
(너무 도식적이게도 그녀는 홀아버지와 살고 있고 미치는 홀어머니와 살고 있다.
둘 다 부모 한쪽이 결핍되어 있으면서도 그 편부모의강한 영향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둘이 함께 다정하게 동산에서 내려오는 멜라니와 미치를 지켜보는 시선 둘이 있으니, 바로 애니와 브레너 부인이다.











브레너 부인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화면 밖으로 빠지자마자
갈매기 한 마리가 캐시를 공격하고 순식간에 새 떼가 날아들어 아이들을 에워싼다.











멜라니와 브래너 부인, 미치와 캐시가 집 안으로 몸을 피하고 있을 때 굴뚝으로 날아들어오는 새 무리.
그러나 이런 장면에서 역시 히치콕의 여자들은 험한 일에 나서지 않는다.
세 여자가 공포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하는 동안 미치 혼자 새들을 쫓느라 정신이 없다.












다음 날, 브레너 부인은 닭들이 모이를 먹지 않는 것 때문에 이유를 알아보러 이웃에 가고
그 곳에는 집 주인이 새들에게 눈을 파먹힌 채 죽어있다.












충격을 받은 브레너 부인은 집으로 달려와 몸져 눕고
멜라니는 그녀에게 따뜻한 차를 가져가 그녀를 위로한다.
이제야 멜라니에게 마음을 조금 여는 듯한 브레너 부인은 남편이 죽은 사건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그녀는 듬직한 아들인 미치가 자신을 떠날까봐 미치도록 불안에 떨고 있는 어머니였다.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멜라니는 캐시가 학교에 잘 있는지 보러 떠난다.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며 멜라니가 담배 한 개피를 피우는 동안
그녀의 뒤로 새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컷이 바뀔 때마다 점점 까맣게 늘어나 화면을 채우는 까마귀는 공포 그 자체의 시각화다.










멜라니와 애니는 아이들을 학교건물 밖으로 피신시키고 아이들이 달리기 시작하자
새들은 아이들을 향해 날아든다.
새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공격했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지고
과연 새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사람들은 토론을 벌인다.
그 와중에 또다시 새들이 마을을 공격해 
동네는 아수라장이 된다.










길거리 공중전화 박스 안에 갇혔다가 가까스로 미치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온 멜라니.
둘이 함께 식당으로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멜라니를 노려본다.
그녀가 마을로 들어온 뒤부터 새들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그녀에게 '악마'라고 소리지르는 사람들.











창문과 문에 모조리 못질을 하고 집 안에 고립된 미치 가족과 멜라니.
이들의 공포감을 보여주는 앵글, 앙각으로 세 사람을 나란히 잡고 그 뒤에 천장의 경계가 비스듬하게 걸쳐진다.
긴장감과 불안감이 삐딱하게 그들 머리 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주기적으로 공격해 오는 새떼들 때문에 지친 식구들이 거실에서 잠든 사이
2층 캐시의 방에서 새소리가 들려오자 멜라니는 혼자 그 방에 들어섰다가 새들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다.
여기서 나온 공포영화 법칙 한 가지.
남자 말 안 듣고 홀로 움직이는 여성(금발의 미녀일 확률 높음)에게 큰 위험이 닥친다는.












만신창이가 된 멜라니는 패닉 상태에 빠지고 미치는 그녀를 데리고 샌프란시스코 병원으로 데려가기로 한다.
(그 와중에도 브레너 부인은 '절대로 못가!'라고 외친다.)
문 밖으로 나온 미치의 눈 앞에 펼쳐진 살풍경은
흡사 지구의 종말, 계시록의 풍경이다.












무사히 차에 올라탄 멜라니는 브레너 부인에게 의지하고 브레너 부인은 멜라니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다.
두 여인 사이에 유사모녀 관계가 형성됨을 암시하고
차가 조심스럽게 마을을 떠날 때
이 모든 저주가 곧 풀릴 것 같은 예감을 던져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마을 식당에서 동네 사람들끼리 벌이는 설전에서 이 영화의 요점이 모두 나온다.
새는 인간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 선한 동물이라고 주장하는 할머니와
지구의 종말이라고 떠드는 술주정뱅이,
새가 공격하면 인간은 속수무책이라는 점원,
아이들이 겁먹을까봐 두려워 하는 아이엄마, 
갈 때 가더라도 술 한잔만 하고 가자는 신사 등등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처럼
인간은 재앙이 닥치면 단지 '말'만 하거나 두려워 할 뿐이다.

영화 속에서 새떼가 등장하는 시점은 모두 멜라니와 미치의 로맨틱한 관계가 진전되는 양상을 보일 때다.
멜라니와 미치가 서로 만나게 될 건물 안으로 멜라니가 처음 들어갈 때,
멜라니가 미치를 바라보며 미소지은 채 배를 선착장으로 몰아가고 있을 때,
멀어져 가는 멜라니의 뒷모습을 미치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볼 때,
멜라니와 미치가 오해를 풀고 한층 가까워져서 언덕을 내려올 때,
또 사람들의 공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새들의 공격은 극렬해 진다.
미치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미치에게서 버림받을까봐 두려워 하는 브레너 부인의 마음이 동요할 때,
새들의 이유없는 공격에 사람들이 서로 논쟁하고 분노하기 시작할 때
새들은 여지없이 사람들을 공격한다.
(영화에서 애니는 브레너 부인의 감정의 정체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언급한다.)
새떼가 대변하는 것은 '근원을 알 수 없는(예방이 불가능한,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공포'다.
평화로운 마을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멜라니는 외부의 침입자 같은 존재였던 것이고
그녀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 원망과 증오가 새떼들의 공격을 가져왔다.
영화 도중 새들에 의해 죽게 된 애니 역시 외지에서 미치를 좇아 마을로 들어와 살고 있던 '외부자'였다.
제 2의 외부자인 멜라니 역시 애니의 전철을 밟아 새 떼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되기 일보 직전
미치가 그녀를 살린다.
(남자의 존재 유무에 의해 여성의 생사가 갈린다는...)

애초에 그녀는 부유하고 새침하고 장난스러우며 아름답고 당당한 여성이었지만
결국엔 어머니(브레너 부인)의 존재에 기대거나 남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원래 여성의 역할이 그런 것이라는 듯이)
그녀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는 끝이 나고 그제서야 비로소 마을에 평화가 찾아올 조짐이 보인다.
브레너 부인 역시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지독한 외로움 공포증 환자였으며
남편의 부재를 힘들어 하며 아들인 미치에게 지나치게 매달리는
연약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언제나 남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여성의 모습은 영화의 첫 번째 시퀀스에서 이미 암시된다.
새를 파는 가게에서 멜라니가 가게 주인 행세를 하면서 새장 안에서 새를 꺼내다가 놓치게 되는데
멜라니가 새를 잡으려고 발을 동동 구르는데 비해 미치가 손쉽게 새를 잡아서 다시 우리에 가두는 장면.) 
그래서 히치콕 영화 속 여성들이 남성의존적인 수동적 여성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싫어하는 영화 리스트에 히치콕 영화가 상위에 랭크되는 이유.
히치콕의 영화에서 여성은 단지 금발머리의 아름다운, 남성에게 즐거움을 주는, 시선과 응시의 대상이 될 뿐이다.
(<새>에서도 여주인공을 응시하는 수많은 시선들이 등장한다.
미치의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길을 묻기 위해 들어간 가게 주인, 보트를 빌려주던 남자, 마을 사람들의 원망에 찬 눈초리 등등)

놀라운 건 이 모든 것들은 대사와 표정 연기, 그리고 바스트 샷과 컷의 시간 등으로 모두 표현된다는 것.
모든 장면, 대사 한 줄이 치밀한 계산과 전략 하에 짜여져 있어 히치콕의 영화에는 단 하나도 그냥 등장하는 컷이 없다.
내용 여부를 떠나 영화의 완성도, 그 공포와 긴장감을 유발하는 히치콕의 솜씨만큼은
정말 최고.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히치콕이 어느 장면에 등장하는지 찾지 못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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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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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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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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