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소년
  1. 사서본 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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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글쓴이
김영민 저
어크로스
평균
별점9.7 (36)
만학도소년

3~4쪽 분량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에세이 집이다. 이 책에서 하나의 단편은 하나의 방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방안의 구조를 알수 없다. 방들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기 때문이다.때론 재미없는 뻔한 구조의 방이 있기도 하며, 혼자 잘난척 하는 듯한 방안의 인테리어가 좀 별로일 때도 있다. 덕후 냄새가 찐하게 나는 방도 있어서 코를 틀어막아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어떤 방은 당초 예상과는 다른 길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 편이 그렇다. 방문에 걸려 있는 명패(제목)는 방안에 별볼일 없음을 짐작케 한다. 문 앞을 열고 들어간 순간 역시 뻔한 안내문이 반긴다.



‘사회과학적 학문 용어 중애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라는 것이 있다.’(p.59) 



블라블라블라.  



그러나 조금만 더 걸어나가다 보면 길들 주변으로 생각지 못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첫 풍경은 김두한이다.



김두한은 구마적을 물리친다. 하드파워를 통해 권력을 쟁취한 것. 하지만 김두한도 매일 싸움질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싸우지 않고 이기는(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한 경지야 말로, 손자가 추구한 최고의 경지 아니던가. 안싸우고 이기는 힘은 소프트 파워다. 저자는 김두한의 소프트 파워를 구전으로 전해지는 무용담이 아니라, 김좌진이라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지위라고 규정한다. 



누구든 위상을 인정하는 김좌진 장군이라는 네임밸류는 저자의 말대로 김두한에게 ‘광휘를 선사한다.’



김두한이 주먹만 쎘다면 그토록 후대에 기억되지 않았을 터. 소프트파워는 하드파워에 비해 강력한 생명력과 권위를 넘어선 신성까지도 부여한다.



두번째 풍경에서는 국가가 등장한다.



국가는 하드파워를 통해 권력을 쟁취한 김두한과는 달리 하드파워를 이미 가지고 있다. 국민들은 국가가 가진 하드파워에 대항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반도체가 우리나라의 경제무기라고 할지언정, 영업이익 최고치를 매년 경신하는 반도체회사가 자신들이 번돈으로 사병육성, 국가 전복 따위를 꿈꾸지 않는다. 국가의 하드파워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론 국내 한정이지만.



소프트파워에는 국민들은 기꺼이 반응한다. 부동산 정책을 보라. 정책에서 헛발질을 연속하면 , 인터넷 뉴스 댓글에 격한 반응들이 올라온다. 지지자들이 막아보려한 들, 개똥볼을 넘어선 자살골 수준의 정책에는 지지자들의 선동 전술은 역효과만 난다. 소프트파워를 잘못쓰면 정부의 권위는 크게 흔들린다. 소프트파워의 원천이 선거로 뽑은 사람이 아닌 얼토당토안한 제3자인 것을 알았을 때, 사람들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을 탄핵하지 않았던가.



반대로 코로나19 초기 정부대응이 좋았을 때에는 정부의 소프트파워는 강력했고 권위는 올라갔다. 사람들은 세계가 우리를 주목한다는 원문 기사들을 관음하면서 소프트파워가 마치 자신의 것 마냥 흡족해했다. 그즈음에는 정부가 무언가 잘못했다고 비판이라도 하는 날에는, 신상털기가 횡행한다. 정부를 비판하는 놈들은 정부가 직접 처치하지 않는다. 소프트파워가 작동할때 지지자들은 손에 피를 묻혀 처치해준다.  ‘궁극의 정치적 정당화가 권력자가 아니라 추종자의 몫인 것처럼. ‘



세번째 풍경은 인플루언서다. 



구독자 100만의 인플루언서가 xx호텔의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구독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없이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따라 먹는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이 맛있어서 인플루언서가 먹고 그걸 따라서 먹는게 아니다. 인플루언서가 먹어서 따라 먹을 뿐이다. 



‘먹어보니까 이래서 맛있는 거네’



일단 먹은뒤 맛있는 이유를 찾는다. 맛의 ‘정당화는 소프트아이스크림 제조업체의 몫이 아니라 소비자의 몫이다.’



반대로 인플루언서의 선택이 연속해서 실패했을 때에도 인플루언서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선택은 인플루언서가 아닌 본인이 했을 지언정 탓은 남탓을 해야한다. ‘일이 잘 못되었을 때 남 탓을 못하게 하면 그만 돌아 버리’기 때문이다.



길의 종착점에서만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조망 가능하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편은 따분해 보였던 길 초입과는 달리, 생각지 못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종착점에서 길을 조망했을때에는 또다른 풍경이 있었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욕망하는 치자들 뒤에 가려진 피치자들의 욕망의 풍경이. 생각지 못한 풍경은 다시한번 그곳을 찾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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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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