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shinsee
- 작성일
- 2009.5.26
칠검
- 감독
- 서극
- 제작 / 장르
- 중국/한국
- 개봉일
- 2005년 9월 29일
감독 : 서극
출연 : 여명, 양채니, 견자단, 김소연
1660대 초, 중국 본토를 장악한 만주족은 명나라를 멸하고 그 자리에 청나라를 세운다. 이에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황제는 반란의 싹을 자르기 위해 전국에, "무기를 소지하거나 무술을 연마하는 자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참형에 처하라!"는 금무령(禁武令)을 선포하고 현상금을 내건다. 바야흐로 머리 하나 당 상금이 되는 피비린내 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세상이 악랄하면 할수록 언제나 이에 기생하는 인간들이 있으니... 명나라 장군이었던 '풍화연성'(손홍뢰 扮)은 이 법을 재산 축적의 기회로 삼고, 살생부를 만들어 나간다. 탐욕스럽고 잔인하며 양심이라고는 없는 그에게 돈이 된다 싶으면 애들이건 노인이건 한치도 자비도 없다. 마침내 중국 북서부지역 전체를 장악한 풍화연성은 국경지역에 있는 '무장마을'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한편, 무술의 고수이자 명나라의 사형 집행인이었던 '부청주'(유가량 粉)는 '풍화연성'의 야만적 행위를 중지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무장 마을'을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부청주'는 이 마을 출신인 '무원영'(양채니 粉)과 '한지방'(육의 粉)을 설득하여 희대의 검술 대가 '회명'(마징우 粉)을 찾아 멀리 '천산'으로 떠난다.
'회명'의 문하에는 막강한 실력을 갖춘 제자들이 있는데, 전후사정을 들은 '회명'은 이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수제자 '초소남'(견자단 粉), '양운총'(여명 粉), '목랑(주군달 粉), '신용자(대립오 粉)'를 함께 보낸다. 이로서 뭉치게 된 7명의 영웅들, 이들이 바로 '칠검'으로 불리게 된다. '칠검'은 천산의 신비한 힘을 머금은 7개의 검을 무기로 폭풍 같은 대전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게 되는데...
이런 영화 예전같았으면 전혀 볼 생각 못 했겠지만 무협영화에 나름대로 재미를 붙이다보니 궁금해졌다. 서극감독이라는 걸출한 연출가와 '견자단'(예전 회사에 견자단과 80% 똑같이 생긴 부장님이 계셨다;;), 거기에 한국배우 김소연이 참여한 작품 등등의 여러 가지 요소가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부추겼다. 원작소설 <칠검하천산>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촘촘한 에피소드와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한 편의 영화에 담기기에는 다소 넘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소설의 한 부분만을 영화화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영화는 정신이 없다. 드라마를 쫓아가기에 바쁜 느낌이라 각 캐릭터의 성격이 부각되지 못하고 로맨스와 의리, 우정 등의 감정선은 설득력을 잃는다. 하지만 역시 무협영화의 대가, 서극감독은 아름답고 잔혹하고 패기넘치는 무협소설의 한 페이지를 스크린 속에 옮기는 데 굉장한 내공의 소유자라는 걸 알 수 있는 몇몇 시퀀스들이 등장하여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견자단이라는 뛰어난 무술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를 처음 보았는데다가 그는 어설픈 한국어 연기를 펼친다. 크레딧에 한국어 대역이 나오는 걸 보니 영화 속 견자단이 발음하는 한국어가 그의 목소리가 아닐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외국인이 발음하는 한국어 대사는 역시 어색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리액션을 해야 했던 김소연은 엄청나게 집중력이 강한 사람이지 싶다.;; 같은 조선족이라는 설정 때문에 둘이 대화할 때 한국어를 사용하는데 아... 그 손발 오그라드는 대사들 대체 어째야 할지..."나와 함께 갑시다" "그럼 이제부터 당신이 나의 새 주인이 되는건가요" 등등 로맨스와 동지의식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버무려진 대사들은 분명 가슴아픈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실소를 유발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조선족 노예로 나오는 김소연은 너무 아름답게 그려지는데 서극 감독이 김소연을 영화 속에 무척 예쁘게 담고 싶어했다는 게 느껴진다. 흰 피부에 순수한듯, 요염한듯 묘한 느낌의 외모와 가녀린 몸매, 식민제국의 남성들이 모두 한번씩 탐낼만한 이미지의 완벽한 구현. 아... 그런 면에서 김소연은 이 영화를 통해서 얻은게 많을 것 같기도.
정신없이 흘러가던 스토리를 잠시 멈추어 놓은 듯 벌어지는 전쟁씬과 인물 간 대결은 무협 블록버스터란 말이 아깝지 않아 보인다. 특히 극의 초반에서 풍화연성(손홍뢰)의 군대가 한 마을을 도륙하는 시퀀스는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탈색된 듯한 무채색 분위기의 세트 배경에 빨간 깃발, 피 등 붉은 색만 선명하게 살린 필름의 색감이 묘하게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 바로 이어져 나오는 시퀀스에는 무원영(양채니)이 처음 등장하는데 극락과 같은 시골 풍경의 안개 속에서 노새의 위에 타고 피리를 불며 나타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러한 몇몇 장면들은 서극 감독의 미학적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너무 노골적인 자연친화적 장면(예를 들면 검객들이 일몰을 보러 말을 달려 간다든지, 그 장면에서 갑자기 별똥별들이 우수수 떨어진다든지) 들에서 '헉, 유치하다...;;'라는 생각을 숨길 수 없었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왠지 모르게 영화 속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긴 드라마에도 클라이맥스는 존재했고 그 클라이맥스 중에서도 가장 고조된 순간 명대결을 펼치는 풍화연성과 초소남(견자단)의 좁은 통로 검대결씬이 등장하는데 아...눈을 즐겁게 하는 몸놀림과 무기와 육체의 조화로운 율동이라니.. 이런 재미에 사람들이 무협영화를 보는 것이렷다. 한 마을을 위험에서 무사히 구출해 내고 이야기가 끝나는가 싶더니만 칠검의 검객들은 황도를 따라 떠난다. 폭정을 하는 황제를 찾아가 금무령(무술을 금하는 법령)을 금할 것을 청원하기 위한 것이다. 속편 등장의 여운을 남긴채 또 온갖 먼지바람 다 일으키며 멀리 떠나가는 7명의 말과 검객들. 그들의 뒷이야기가 절로 궁금해지고 마는 것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역시 7인의 검객의 각 캐릭터의 드라마가 부재하였다는 점, 또한 7가지 검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객들이 성 안에서 각기 다른 무기를 활용하여 콤비를 이루며 적을 무찌르는 장면에서는 엉뚱하게도 <닌자거북이>의 활약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7명 각자의 캐릭터와 개성이 스토리 안에서 모두 살아났더라면 좀더 드라마에 집중하기가 쉬웠을 듯. 또 7검의 경우에는 물론 칼을 힘주어 쥐기만 해도 바람이 일어나거나 땅이 진동하는 등 과장된 현상들이 묘사되고 칼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벽을 긁는 소리, 몸을 관통하는 소리 등 청각적 효과들은 그야말로 짜릿하지만 얼핏 보기에도 각기 기능과 디자인이 특출나고 영험한 힘을 지닌 검들을 좀더 자세하게 소개하는 장면들이 더해졌다면 좋았을 듯 하다는. 충분히 게임이나 캐릭터 산업으로도 연계 발전 가능한 아이템들이 무궁무진해 보이는 <칠검>, 속편에서 이런 아쉬움들이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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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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