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shinsee

이미지

도서명 표기
김수영 전집 2
글쓴이
김수영 저
민음사
평균
별점8 (7)
shinsee



 



<김수영 전집 2>
김수영 (지은이) | 민음사 | 2003


 


 


저항시의 대표적 시인인 김수영의 산문집을 읽었다. 풀보다 먼저 눕는 민중의 정신을 노래했던 그의 수수한 일상과 시에 대한 고민과 지식으로서의 통찰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책이었는데 사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순수시와 문학에 대한 지식에 깊이 천착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어서 내가 이 책을 100% 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자신이 없다. 하지만 60년대의 한국 시류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자각을 향한 시인의 노력을 엿보며 당시 '사상계'를 조금이나마 짐작해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다.


 


그가 현실참여시인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여편네'와 '애새끼'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닭을 치는 일(양계)을 하거나 한 장에 20원 하는 번역 원고 일도 해야 하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며 신문에 실린 자신의 시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신경을 쓰거나 원고료를 받기 위해 출판사에 들렀으나 '돈'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등 일상적인 문제에도 시달리는 '작가'인 한 인간이었다. 그는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모든 역할에 충실한 현실주의자였다. 그 자신도 시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스승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그의 시에 대한 고민과 반성은 그의 삶의 전 영역에 걸쳐 고르게 한결같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현실성과 진실성을 획득하고 있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내가 지금 바로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은 이 지루한 횡설수설을 그치고, 당신의 당신의 당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다.


 


- 강연 '시여, 침을 뱉어라' 중 (1968년)



이 책은 당시(50~60년대) 남한 문학사의 한 단면을 들여다 보기에도 좋은 교과서이다.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전쟁을 치른 뒤의 남한, 그곳에서 문학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자리잡아 갈 수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김수영은 당시 권력과 결탁하거나 시의 순수성을 잃어가는 문인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진실된 시를 쓸 것을 동료, 후배 문인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였다. 또한 그의 글에는 간간이 영어와 일어가 섞여 나온다. 이런 모습은 전후 남한 지식인들이 생활 양식뿐 아니라 문학과 지식의 원천을 영미권과 일본에 상당부분 의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온통 '시'에 대한 고민과 생각으로 가득찼던 그의 삶을 일부분이나마 들여다 보니 '시'라는 문학 장르가 가진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시'를 제대로 음미하며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싶기도 하다. 시험문제에 나오는 교과서 속 시와 시인들에 대해 외우기 급급했던 건 비단 나뿐만도 아니었을 듯 같다. 바쁘게 돌아가는 지금 세상사를 보면 김수영이 부르짖는 시론-시로부터 사회의 개혁을 이루고 미래를 만든다-라는 주장 자체가 다소 황망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시의 위상은 온갖 천박한 미디어와 파괴된 언어들에 파묻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듯 하다. 그가 현재의 시와 오늘날의 시인, 요즘 남한의 시계(詩界)를 본다면 무어라 일침을 놓을까?


 


그래서인지 이제부터라도 시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김수영은 당시 문학 계간지 등을 통해 꾸준히 '시평'을 발표하였는데 대부분 날선 비평이 주를 이루었지만 더러 칭찬하는 시와 신인들이 있었다. 김수영의 평가를 곁들여 그가 추천한 시를 모아서 볼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시의 절제된 언어 미학과 함축된 사유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시를 읽을 줄 아는 눈을 가져보고 싶어졌다. (물론 쓰는 건 어렵겠지만.)


 


일반인이 교양서로 읽기에도 좋겠지만 사실 이 책은 국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실제로 창작(문학 영역)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보면 훨씬 얻을 게 많을 듯 하기도 하다. 이 책은 당시 '시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았던 한 개인의 일상적인 시의 원천과 창작의 과정, 다른 시에 대한 평론을 골고루 담고 있어 실제 시인과 비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거나 조금 더 치열한 글쓰기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고 싶은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 '김수영' 자세히 보기 >> 네이버 캐스트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shinsee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4.8.19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8.19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19.11.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19.11.2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17.9.18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17.9.18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47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74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30
    좋아요
    댓글
    154
    작성일
    2025.5.3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